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경 탐구생활, 성장통-배우-연기 그리고 인간 심은경 [인터뷰②]
- 입력 2016. 03.04. 20:09:14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성장통을) 극복해야만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힘들면 힘든 대로 느끼는 게 가장 솔직하고 저다운 것 같아요. 그게 날 옭아매지 않는 방식이라 생각하고요. 어른들이 ‘느낄 수 있는 것을 다 느끼고 해 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힘들면 힘든 대로 그걸 겪으면 내가 잘 못 생각한 부분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심은경은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널 기다리며’와 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널 기다리며’(모홍진 연출)는 아빠를 죽인 범인 기범(김성오)이 세상 밖으로 나온 뒤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 동안 그를 기다려온 소녀 희주(심은경)와 형사 대영(윤제문), 살인범 기범이 펼치는 일주일 동안의 추적을 다룬다.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의 자신의 연기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하단 평을 내리면서도 이를 성장통으로 여겼다. 담담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에게서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이 보였다. 인터뷰 내내 나이에 비해 성숙한 모습을 보인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일찌감치 데뷔해 또래와 다른 길을 걸어온 그녀는 분명 다른 면이 있었고 나름대로의 혼란도 겪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도 부족한 게 많다. 내가 성숙하다 생각진 않는다. 일찍 사회생활 했을 뿐 내 친구들도 어차피 느낄 것들이다. 빨라서 좋다고 생각진 않는다. 오히려 난 나에 대해 잘 모른다. 배우라는 점을 떠나 온전한 나로서 좋아하는 건 뭔지, 내가 즐기는 취미가 뭔지 잘 모른다. 단순히 음악을 좋아해 음악 감상이 취미인줄 알았다. 어느 순간 아무리 음악을 들어도 치유가 되는 것 같지 않고 어떤 취미를 좋아하는지 그것조차 모르겠더라. 내 자신을 모르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 친구들이 가진 경제적 개념도 많이 부족하다. 지인들이 내게 독립을 많이 권한다. 혼자 할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 두 달 전쯤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 정말 좋더라. 누군가가 없인 아무것도 못하고 도움을 많이 받으며 살았던 것 같다. 혼자 호텔 체크인을 하고 길도 물어보고 혼자 다니는 것 자체로 성취감을 느꼈다. 이런 게 날 사랑하는 거고 자신감을 갖는 거구나 싶었다.”
그녀는 지난 2014년 ‘수상한 그녀’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을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었으며 대중으로부터 연기에 대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또 다른 고민에 빠져야 했다.
“‘수상한 그녀’ 개봉 후 많이 혼란스러웠다. 머리가 새하얘지고 판단이 잘 안 섰다. 어떤 배우의 길을 가야할지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수상한 그녀’ 이후 날 보는 시선이 달라지더라. 난 내가 뭐라도 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예전 같지 않단 얘길 좀 들었다. 자만이라기 보단 너무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전엔 어떤 작품이 하고 싶단 생각이 날 이끌었는데 그런 게 많이 희미해지고 ‘사람들이 이거 하면 좋아 하겠지’라고 많이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 안 되는 건데 그런 부분에서 내가 잘 몰랐다. 이후 잘못된 걸 스스로 자각 하고 나서 내가 생각하는 연기란 게 내가 생각해 온 것과 달라 벅차더라. 그 이후 한 두 작품을 더 찍고 오늘에 이르러서야 좀 (잘못된 부분을)깨달을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 초심을 잃지 말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는 그녀. 심은경의 초심이 뭐냐고 물으니 눈을 빛내며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어릴 때 연기가 정말 좋았다. 연기를 하면 정말 행복했다. 세상 무엇보다 행복했다. 난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어머니에게 ‘텔레비전에 한 번 나오고 난 그만 두겠다’고 말을 했단다. 확고한 뭔가가 있었나보다. 한 두 작품 하면서 나이를 먹어가며 보이는 게 점점 달라졌다. 점점 흑백으로 보이는, 색이 바라지는 걸 느꼈다. 그건 당연한 것 같다. 어느 순간 연기를 하면서 욕심이 생기고 더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해 경쟁심에 불타기도 했었다. 그런 과정이 지나고 보니 너무 연기 하나만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연기를 잘 하는 건 중요하지만 결국 연기엔 답이 없고 누군간 좋게 누군간 안 좋게 볼 수 있는데 그걸 몰랐던 것 같다. 누구나 좋아하도록, 잘 해야 하고 칭찬받아야 한단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많이 고민하고, 깨닫고 어느덧 담담한 태도로 배우로서의 자신, 인간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그녀를 보며 오히려 그녀의 성장통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만큼 지금 눈앞의 산을 넘어선 뒤 앞으로 그녀가 펼칠 활약이 기대를 갖게 했다.
“올해엔 작품 활동을 많이 하기보단 조금 여유롭게 자신을 많이 돌아보고 (자신에게)솔직할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해요. 개봉을 앞둔 영화가 있는데 관련 활동이 끝나면 장기 여행을 다녀볼까 생각 중이예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