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 유연석 vs ‘모던보이’ 박해일, 일제강점기 ‘모던보이 패션’ 극과 극 [영화의상 STORY]
입력 2016. 03.15. 13:21:50

영화 '해어화' 유연석, '모던 보이' 박해일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해어화’는 1943년 비극의 시대를 배경으로 소율과 연희 두 기생 이야기를 담았지만, 두 여자 갈등의 원인 제공자 작곡가 윤우를 빼놓을 수 없다.

작곡가 윤우(유연석)는 여느 모던 보이처럼 베스트까지 갖춘 브리티시 클래식의 쓰리피스 슈트룩을 고수하지만, 조선말로 노래 부르는 것이 금지됐던 일제강점기 작곡가로서 삶이 반영된 애잔함이 패션에도 고스란히 배어있다.

이는 일제강점기 모던 보이 패션을 완벽하게 재현한 1937년 배경의 영화 ‘모던보이’ 속 해명(박해일)의 슈트와 비교된다.

이처럼 ‘해어화’와 ‘모던 보이’는 식민지 시대를 산 남자들의 극과 극의 삶을 투영했다는 점에서 일제강점기 패션사를 꽤 뚫는 의미 있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모던 보이’와 ‘해어화’의 영화의상감독 조상경은 “(일제강점기) 당시 여자는 1910년에서 40년대까지 패션이 다 다르지만, 남자는 사실 거의 변화가 없다. 대부분이 쓰리피스 슈트룩을 입었다는 것 외에 특이한 점은 없다”고 설명했다.

“‘모던보이’ 해명과 달리 ‘해어화’ 윤우는 작곡가이기 때문에 아티스트라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구김이 많이 가는 소재를 쓰고 내추럴 컬러를 사용했다”고 차이점에 대해 밝혔다.

영화 '모던보이' 박해일

‘모던보이’ 박해일은 칼라가 달린 베스트에 잘 다림질된 화이트 드레스셔츠와 넥타이를 갖춘 쓰리피스 슈트룩으로 조선총독부 1급 서기관이라는 A급 엘리트 의식을 드러낸다.

이뿐 아니라 블루 옐로 핑크 등 다양한 파스텔컬러 슈트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은 물론 파나마햇을 써 슈트에 엣지를 주는 등 시대적 아픔보다 자신이 서 있는 현재를 즐기는 성향을 표현했다.

영화 '해어화' 유연석

반면 ‘해어화’ 유연석은 모델처럼 장면마다 각기 다른 슈트를 입고 나오는 박해일과 달리 초콜릿 브라운 컬러의 쓰리피스 슈트룩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며칠 계속 입은 듯 보이는 화이트 드레스셔츠와 느슨하게 맨 타이까지 영락없는 삶이 순탄치 않는 작곡가 모습 그대로다.

조상경은 “양복을 입고 잠이 들기도 하고 한 옷을 며칠 입는 것이 작곡가 윤우의 캐릭터다. 따라서 극 중에서 슈트를 몇 벌 갈아입기도 하지만 거의 차이가 드러나 않을 정도로 비슷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구김이 간 자연스러운 질감의 셔츠 착장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 역시 윤우의 성향을 설명하게 위한 장치들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모던보이’와 ‘해어화’는 10년 남짓한 시간 차이보다 식민지 시대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 생각의 차이가 만들어낸 해명과 윤우의 삶의 간극이 패션에서도 정확하게 갈렸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해어화’ ‘모던 보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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