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데이’ 청춘의 길목에서 청춘을 잃다 [시네프리뷰]
입력 2016. 03.16. 08:59:13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영화 ‘글로리데이’(최정열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정하는 시기를 보내며 영광의 날을 맞아야할 네 명의 스무살 청춘들이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며 세상을 알아가는 내용을 담았다.

예측불허의 정글 같은 세상에 뛰어는 순수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글로리데이’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면서 어른이 돼가는 기존의 청춘 성장영화와는 다른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관객의 뒤통수를 친다.

영화는 영광의 날이라는 제목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개된다. 앞으로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 전혀 모른채 해병대 입대를 앞둔 상우(김준면)를 배웅하기 위해 다같이 포항으로 내려간 용비(지수), 지공(류준열), 두만(김희찬)이 해맑게 웃으며 바닷가를 향해 뛰어가는 첫 장면에서는 스무살 청춘들의 푸름, 풋풋함, 순수함이 느껴진다.

어른이 됐음을 기뻐하면서도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여행을 즐기던 네 명의 친구들은 여자가 남자에게 맞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 이에 용비는 남자를 말리지만 남자는 여자를 향해 계속 폭력을 휘둘렀고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용비는 참지 못하고 남자에게 폭력을 가한다. 그렇게 네 사람은 폭행사건에 휘말리게 됐고 경찰에 쫓긴다. 그 과정에서 상우는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상태에 빠지게 된다.

용비는 이를 목격하고 경찰에 잡혀 지구대로 끌려가게 된다. 친구들을 부르면 상우가 있는 병원에 보내주겠다는 말에 친구들을 불렀지만 경찰이 병원에 보내줄 생각이 없자 용비는 난동을 부리게 되고 용비, 지공, 두만은 그렇게 경찰서에 가게 된다. 처음으로 경찰서에 가게 된 네 명의 친구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모든 일을 사실대로 말하고 일이 잘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증인으로 온 여자(이지연)는 “아이들이 나를 도와준게 아니다. 남편에게 맞지 않았다”고 거짓증언하며 “남편이 죽었다”고 말한다.

이를 들은 용비, 지공, 두만은 “아니다, 죽지 않았다. 살아있었다. 도와주려고 했던게 맞다”고 호소하지만 경찰은 이들의 진실을 들어주려 하지 않는다. 진실보다는 사건해결에 관심이 있는 경찰은 이들에게 “누가 죽였냐”를 묻는다. 이후 경찰서로 향한 지공의 엄마(문희경)는 오팀장(김종수)에게 “아들을 잘 부탁한다”며 서울시의원인 남편의 명함을 주고 두만의 아빠(유하복)는 돈을 쥐어준다. 용비의 형(김동완)은 용비에게 “왜 끼어들어서 이런 일을 당하냐. 네가 그런다고 세상이 아름다워질 줄 알았냐”고 책망한다. 하지만 이는 용비가 아닌 세상을 향한 책망으로 느껴진다.

지공과 두만은 자신들이 살인죄로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게 되고 친구에게 죄를 덮어씌우라고 강요하는 부모의 말을 떠올리며 믿고 의지하던 친구를 배신해야하는 상황에 서로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낮에 보여준 밝고 장난기 많은 스무살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겁에 질린 눈빛과 덜덜 떠는 손 등이 이들이 느끼고 있을 두려움을 말해준다.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으로 인해 변해가는 청춘들의 모습이다. 선한 의도로 선한 일을 행했던 이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일들이 흘러나가자 당황하고 방황한다. 찬란하고도 짧은 낮을 보낸 후 암울하고도 긴 밤을 지내온 이들이 앞으로 선한 의도로 선한 일을 행할 수 있을까.

진실을 보지 않고 사실만을 보려는 세상과 그 과정에서 거짓을 강요하는 어른들을 보면서, 지금껏 마주한 적 없던 세상과 마주하면서 자신들이 갖고 있던 순수함을 잃고 무력하게 그 세상에 순응해나가는 이들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함께 답답한 마음이 들게 한다. 러닝타임 93분.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24일 개봉.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글로리데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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