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 한효주 vs 천우희 ‘기생 한복’, 낯설지 않는 ‘1943년 리얼리티’ [영화의상 STORY]
입력 2016. 03.14. 18:39:14

영화 '해어화' 천우희 한효주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해어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두 기생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색채와 선으로 채워진 수채화처럼 서정적으로 전개된다.

윤우가 작곡한 ‘조선의 마음’을 부르기 위한 기생 소월(한효주)과 연희(천우희)의 갈등을 다룬 이 영화는 현대인들에게는 낯선 광복 직전 1943년 당시 기생들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영화의 서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한복은 최근 유행인 허리치마와 허리선까지 오는 저고리는 물론 화려한 꽃문양과 화사한 색감까지 지금 모습 그대로다.

이에 대해 영화의상감독 조상경은 “1943년의 시대적 배경에 충실했다. 당시 자료를 흑백 사진으로만 볼 수 있지만, 기모노와 양장의 영향을 받아 한복에서도 체크나 스트라이프 같은 다양한 패턴이 사용됐다. 실루엣 역시 양장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변형됐다”며 소월과 연희의 한복이 1940년대 복식에 충실한 설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단 “소월은 정가를 부르는 기생으로 과도기적 느낌을 살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1943년이라는 한복의 시대적 기본 틀 아래 한효주는 화려하고 섹시하게, 천우희는 차분하고 소박하게 캐릭터를 구분했다.

이는 극 중 천우희가 청계천 태생의 불우한 가정환경이라는 점, 정가를 부르는 한효주와 유행가를 부르는 천우희의 가수로서 정체성 차이 때문이라는 것.

조상경은 “당시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금지돼있었다. 그래서 천우희는 한효주의 화려함과 대비될 수밖에 없었다”라며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각기 다른 상황과 캐릭터가 한복 속에 고스란 녹아들어있다.

한효주는 정가를 부르는 기생으로 사람들 앞에 설 때는 우리에게 익숙한 한복의 선에 블랙의 시스루로 섹시하거나, 옥색 저고리와 옅은 노란색 치마로 고운 자태를 드러내는 등 다양한 이미지를 오가지만 고급스러움이라는 기본 축은 변하지 않는다.

또 일상에서는 옥색 바탕에 기모노를 연상하게 하는 화려한 꽃문양으로 채운 치마와 저고리에 올림머리를 하고 헤어핀을 꽂아 정가를 부를 때와는 전혀 다른 생기 있는 느낌을 표현했다.

반면 천우희는 민초들의 상징인 흙색과 옥색이 조화된 한복이나 하얀색 저고리와 옅은 노랑저고리 등 제한된 컬러를 사용해 차이를 뒀다. 그러나 옅은 노랑 저고리와 꽃문양 치마에 빨간 양산을 들고 있는 모습은 다른 사진들과 사뭇 달라 극중 그녀의 변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다.

당시 기생과 예인을 일컬었던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의미의 ‘해어화’는 노래가 전부였던 마지막 기생들의 삶이 한복에 짙게 배어나온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해어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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