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서울패션위크-패션코드, 국가 행사의 난장 일기 [패션톡]
입력 2016. 03.24. 09:48:51

2016 FW 헤라서울패션위크(위) : 패션쇼 시작 3분 전까지 좌석이 채워지지 않은 모습, 패션코드 2016 FW(아래) : 23일 개막일 모습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지난 22, 23일 하루 간격으로 개막한 2016FW 헤라서울패션위크와 패션코드 2016 FW가 목표 설정의 한계를 드러내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지자체와 정부 지원 행사의 허점을 드러냈다.

헤라서울패션위크와 패션코드 모두 ‘철저한’ 바이어를 위한 행사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으나 접근 방식 전혀 달랐다. 그럼에도 취지와는 다르게 전개되는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 산하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하는 헤라서울패션위크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VIP를 위한 잔치’ 인 듯 바이어와 프레스를 철저하게 엄선하고 관객 역시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왔다. 그러나 이런 검증은 단 한 시즌 만에 한계를 드러내 올해는 ‘엄선이되 엄선이 아닌’ 기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헤라서울패션위크는 패션쇼를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겠다’라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쳐왔지만, 지난 시즌에는 이런 의지로 빈 공간이 생긴 좌석을 패션 전공 학생도 아닌 블로거와 런웨이 무대에 오르는 스타를 응원하기 위해 불사의 항쟁으로 표를 획득한 팬들이 채웠다.

결국 스타를 런웨이에 세우지 못한 브랜드들은 좌석 1/3 이상이 텅 빈 채 패션쇼를 진행해야 하는 안타까운 장면이 이번 시즌에도 시정되지 못한 채 이어졌다.

더욱이 올해는 서울패션위크를 동대문 소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영등포 소재 대선제분공장으로 분산 개최하면서 패션쇼를 보기 위해 열악한 교통편을 뚫고 서울 시내 전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패션코드는 아웃사이더들의 잔치인 듯 남산 초입에 있는 남산제이그랜하우스라는 개최 장소부터 수주전시회라는 명분에조차 걸맞지 않았다. 웨딩홀로 쓰이는 이 장소는 전시를 진행하기에 열악할 구조일 뿐 아니라, 접근이 어려워 외국 바이어는 물론 국내 바이어들조차 끌어들이기 힘든 곳에 위치해 있다.

이뿐 아니라 작은 전시장조차 브랜드 참가수가 적어 패션쇼에 참가하는 브랜드들이 빠지고 나면 공간이 텅 비는 등 수주전시회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낯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헤라서울패션위크는 수장인 정구호 총감독은 브랜드 디렉터로 패션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총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그동안 쌓아온 VIP 마케팅 분야의 독보적 역량을 서울패션위크에 쏟아 붇고 있다. 그러나 럭셔리 브랜드와 서울패션위크의 규모는 물론 방향이 전혀 다른 데서 오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 밀어붙이기 식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서울패션위크가 외양과 문구만 화려한 행사로 고착화 돼가는 양상이다.

패션코드는 운영자의 의도 자체가 의뭉스럽게 느껴질 만큼 정체성을 상실한 모양새다. 패션에 대한 이해도는 차치하고라도 할당된 예산을 쓰기에 급급한 듯 비춰지고 있다.

국가 행사는 이전부터 대표적인 ‘호구’ 프로젝트로 알려져 왔다. 예산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장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일단 한 번 발을 들이면 ‘밑지지 않는 장사’라는 인식이 공공연히 퍼져있다.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드러내는 서울패션위크와 적당히 묻어가려는 듯 비춰지는 패션코드 양 측 모두 결과적으로 실속 없기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것도 모자라 난장이 돼가는 판세가 회를 거듭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지조차 현재로서 그 어느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시크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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