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실’ 송일국 “시대 앞서간 천재 장영실, 안타까웠죠” [인터뷰]
- 입력 2016. 03.30. 18:12:29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장영실로 산 소감이요? 안타까웠죠. (드라마)하기 전에는 그렇게 까지 대단한 분인 줄 몰랐어요. (촬영)하면서 느꼈어요. 너무 시대를 앞서간 천재가 아니었나 싶어요. 지금 태어났으면 과학으로 한국을 빛내셨을 텐데.”
송일국은 30일 오전 서울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매체들과 만나 최근 종영한 KBS1 주말드라마 ‘장영실’과 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송일국은 ‘장영실’을 통해 그간 맡아오던 왕이나 장군이 아닌, 노비 역할에 처음 도전하게 됐다. 유독 역사적 인물을 많이 연기한 그는 자신의 이미지가 캐스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장영실에 캐스팅 된 것에 대해선 의외였다고.
“작품 들어가기 전에 인터뷰를 통해 (이번 작품이)‘아이들의 선물’ 이라고 했다.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하면서 아이들이 (내)이미지를 많이 바꿔준 것 같다. 김영조 PD도 ‘송일국에게 저런 면이 있었구나’ 느끼고 캐스팅 해 주셨다 들었다. 장군이나 왕을 연기할 때와 차이를 두기 위해 톤 조절을 하고 많이 내려놓으려 했다. 그동안 톤에 힘이 들어간 것을 했는데 지금은 노비에서 출발하다보니 그런 걸 빼려 노력했다. 장군이나 왕(역할을) 할 땐 소리 지르고 했었는데 이번엔 자꾸 굽실거리려니 짜증이 났다.(웃음) 현장에서 스트레스 풀려 소리도 많이 지르고 연습 전 일부러 무거운 톤으로 연습했다. 장난으로.”
드라마 ‘장영실’은 15세기 조선의 과학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국내 최초 ‘과학사극’이다. 이번 드라마는 과학 사극이란 타이틀에 맞는 작품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냄으로서 과학사극이란 장르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동시에 ‘정도전’과 함께 KBS 사극에 희망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대하사극 치곤 다소 짧은 24부작으로 막을 내린 것에 대해 일각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를 냈다.
“짧은 사극이 처음이어서 하다 만 것 같다. 드라마 특성상 CG(컴퓨터 그래픽)가 많아 사전 제작을 많이 했다. 게다가 PD님이 밤 새는걸 싫어해 지금껏 사극 촬영한 것 중 체력적으로 가장 쉽게 촬영했다. (반면)정신적으로는 가장 어려웠다. 대사의 용어도 어렵고 한 신이 엄청 긴 것 들이 있는데 작가선생님 스타일이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게 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대사를 몰아줬는데 외우느라 힘들었다. 뇌가 흘러내리는 줄 알았다.”
최근 사극들은 제작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전투신이 적은 시대로 고개를 돌리거나 심지어 전투신을 생략해버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장영실’은 전투신 걱정은 없었겠지만 제작비 고충을 피해갈 순 없었다.
“소품팀이 굉장히 고생이 많았다. 그걸(과학 기구들을) 다 재현해야 했는데 모두 원리를 알면서도 너무 정교해 조금만 틀어져도 작동을 안 했다. PD님과 소품팀이 제작비 부족으로 마지막까지 힘들었다. 소품은 비용이 들어간 만큼 퀄리티가 나오는데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고생이 많았다.”
그는 실제 장영실과 닮은 면이 있었다. 장영실처럼 손재주도 있었고 심지어 설계도는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거의 모두 그려냈다.
“원래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려 했었다. 1‧2‧3점투시는 기본적으로 할 정도가 된다. 소품팀 보단 내가 더 잘 그렸다. 원래 고치는 걸 좋아한다. 가정용드릴과 달리 더 큰 전동드릴이 있는데 집에 종류별로 갖추고 있다. PD님이 기계치신데 좋아하더라. 자격루(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물시계)의 원리를 내가 가장 정확히 알고 있었다. 자격루를 복원한다고 했을 때 정교하지 못해 작동을 안 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처음 풀샷을 찍을 때 내가 하니까 되더라.”
이런 그도 ‘허당’ 스러운 면이 있었다. 이날 힘을 줘 이야기를 하다 탁자를 손으로 쳐 내리면서 현장에 있던 한 기자의 노트북이 작동을 하지 않게 됐다.
