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배우’ 오달수, 그가 말하는 배우로서 책임의 무게 [인터뷰]
- 입력 2016. 03.30. 09:32:21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영화 ‘괴물’부터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까지 7편의 천만영화에 출연하며 천만요정으로 불리는 오달수가 영화 ‘대배우’를 통해 첫 주연을 맡았다.
천만요정 조연을 거쳐 이번에 오달수가 주연을 맡은 ‘대배우’ 장성필은 20년째 연극생활을 해온 무명배우로 그와 많이 닮아 애잔함을 더했다. 오달수는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해 연기를 시작했다. 연기를 시작한지 20년이 넘었지만 그와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만으로도 아직도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깊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만년 조연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첫 주연을 맡은 그는 ‘주연 출연작’이라는 점 보다는 ‘대배우’라는 영화 제목에 의미를 부여했다. 연극배우로 시작해 영화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영화 속에서만큼은 조연과 주연의 구분보다는 배우로서 자신이 나오는 장면에서 얼마만큼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느냐가 ‘진정한’ 배우라는 자신의 ‘배우관’을 강조했다.
‘대배우’에서 오달수는 주연으로서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동안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흡입력 강한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를 채워나갔다. 하지만 그는 “주연으로서 아직 부족하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영화를 찍으면서 주연으로서 책임감이라든지 감독님과 함께 영화를 이끌어 가는 힘 등이 아직까지 부족해서 주연으로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언론시사회 때 ‘대배우’를 처음 봤는데 관객들 앞에 털어놓는 게 긴장이 돼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도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다음날 자고 일어나 전날 봤던 영화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나서는 그런 부담감을 많이 내려놓게 됐어요. 첫 주연인데 잘 나와야할텐데 하는 부담은 물론 있지만 성과물에 대한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니까요. 영화를 본 게 저한테 큰 위안이 됐죠. 영화가 잘나와서라기 보다 편안하게 봤어요. 편안한 영화 하나 봤다, 그 정도면 이제는 한시름 놔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를 시작으로 영화에 출연한 오달수는 이후 ‘올드보이’ 등 다양한 영화를 통해 주연에 버금가는 존재감을 보여 왔다. 영화 속에서 배우는 주연과 조연으로 나뉘지만 오달수에게 주연과 조연의 의미는 달랐다. 그는 영화는 혼자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연과 조연을 나누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영화는 장면과 장면이 이어져서 완성되는 것이잖아요. 영화 전체의 주연이 물론 있지만 하나의 장면에서 그 장면의 주인공은 또 따로 있죠. 그 장면의 주인공이 주인공이고 그 장면에서 자기가 해야할 몫을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 진짜 주연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주조연을 나누는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달수에게 배우라는 호칭은 특별했다. ‘대배우’에서 장성필의 아내는 휴대폰에 장성필을 ‘대배우’라고 저장해놨다. ‘대배우’라는 영화의 주연을 맡은 오달수는 배우라는 호칭을 듣는 것만으로도 감동했다. 그런 그에게 자신을 배우로 인정해준 사람에 대해 묻자 연기를 가르쳐준 스승인 연출가 이윤택에게 처음 배우라는 호칭을 들었던 일을 떠올렸다.
“대배우라는 호칭은 아무데나 갖다 붙일 수 있는 그런 호칭은 아니죠. 4~5년 전쯤 이윤택 선생님이 희곡전집 열권짜리 한질을 저한테 보내주셨는데 거기에 ‘배우 오달수에게’라고 써주셨어요. 그때 굉장히 감동스럽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인심이 후해서 어지간하면 배우라고 불러주는데 외국같은 경우는 어지간한 사람한테 배우라고 잘 안 불러주거든요. 이윤택 선생님도 아무한테나 배우라는 호칭을 붙여주지 않으세요. ‘누구야, 누구씨’하고 부르면서 배우라는 호칭을 함부로 안 쓰시는데 이 선생님이 배우라고 불러주셔서 감동했던 기억이 있어요.”
‘대배우’는 연극배우 장성필의 삶을 주로 다루고 있다. 대중들은 연극배우라고 하면 가난하고 고달픈 삶을 떠올리겠지만 장성필과 극단 배우들은 함께 술 한 잔하며 위안을 삼는다. 이들이 생활고로 인해 힘들어하는 모습을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 오달수 역시 연극배우들이 밝게 나오는 것에 대해 “그게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하는 사람들이 궁핍하기는 해도 그것을 다 견디면서 밝게 살아가고 있어요. 자기가 좋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언젠가는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기 때문에 밝게 나온 게 오히려 더 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들 어디서 술값들은 나오는지 하루도 안 빼고 술을 마시죠. 대학로 상인들은 배우들이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안주값이나 내려주면 좋겠어요.(웃음)”
하지만 장성필이 돈으로 인해 힘들어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낮에는 연극, 밤에는 대리운전까지 하면서 생활비를 벌었다. 아내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다가 다치고 만다. 그런 엄마를 보며 아들은 엄마의 병원비를 걱정한다. 이러한 연극배우의 현실에 오달수는 “연극하는 사람들이 이기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렇기 때문에 게으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연극과 생활을 모두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저도 연극할 때 아르바이트도 많이 해봤고 주유소에서 새파랗게 젊은 청소년들하고 같이 기름도 짜보고 했어요. 그들에게 ‘월급 받으면 뭐 할래?’라고 물으니 ‘오토바이살 거예요’ 그러다라고요.(웃음) 그런 친구들하고 같은 방에 뒹굴면서 일일 삼교대로 일했죠. 이기적이 되지 않으려면 부지런해야하죠. 그런 면에서 제가 주진모 선배님을 멘토로 삼고 있어요. 주진모 선배님과 ‘인류최초의 키스’라는 작품을 같이 했는데 그때 주진모 선배님께 감명을 받았죠. 공연전 까지 공연은 막노동을 하다오셨어요. 늘 신고 다닌 신발이 등산화, 안전화 같은 것들이었죠. 공연 끝나고 술 드시고 또 새벽에 일하러 가시고 하셨어요. 그 정도로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하셨죠. 결론은 연극을 하면서 식구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행복하려면 부지런해야한다는 거예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