이충렬 감독, ‘워낭소리’보다 더 깊은 상처와 치유 ‘매미소리’ [인터뷰]
입력 2016. 02.24. 11:51:20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소리는 귀를 울려 심장을 떨리게 하고 그 떨림은 과거의 기억을 고스란히 끄집어낸다. 소리에 얽힌 수많은 사사로운 사연에는 청각 촉각 기억 세 개의 키워드가 치밀하게 얽혀있다.

그림과 다르게 영상이 주는 저릿함은 청각으로 시작된 소리가 가슴 깊은 곳의 감성을 자극하는 연쇄작용 때문이다.

‘워낭소리’로 다큐멘터리와 영화의 경계를 허물어트린 이충렬 감독은 7년 만에 자유로 픽쳐스 천재원 대표와 의기투합해 영화 ‘매미소리’로 새로운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낼 채비를 마쳤다. 7년 전 초고 단계부터 출연의사를 밝혔던 안성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지난해 말 ‘제36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정현이 아버지 덕배와 딸 수남 역할을 확정 지어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1. ‘매미소리’ 아픈 기억 트라우마의 극적 전이

이충렬 감독에게 소리는 ‘아픈 기억’과 맞닿아 있다. ‘워낭소리’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소에 대한 기억으로 시작해 주인공이었던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또 하나의 깊은 상처를 남겼다. ‘매미소리’는 전라남도 진도를 배경으로 다시래기 아버지 덕배와 창녀 딸 수남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에 대한 응어리를 끄집어내고 치유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이충렬 감독은 “워낭소리에 대한 기억이”라며 말끝을 흐리다 이내 곧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짙다고, 저도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7년을 어둠 속에 살았고 인제야 ‘매미소리’로 나오려고 하는 거죠”라며 소리의 아픔이 다시 자신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게 했다는 아이러니한 화두를 던졌다.

‘매미소리’는 주인공 수남의 트라우마가 시작되는 매미소리를 중심으로 수남의 아빠 덕배와 딸 꽃하나의 갈등이 서로 다른 애틋함으로 얽힌다.

그는 “(‘매미소리’는) 딸을 데리고 엄마를 묻은 선산이 있는 섬으로 간 수남이 나무와 매미로 뒤덮여 있어야 할 곳이 민둥산이 돼 있는 광경을 마주한 마지막 장면을 상상하고 이야기를 역으로 풀어나갔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매미소리가 가족의 트라우마를 상징하지만, 가족의 삶을 왜곡한 트라우마가 없었던 소중했던 기억의 부활과 그 지점에서 동시에 튀어나오는 아픔과 치유이다.

#2. ‘매미소리’ 다큐 vs 영화라는 정형성의 반기

‘매미소리’를 준비하면서 다큐멘터리 감독 이충렬과 영화감독 이충렬 두 사회적 자아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질타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토로한 그는 “다큐멘터리든 영화든 결국 이야기”라는 말로 ‘매미소리’에 쏠리는 주변의 우려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흔히들 이데올로기, 이념, 계몽 등 뭔가 수단적 요소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다큐멘터리도 이야기로 보고 ‘어떻게 맛깔스럽게 풀어나갈까’로 고민합니다”라며 다큐멘터리 역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매미소리’를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로 기획한 것 역시 전라도 다시래기와 가족들의 갈등이라는 스토리를 풀어내는데 적합한 형식을 선택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매미소리는 다큐멘터리의 리얼리티와 영화의 극적인 요소에, 애니메이션 특유의 다소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서정성이 녹아든 ‘이야기’다.

이충렬 감독은 “(매미소리는) 전라도 특유의 질퍽함이 있죠. 그리고 섬 안의 황토색, 배롱나무 꽃의 분홍색이 나오고, 매미가 울기 전에 장마의 시기가 있죠. 매미가 울 때부터 고통이 시작되고 트라우마로 빠지기 시작하는데 그 전에는 비만 오고 흙빛으로 뒤덮인 신비의 섬 특유의 풍광이 화면을 차지합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서는 색깔이 있죠”라며 ‘매미소리’에서 담아낼 서정성에 관해 설명했다.

‘워낭소리’의 스토리식 전개법를 두고 다큐멘터리로 합당한지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매미소리’는 역으로 다큐멘터리 PD가 극영화의 시도하는 것에 반신반의의 시선이 쏟아진다.

그는 “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차이는 없습니다. 논픽션과 픽션만 있을 뿐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더 짚어볼 수 있는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라며 ‘매미소리’는 다큐멘터리냐 영화냐의 형식이 아닌, 삶의 진실에 접근하는 과정에 ‘매미소리’가 있음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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