“진짜 현장에서도 내가 소품을 많이 부쉈다. ‘일국오빠 손에 못 닿게 하라’고 농담들을 했다. 초반에 내가 노비였을 때 준비해둔 통나무를 스태프 중 가장 큰 친구도 못 끌었다. 다들 ‘저걸 사람이 어떻게 끄느냐’며 ‘촬영 못한다’고 했다. 내가 ‘한번 끌어보겠다’ 했는데 끌렸고 그 장면이 (방송에)나왔다.”
앞서 ‘대왕세종’(2008)에서는 이천희가 반항기 넘치는 은둔형 천재 콘셉트의 장영실을 연기했다. 반면 송일국은 착하고 어찌 보면 곰 같은 장영실을 연기했다.
‘곰 같다’는 말에 송일국은 한참을 웃었다. 그는 “‘노비가 너무 잘 먹는 거 아니냐’는 댓글을 누가 보고 얘기해 주더라.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됐다. ‘살을 조금 더 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PD님과 (체중감량을 하기로)약속 했는데 못 지켜 죄송하다.”
‘대왕세종’에 함께 출연한 김영철에 대한 말이 나오자 그는 선배 연기자들과의 인연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김영철 선배님이 엄청 챙겨주시더라. 예전에 ‘야인시대’(2002~2003)에서 할아버지(김두한) 역할을 하셨는데 그래서인지 잘 해주시더라. 전작(영화)엔 이대근 선생님이 나오셨는데 외조부 역할로 스타가 되신 분이라 그런지 잘 해 주셨다. 현장에서 조상 덕을 많이 본다.”
그에게 ‘슈퍼맨’, 그리고 삼둥이와 아내는 ‘장영실’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슈퍼맨’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의 새로운 모습은 드라마 캐스팅으로 이어졌고 그가 출연을 하도록 결심하게 도와준 사람이 아내다. 아이들과 아내 얘기가 나오면 미소를 잃지 않는 그의 얼굴에서 가족에 대한 무한 애정이 드러났다. 온라인상에서 댓글을 잘 확인하지 않는다는 그는 “아이들 것은 본다”며 삼둥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 찍는 게 취미 중 하나라는 그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사랑해 주는 팬들을 위해 SNS를 시작했다.
“‘장영실’이 끝나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는데 놀랐다. 2주 만에 (팔로워 수)100만 명을 돌파했다. (‘슈퍼맨’ 끝난 뒤)궁금해 하고 아쉬워 하기에 아이들 사진을 올려야겠다 생각했다. 사실 그 전부터 계정은 갖고 있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해 보기만 하고 있었지 올리진 않았다. 집에 외장하드 10테라(바이트) 짜리가 두 개다. 그 외 외장하드가 엄청 쌓여있는데 농담으로 ‘블랙홀 하드’라고 한다. 들어오기만 하고 나가질 않는다. (인스타그램을)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게, 국내팬보다 해외팬이 많더라. ‘해외팬들이 궁금해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핸드폰사진만 올리고 있는데 외장하드 사진은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팬들이 인스타그램 잘 하라고 핸드폰도 바꿔주셨다. 정확히는 내 팬이 아닌 삼둥이 팬들이.(웃음)”
송일국은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제주 여행을 떠났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주여행 사진을 공개하며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는 제주 여행을 떠나던 당시 기내에서 우연히 ‘슈퍼맨’ 동료이자 소속사 식구인 강혜정을 우연히 마주쳤다.
“아내가 촬영하는 동안 고생이 많았다. 스태프들도 그렇고. 원래 드라마 끝나면 꼭 여행을 간다. 그때 아니면 못 갈 것 같아서다. 제주가는 길에 같은 비행기에서 우연찮게 마주쳤다. 다음달 초에 (서울에)온다더라. 혜정 씨가 (‘장영실’ 찍느라)고생 많았다고 하더라. 아내가 거기 계시는 분과 친하셔서 한 컴퓨터 박물관에 갔다. 컴퓨터 게임에 대해 부정적이었는데 폭력적이지만 않으면 아이들이 접하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날 처음 알았다. 아내가 모든 게임을 섭렵했단 걸. 초창기 것부터 다 실제로 해볼 수 있게 돼있다. 난 컴퓨터 조립을 했다. CPU(중앙처리장치)를 다 조립할 정도였다.”
그는 과거 ‘사극 이미지가 강해 피해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고 ‘장영실’을 하게 됐다. 그는 앞으로의 사극 제의에도 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인 듯 했다.
“신기하게 (‘장영실’은)딱 정말 하고 싶을 때 들어왔다. 문관보다 무관 이미지 강해서 정 반대 캐릭터가 아쉬웠다. 내 스타일 자체가 얼굴이 클래식해 시대극, 사극이 잘 맞는 것 같다. 실제 사극이 현대물보다 더 잘되기도 했고.”
