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 기다리며’ 이토록 느슨한 스릴러라니, 강한 ‘한방’이 없다 [시네프리뷰]
- 입력 2016. 03.02. 19:04:19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배우 심은경 윤제문 김성오가 뭉쳐 스릴러를 찍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은 이들의 연기에 대한 기대와 심은경의 첫 스릴러 도전에 영화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연기는 둘째 치고 ‘스릴러’란 장르에 대한 기대는 넣어두자. 힘 빠질 수 있다. ‘스릴러’라는 이 영화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찾아보긴 힘드니.
‘널 기다리며’(모홍진 연출)는 아빠를 죽인 범인 기범(김성오)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 동안 그를 기다려온 소녀 희주(심은경)와 형사 대영(윤제문), 살인범 기범의 일주일 동안의 추적을 다룬다.
누구보다 순수한 얼굴,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느껴지는 분위기. 심은경의 얼굴은 유혈이 낭자한 영화 분위기와 대비되며 ‘선(善)’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 순수한 얼굴 속 그녀의 이중적인, 어딘지 이상한 모습은 ‘악(惡)’을 벌한다는 명목 아래 괴상망측한 괴물로 변모한 끔찍한 얼굴을 보여준다. 영화는 연약하고 순수한 소녀도 극한의 상황에 내몰리면 괴물로 변할 수 있단 것을 전제로 한다.
광기어린 눈빛, 마른 몸에 움푹 파인 볼 위로 돌출된 광대. 살인범이, 그것도 연쇄살인범이 재판장에서 고작 15년을 선고받는 순간 절규하는 이들의 신음이 울려 퍼지며 악에 대한 분노가 시작된다. 어린 소녀 희주는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을 15년 동안 기다리며 복수의 칼날을 간다. 살인범이 자신의 인생에 등장하지만 않았다면 평범하게 살아갔을 그녀는 연쇄살인범에 의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독특함을 넘어 기괴한(?) 면모를 지니게 된다.
눈치 챘겠지만, 소녀를 괴물로 만든 장본인인 연쇄살인범 기범은 영화에서 ‘악’을 담당한다. 잔혹한 수법으로 살인을 저지른 그는 의문의 제보자에 의해 완전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고 15년형을 산 뒤 출소해 제보자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그런 그의 뒤엔 그에게 복수를 하려는 소녀, 그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려는 형사가 있다. 이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마저도 침착한 그의 모습은 어쩐지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범인의 악한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킨다.
친구를 죽인 살인범을 쫓는 형사 대영(윤제문)은 죄책감과 분노에 시달린다. 형사답게 거칠지만 친구의 딸인 희주에게 만큼은 자상하다. 친구를 보낸 죄책감이 큰 이유일터다. 욕설이 입에 붙은, 과격파의 그지만 기범의 꼬리를 잡기 위해 두문불출 나서는 모습은 정의를 실현하려는, 천생 형사의 모습이다.
대중에게 연기력을 검증 받은 배우들인 만큼,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에 큰 결점은 없다. 그러나 이들의 연기력이 빛을 보는 순간도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즉, 임팩트 있는 장면이 없다.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신에선 울림이 부족하다. 어딘지 연계성 없는 허술한 설정이 공감을 떨어뜨리기 때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의 행동을 뒷받침하는 이유가 설명되지 않아 공감은커녕 이해도 힘들다.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이나 뒤통수를 맞은 듯한 반전도 찾아보기 어렵다.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도 겉핥기식이라 전체적으로 밍밍한 느낌이다. 감독마저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재미만큼은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으나 눈 높은 국내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재미’를 주는 영화가 되긴 힘들어 보인다. 러닝타임 108분.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10일 개봉.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