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과 여’ 전도연 “‘칸의 여왕’보다 ‘멜로의 여왕’이 더 좋아” [인터뷰]
- 입력 2016. 02.25. 09:30:51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감성을 자극했던 영화 ‘접속’ ‘약속’과 파격 변신을 보여줬던 ‘해피엔드’, 이후 ‘너는 내 운명’ ‘멋진 하루’ ‘무뢰한’ 등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로맨스부터 슬프고 아픈 사랑, 파격적인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공감대 있게 표현한 ‘멜로의 여왕’ 전도연이 ‘남과 여’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관객과 마주한다.
전도연이 그려낸 ‘남과 여’의 상민은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의 엄마이자 정신의학과 남편의 아내이자 디자이너로 핀란드에서 만난 기홍(공유)과 치명적 사랑에 빠지게 된 인물이다. 멜로의 여왕이라 불리는 전도연도 ‘남과 여’가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그래서 이 작품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도연이 ‘남과 여’를 선택한 데는 ‘멋진 하루’를 함께 했던 이윤기 감독의 영향이 컸다.
“‘하녀’라는 작품을 하면서 차기작으로 ‘남과 여’라는 작품을 하는게 부담스러워서 거절을 했어요. 그런데도 선택을 하게 된 건 우선 시나리오가 좋았고 뜨거운 이야기를 건조한 이윤기 감독님이 연출을 하시면 어떤 작품이 될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상민과 기홍의 사랑이 쉬운 사랑은 아니었잖아요. 노출도 그렇고 편한 작품은 아니었는데 이윤기 감독님이 아니셨다면 끝까지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거절을 했었지만 왠지 이 작품을 내가 해야할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내가 어떤 작품을 하더라도 ‘이 작품은 하고 넘어가야겠구나’ 하는 각오가 드는 작품이었어요.”
그렇게 각오를 하고 촬영에 들어갔지만 전도연은 상민의 기홍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면서 감정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 힘들었다고 했다. 불륜 외에도 두 사람이 처한 환경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토로했다.
“어려운 요소가 많았는데 감독님이 정리를 잘 해주셨어요. 두 사람의 사랑이 현실에서의 힘듦으로 인해 찾게 되는 것인지 물어봤는데 그런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딱 잘라내고 남과 여, 상민과 기홍의 사랑이야기라고 하셨죠. 물론 현실적인 부분을 피해갈 수는 없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시작이 그랬기 때문에 현실에서의 상황 때문에 끌렸을까하는 혼란이 많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그들이 놓인 현실들을 단순화시켜도 단순해지지는 않죠”
남자다우면서도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기홍의 옆에서 전도연은 한층 더 여성스럽고 예쁘게 보였다. 하지만 전도연은 공유와 오래전부터 같은 소속사 식구로 지내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몰입이 잘 될 수 있을 지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공유 씨와는 오래전부터 같은 소속사였어요. 그래서 공유 씨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멜로는 서로에게 주는 감정이 무척 중요한데 그런 것들을 억지로 만들어야하는건 아닌지하는 걱정이 들더라고요. 공유 씨도 자기가 그런 느낌들을 주지 못할까봐 걱정이 된다고 했었는데 그런 걱정들은 기우였죠. 사실 공유 씨와 오래 알았지만 가까이서 본적은 없어요. 그래서 같이 촬영을 하면서 ‘이런 사람이었구나’하고 알게 됐죠”
전도연의 필모그라피를 살펴보면 ‘밀양’ ‘집으로 가는 길’ 등 엄마 역할을 많이 맡으며 엄마로서의 얘기가 많아지고 있다. 항상 예뻐보이고 싶은 여배우로서 엄마 역할은 쉽지만은 않은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전도연은 그런 것에 대해 피하려하지 않았다.
“그런 부분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고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그런 이유로 피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이모나 고모보다는 엄마가 더 좋아요.(웃음) 제가 또 멜로를 선택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저도 가볍고 라이트한 것도 해보고 싶어요. 그렇지만 제가 40대 여배우이다보니 아무리 그런 작품을 하고 싶다고 해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피해가고 싶지는 않아요. 또 50도 올테니 이 순간을 돌파해야죠”
그러면서 전도연은 20대 때 했던 연기에 대해 회상했다. 최근 극장에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봤다는 전도연은 자신의 연기를 보면서 손발이 오그라들어 불이 켜지기 전에 나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감성적인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전했다.
“최근에 극장에서 제 영화 특별전을 하길래 '해피엔드'를 봤었는데 그때는 확실히 어렸더라구요. 그러면서 '쟤는 무슨 생각으로 저때 저런 영화를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가 정말 어설펐거든요. 지금했으면 끝내주게 잘 했을텐데.(웃음) 사실 지금했으면 이라고 했는데 또 그때의 전도연이어서 그때의 작품이 좋았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해피엔드'나 '접속'같은 영화는 지금봐도 세련된 감성이고 올드하지 않고 신선한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감성을 가진 영화가 많이 안나오고 있으니 만들 의향이 없다면 재개봉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전도연에게 '멜로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단순히 멜로영화를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니다. 전도연이 표현하는 멜로는 항상 다른 이야기였고 그래서 흥미를 끌었다. 무엇보다 어떤 사랑이야기에서도 설렘을 주는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전도연은 ‘칸의 여왕’보다 ‘멜로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더 좋다고 말했다.
“‘멜로의 여왕’이라고 불러주시는 건 어쨌든 저에게서 뭔가 여성성이 있다는 얘기이잖아요. 그게 20대 때는 어리고 젊고 예뻐서라면 아이엄마가 되도 그런 여성성을 가지고 있어 누군가에게 ‘사랑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이죠. ‘멜로의 여왕’이라는 호칭은 연기를 하는 한은 나중에 한참 더 나이가 든 후에도 듣고 싶어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