현대극을 욕심낼 만도 한 그에게 해보고 싶은 캐릭터를 물으니 웃음이 나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해 영화 ‘타투’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과감히 연기 변신을 한 그는 연기에 대한 다양한 도전을 갈망하는 모습이었다.
“들어오는 대로 해야 한다. 애 키우는데 돈 정말 많이 들어간다. 이젠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닌 것 같다. 저예산이어서 아직 개봉여부는 모르겠지만 재작년에 영화 한 편을 찍었다. ‘플라이 하이’라고. 지금껏 있어 보이는(?) 연기만 했는데 좀 없어 보이는 연기도 하고 싶어 노랗게 염색도 했다. 욕도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캐릭터다. 그런데 연기가 되더라. 그것도 아이들 선물인 것 같다. (내가) 많이 바뀌었다. 난 못 느끼겠는데 남들이 봤을 때 정말 많이 바뀌었다더라. 부드러워지고. 파격적 도전을 요하는 역할에 대해선 (출연 제의가)많이 들어왔으면 한다.”
‘장영실’에서 장영실과 뗄 수 없는 관계, 장영실의 사촌이자 그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인물인 장희제 역으로 출연한 이지훈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왔다.
“지훈이가 처음에 방향을 조금 못 잡았다. 본인이 연기를 못 하는 친구가 아닌데 사극이 처음이라 방향을 못 잡더라. 내가 누굴 가르칠 입장이 아니라 어머니(김을동)가 지훈이를 도왔다. 한 시간 동안 어머니가 가르치셨다. 어머니는 과거 유동근 전광렬 박상원 선배 등을 과거 한 시간 가르쳐 다 합격 시킨 ‘쪽집게 과외’를 하셨다. 지훈이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더라. 나와 친분이 있어서 하는 말이지만 전광렬 선배도 잊혀 지지 않는 게, 내 여동생이 ‘저 아저씨 왜 저렇게 못해?’ 할 정도였다. 지금이야 연기의 신이시다.”
이어 그는 유동근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신을 연기자의 길로 인도한 선배인 그를 그는 계속해서 따르고 있었다.
“‘용의 눈물’ 때 백수였는데 어머니를 위해 운전해드리면서 촬영장에서 유동근 선배를 뵀다. 당시 유동근 선배의 ‘내가 네 인물이면 배우 하겠다’는 말에 혹해서 공채에 응시하게 됐다. 사실 ‘슈퍼맨’ 출연도 고민이 많았는데 ‘너의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유동근 선배의 조언에 용기를 얻어 하게 됐다. 작품에 대한 판단이 안설 때 가장 많이 연락을 드린다.”
차기작을 기다리는 그는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그는 아내가 걱정할 정도의 다양한 취미와 긍정적 성격을 지녔다.
“내가 워낙 긍정적이다. 처남이 ‘살면서 저렇게 긍정적인 사람은 처음’ 이라고 할 정도다. 사진이나 컴퓨터 조립 등 격물 관심이 많다. 카메라도 좋은걸 많이 갖췄고 골프 대신 폴로를 즐긴다. 폴로라고 하면 돈이 많이 들것 같지만 골프보다 더 적게 든다. 우연히 기내 책자를 통해 제주도에 폴로 경기장이 있단 걸 알게 됐다. 설 특집 ‘바람의 말’ 때 가서 제대로 배우기 시작해 인연이 댔다. 폴로는 한 팀이 4명인데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 팀 꾸려 하는 게 소원이다.”
‘장영실’에 대한 송일국의 만족도는 높아 보인다. 시청률은 10%대로 무난하게 나왔고 대하 사극 중 가장 고가에 일본 수출을 달성했다. 송일국이 지난 2012년 독도 수영횡단 이후 일본 입국 금지를 당했기에 이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요즘 ‘애국가 시청률’도 많은데 감사하다. 첫 방송 시청률(11.6%) 보고 정말 놀랐다. 10%만 넘었으면 했는데 정말 높게 나왔다. PD님이 날 캐스팅 때 반대하는 분이 많았다더라. 일본이 큰 시장인데 일본 판매가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대하사극 중 가장 비싼 값에 팔렸다 들어 기뻤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영실의 자격루와 해시계를 직접 가서 볼 것을 권했다. 장영실을 연기하면서 그의 업적에 대해 많은 것을 느낀 듯한 그는 그가 느낀 것을 고스란히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어 했다.
“조선시대 경복궁 고궁박물관이 무료인데 한번 가보세요. 장영실의 자격루와 해시계가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직관적이고 놀라워요. 누구라도 절기와 시간을 알도록 직관적으로 만들어졌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