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라서울패션위크, 배려도 관객도 부족한 ‘패션 이벤트’ (SFW 2016FW)
- 입력 2016. 03.26. 12:13:10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2016 FW 헤라서울패션위크’의 ‘바이어 중심 행사’라는 비전을 빗나간 일관성 없는 운영에 대한 관련업계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헤라서울패션위크 현장 : 문래동 대선제분공장(제너레이션 넥스트 서울)(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아래)
서울패션위크는 정구호 총감독 부임 후 지난 2015년 10월 열린 2016 SS 컬렉션부터 바이어가 중심이 된 행사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표명해왔다. 이를 두고 행사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기도 했으나, 변화를 위한 첫발이라는 명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강하게 반기를 들었던 이들조차 대부분 한발 뒤로 물러서며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지난 22일 개막한 정구호 총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2016 FW 헤라서울패션위크’는 깊은 늪에 빠진 듯한 모양새다.
◆ 트레이드 쇼, 누구를 위한?
트레이드 쇼 내 바이어와 업체 간 상담이 이뤄지는 부스 외에 한쪽 공간에 구성된 바이어 라운지는 비즈니스 미팅이라는 푯말을 단 횡 한 공간이 전부였다.
이에 대해 서울디자인재단 관계자는 “원래 해외 트레이드쇼는 바이어룸이 별도로 없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패션계 관계자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트레이드쇼는 개최되는 나라, 지역에 따라 다 달라 ‘해외는 이렇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것.
한 해외전시 에이전시 관계자는 “프레스룸과 바이어룸 내지는 VIP룸은 전시회 별로 상황이 다 다르다. 프랑스 파리에서 이뤄지는 전시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프레스룸과 VIP룸을 갖춰놓는 경우가 많고, 독일에서 개최되는 전시들은 프레스룸과 자료실이 마련돼 있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전시들은 일반적으로 프레스룸과 바이어룸이 별도로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덧붙여 “미국에서 개최되는 트레이쇼의 경우 프레스룸과 바이어룸이 없다는 것뿐이지 행사가 열리는 전시장의 주변 환경이나 전시 운영사 측의 바이어 관리 시스템이 체계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시장에 여유 있는 공간의 카페테리아가 설치돼있을 뿐 아니라, 미국 ‘코트리’ 운영사인 ENK는 바이어 관리 전담팀을 별도로 두고 바이어 동선에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관리 체계가 놀라울 정도라는 것.
또 다수의 해외 전시에 참가한 한 업체 관계자는 “해외 전시와 서울패션위크의 트레이드쇼는 동등 비교를 할 수 없다. 해외 전시는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수주를 위해 스스로 찾아오는 바이어들이 대다수다. 그들은 수주 자체가 목적이어서 바이어 룸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다”며 “그러나 냉정하게 서울패션위크는 ‘모시고’ 오는 바이어가 다수인데 그들에게 상담하고 쉴 만한 안정된 공간이 없다면 누가 전시장 안에 머물러있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바이어 라운지는 대선제분공장에 마련돼 있다’는 공지를 보고 그 곳까지 갔는데 비즈니스 미팅이라고 마련돼 있는 공간에 통역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통역이 왜 거기 다들 모여 있는지도 궁금했다”고 말했다.
◆ 시민이 참여하는 ‘드림 오브 드림’ 수주쇼?
이뿐 아니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는 주얼리 바자회를, 대선제분공장에서는 푸드트럭 존을 일반 참관객에게 오픈하고 시민을 위한 행사 일환으로 애장품 트레이드를 진행하는 등 초기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패션과 시민을 아우르는 행사는 이미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강남구청의 강남패션페스티벌은 신진디자이너 콘테스트와 함께 개최되며 패션 상권으로 강남의 기사회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상권 관계자는 물론 명분 없는 디자이너 콘테스트에 대한 패션계의 반감과 시민들의 냉대까지 실속 없는 축제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주얼리바자회에 참가한 한 업체의 현장 판매담당은 “참가비만큼은 팔리는 것 같다”고 모호하게 답변해 과연 바자회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 텅빈 VIP석, 주인은 어디에?
이 가운데 진짜 꽉 들어차야 할 패션쇼장 안은 유명세를 치른 디자이너들조차 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 인기 디자이너들은 공식 일정에서 빠지고, 패션위크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재단과 게스트 운영에 관한 내용이 막판까지 혼선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부 디자이너들은 관객을 채우지 못한 채 쇼를 진행했다.
기업이나 개인 이름이 붙은 지정 좌석 대부분이 공석인 채로 남아있는 등 사전 좌석 조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나마 올해는 연예인조차 참여율이 저조해 패션쇼장으로 모이는 인파와는 달리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패션쇼를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한 패션계 관계자는 “패션위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 시즌에는 ‘그들만의 잔치’라도 됐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아닌 듯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울패션위크가 개혁의 칼을 빼든 이후 치른 2회 행사만으로 개혁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스스로 ‘자기반성’을 하고 있는가이다. ‘신념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두 번의 행사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서울패션위크’만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객관적 시각이 필요할 때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시크뉴스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