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틀몬스터 2016’ 영등포 폐공장에서 만난 음산한 도살업자들
- 입력 2016. 02.26. 08:43:24
- [매경닷컴 시크뉴스 임소연 기자] 젠틀몬스터의 ‘The butcher(도살업자)’를 콘셉트로 한 2016 컬렉션이 25일 오후 영등포 폐공장에서 공개됐다.
철물점이 즐비해 있고 사창가가 여전히 남아 있는 영등포 한 골목에 위치한 푸르른 벽면의 폐공장에서 쇼를 진행한다는 발상에서부터 패션계의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감각적인 비주얼 디렉팅 능력으로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로는 단연 원톱으로 디자인적 인정을 받고 있는 젠틀몬스터가 이번에도 오감에 충실한 쇼를 내놓았다.
쇼 시작 전 가장 붐비는 때인 착석 시간에 젠틀몬스터는 과감하게 쇼장을 암전했다. 관객들은 완전히 불이 꺼진 쇼장 안을 긴장 상태로 입장, 관계자들의 플래시 조명에 따라 착석했다.
새하얀 앞치마를 두른 외국인 도살업자들의 등장으로 쇼의 시작을 알렸다. 쇼장 가운데에 마련된 투명 테이블과 의자에 차례대로 앉은 도살업자들은 커다란 스티로폼을 천천히 잘라내는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자극했다.
또 정육점을 연상케 하는 빨간 조명이 켜진 네모난 박스 안에서는 턱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란 도살업자가 겹겹이 쌓인 새하얀 가죽을 태닝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어서 PVC, 메탈, 페이크퍼, 시스루, 저지 등 갖가지 소재와 장식적 요소로 걸음걸이마다 소리를 내는 다소 원초적인 의상의 모델들이 이번 시즌 젠틀몬스터의 날 선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등장했다.
젠틀몬스터 측 관계자는 “The butcher가 이번 시즌 주제인 만큼 칼을 떠올리게 하는 차가운 느낌을 제품에 반영하려 했다. 메탈 프레임과 얇은 평렌즈를 통해 날렵하게 빠진 느낌을 강조했다”라고 설명했다.
태닝 작업을 하던 도살업자 머리 위로 새빨간 페인팅이 뿌려지는 것으로 피날레가 완성돼 관객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여기에 쇼가 진행되는 동안 고요하게 울려 퍼지던 음산한 소리가 흑백 가운을 입은 도살업자들의 소리로 힘을 입어 젠틀몬스터만의 기승전이 확실한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임소연 기자 news@fashionmk.co.kr/사진= 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