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여진, ‘설렘’의 소중함을 아는 ‘천상’ 배우 [인터뷰]
입력 2016. 03.21. 15:02:12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배우는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배우의 성장 과정은 인간으로서 치르는 생물학적 사회적 성장과정과는 다른 수많은 갈등 상황에 내던져지고 그 가운데서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게 된다.

MBC ‘옥중화’ 다모 유금이를 통해 지상파 드라마 복귀를 앞둔 안여진은 곽 상궁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MBC ‘마의’(2013년 3월 종영) 이후 다시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배우로서 진정성에 대한 의문의 답을 찾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안여진은 영문학도였던 대학 재학시절 영어 연극으로 배우의 첫발을 내디딘 이래 희로애락과 성장통을 겪으면 배우로 성장해왔다. 짧지 않은 세월이지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에서였다는 말로 배우로서 속내를 털어놨다.

◆ 신스틸러 안여진의 홀로서기 : ‘마의’ 곽 상궁

그녀를 신스틸러로 세운 ‘마의’가 배우로서 그녀의 인생 전환점인 동시에 갈등의 시작이 됐다.

‘마의’를 하기 전까지 안여진은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가 강했다. 이병훈 국장은 그녀의 이런 이미지를 MBC ‘대장금’과 ‘마의’를 통해 하나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대장금에서는 차갑고 냉정하고 도도한 이미지였죠. 당시 이병훈 국장은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어요. 이미지 자체가 깔끔하고,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주려고 했데요”

그러나 그녀가 신스틸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아이콘화된 이미지의 틀에 박히지 않은 ‘역할 비틀기’ 때문이었다. ‘마의’에서 자신의 이런 고착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배우로서 안여진은 물론 그동안 미디어에서 보인 상궁 이미지를 뒤바꿨다.

“(‘마의’를 하면서) ‘이미지를 좀 이렇게 하면 안 돼요’라고 이병훈 국장에게 제 의견을 말했어요. 곽 상궁은 공주를 유모처럼 어려서부터 키웠잖아요. 공주도 제가 엄마 같고 성격도 저랑 비슷할 거 같았죠. 정성을 다해서 키웠고 그래서 서로 닮아있는 거, 그래도 중심은 흔들리지 않고 닮아가는 거. 이런 가정 아래 (연기를) 해봤는데 재미있었어요. 무엇보다 이병훈 국장이 수위 조절을 잘 해주셔서 더 좋은 그림이 나왔죠”

실제 이런 설정에 따라 숙휘공주(김소은) 마군관(이관훈) 곽 상궁 셋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순간 시청률이 올라가는 등 기대 이상의 효과를 냈다.

◆ 배우 안여진의 홀로서기 : ‘옥중화’ 다모 유금이

이처럼 ‘마의’는 배우 안여진을 신스틸러로 주목받게 했지만, 인간 안여진에게는 크나큰 시련의 시기였다.

“‘마의’하면서 배우로서는 행복했지만, 몸은 굉장히 피곤했어요. 당시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러면서 몸과 마음이 더 힘들어졌죠. 거식증까지 걸려 체중이 38, 39kg까지 내려갔어요.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피곤하고 면역력이 바닥까지 떨어졌어요”라며 당시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했다.

소속사나 매니저가 없는 그녀는 빡빡한 일정의 사극이 쉽지 않았다. 더욱이 어머님을 떠나보내고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 안여진이 아닌 곽 상궁으로 기억되는 것조차 멍에처럼 느껴졌다. 결국 건강검진에서 혈액암 진단을 받고 끝을 기약할 수 없는 투병이 시작됐다. 그런데 막상 병명을 듣고 나니 인간 안여진의 초 긍정 마인드가 다시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고 당시 기억을 끄집어냈다.

“‘이게 내 길인가’ 하는 생각,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죠. 그런데 그런 워낙 초 긍정 마인드라 (암 진단을 받고) 무조건 놀았어요. 감사했어요. 아마 그렇지 않았으면 암세포가 저를 이겼겠죠”

그렇게 2년이 지나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안여진을 신스틸러로 만든 이병훈 국장이 다시 그녀를 찾았다.

“(이병훈 국장이) 제가 아팠던 걸 늦게 아셨어요. ‘안여진씨 많이 아팠다면서요. 제가 힘내라고 선물 하나 드릴게요. 작품 하는데 저하고 같이해요’라며 저를 다시 불러주셨어요. 너무 감사한 게 이번에는 다모 역할이라며, ‘‘마의’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줄 알았는데’라며 저보다 더 아쉬워 하시더라고요. 감사했죠”

이렇게 그녀에게 새로운 역할이 주어졌다. ‘마의’에서 곽 상궁으로 김소은 이관훈과 합을 이뤘다면, ‘옥중화’에서는 다모 유금이로 진세연 정은표와 새로운 합을 맞춘다.

“아프면서 제가 너그러워졌더라고요. 사람을 대하는 거, 세상을 보는 것도 너그러워지고, 상대방 입장이 돼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늘 조바심 나고 하루하루를 ‘어떡하지’ 걱정하면서 보내기 일쑤였는데 스스로 인정하면서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바뀌었어요”

이런 그녀의 변화는 배우로서 작품을 대하는 방식까지 바꿨다.

“예전에 작품을 대할 때는 작품 속에 빠져 들어가야 할 것 같고, ‘왜 안 돼, 왜 안 돼지’로 고민했었는데 180도 바뀌었어요. 나를 열었어요. 내 맘과 몸을 여니 작품 속 인물이 편하게 들어오더라고요. ‘내가 가서 놀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안여진은 배우로서 자신의 정체성 찾기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열면서 배우로서 배움에 대한 욕구가 생긴다는 그녀는 박신양이 스승이 돼 기성 연예인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포맷의 tvN ‘배우학교’를 보면서 공감과 부러움이 교차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박신양은) 배우로서 자신을 열어놓고 있더라고요. ‘맞아. 바로 저거야’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나를 열어놓지 않으면 어떤 캐릭터도 못 들어와요. (박신양은) 몸과 마음과 정신을 다 열어놨더라고요. 저는 그걸 늦게 깨달았는데 (‘배우학교’는) 박신양 씨가 스승이 돼서 그걸 알려주잖아요. 스승이, 누군가가 그걸 알려주면 좀 더 빨리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스승이 누군가가 중요한 거겠죠”

그녀는 오랜 시간 연기를 해왔지만, 배우로서 ‘배움의 가치’를 시간이 흐를수록 더 절감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안여진은 대학교에서 영어 연극을 하던 시절 외국인 지도교수의 이미지 트레이닝 수업을 아직도 일상에서 습관처럼 하고 있다. 배우는 평생 자신을 단련하는 끊임없는 트레이닝 과정으로, 그녀에게 주어진 일상이 배우로서 성장 과정이기에 하루하루가 설레고 소중하다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천상’ 배우의 후광이 내비쳤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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