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널 기다리며’ 심은경 “희주는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인물” [인터뷰①]
- 입력 2016. 03.04. 19:59:15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항상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이번 영화는 희주 캐릭터에 대해 어려워한 부분이 많아 잘 보여줬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최선을 다해 연기 했지만 내가 표현한 것에 대해 ‘정말 최선이었을까’란 생각을 많이 해요.”
심은경은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널 기다리며’와 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널 기다리며’(모홍진 연출)는 아빠를 죽인 범인 기범(김성오)이 세상 밖으로 나온 뒤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 동안 그를 기다려온 소녀 희주(심은경)와 형사 대영(윤제문), 살인범 기범이 펼치는 일주일 동안의 추적을 다룬다.
23살의 심은경은 어느덧 데뷔 13년차. 그 동안 연기력에 대해 찬사를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어왔건만 이번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어쩐지 자신에게 냉혹한 모습을 보였다.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연기에 대한 본질적인 걸 많이 잊어버렸다. 비단 연기뿐 아니라 인간 심은경으로서도 많이 간과하고 놓친 부분이 있었단 생각이 든다. 희주란 캐릭터가 어려웠던 점이 많았다.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고 여러 생각이 든다. 항상 그렇다. 내 연기에 대해 만족한 적은 없다. 특히 이번 영화에선 부족한 면이 느껴진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맥락을 이해하는데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단 얘기가 나오자 그녀는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털어놨다.
“(영화의) 아쉬운 부분에 대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고 공감한다. 시나리오에선 (흐름이) 조금 더 잘 보였다. 희주란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가 시나리오에선 조금 더 수면 위로 나타났는데 영화에선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유쾌발랄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그녀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했다’며 이번 영화를 통해 스릴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릴러에 대한 로망이 있다. 희주란 캐릭터가 가진, 순수성과 잔인성이 공존하는 모습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다. 오묘한 느낌이었다. 기존 캐릭터에서 볼 수 없었던 느낌이었다. 한 인격체 안에 다양한 모습이 담긴 캐릭터를 보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가장 걱정했던 바는 희주의 다양한 성격을 어떻게 접점을 잡아 표현해야할지,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범위에 있는 수준이라 고민했다.”
앞서 모 감독은 신은경으로 인해 남자 주인공을 여자로 바꿨단 말을 했다. 어떤 이유로 주인공의 성별이 바뀌었으며 그 결과 어떤 캐릭터가 생겨난 건지 들어봤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희주가)이미 여자로 바뀌어있었다. 주인공이 남자였을 땐 시나리오가 연쇄살인범과 주인공이 대결구도를 펼치는 ‘피 튀기는’ 영화였던 것 같다. 그런 대결구도 는 많이 비춰져 왔었고 여자로 바꾸면서 이 캐릭터가 좀더 순화 됐다. 그러면서 감성적 부분이 존재하게 되고 조금 더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가 나온 것 같았다.”
심은경에게 도전 의지를 불러일으킨 희주란 인물을 그녀는 어떻게 해석 했을까. 순수하고 연약하면서도 집요하고 냉혹한 면을 동시에 지닌 이중적 캐릭터를 연기하며 고민이 될 때 마다 그녀는 감독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희주는 기본적으로 정상이라 생각하면 안 되는 인물이다. 감독님이 예전에 설명하시길, 김성오 선배가 연기하는 기범이 악을 상징하고 사이코패스에 가깝다면 내 캐릭터는 소시오패스에 가깝다. 희주는 정말 순수하고 착한 어린아이 같은 친구다. 희주의 극단적 이중성을 어떻게 표현하면 관객이 좀 더 잘 받아들일까 고민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 보다 반대로 생각해보니 15년 동안 악을 품고 살아온 친구에게 그런 격분의 감정이 남아있다면 그건 정상인의 범주란 생각을 했다. 꼭 복수해야 하니까, 냉정하고 침착하게 자기가 할 것을 하는 것, 그런 면 자체가 (희주가 남들과) 좀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런 것 때문에 희주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유독 스스로의 연기에 냉혹한 평가를 한 그녀에게 스릴러에 또 도전하고 싶은지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대답이 돌아왔다.
“영화를 지난해에 찍었는데 지금까지 걱정을 붙잡고 있었다. 제작발표회, 언론시사회, VIP시사회 등을 하면서 (걱정이)풀려 버린 것 같다. 내가 더 이상 신경 쓸 게 아니고 내가 왜 이렇게 안고 살았나 싶더라.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갑자기 많이 미안해졌다. 위로를 많이 해줬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아 못 듣고 지나쳐버렸다. 지금은 담담하다. (관객이)어떻게 내 연기를 보든, 그건 내가 침범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 걸 깨달았다. 부족한대로 더 열심히 하는 거고 이를 감당 못하면 (연기를)그만둬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 와서야 자신을 많이 내려놓게 되고 담담해 지려하고 있다.”
스릴러란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그녀는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는 다소 씁쓸한 결과를 맛봤다. 하지만 그녀는 연기에 대한 애정과 배우로서 가져야 할 자세, 마음가짐 등을 통해 연기 경력 13년의 내공을 자랑했다.
“어떤 결과에 일희일비 하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스릴러엔 또 도전하고 싶어요. 스릴러를 사랑하는 영화팬이거든요. 아직도 꿈꾸는 로망이 가득한 장르기에 이번 영화를 계기로 이런 모습을, 다음엔 또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배우로서 그런 자세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