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욱씨남정기’ 속 K뷰티 실상 들춰내기 ‘미투상품·PB 리얼스토리’ [드라마 STORY]
- 입력 2016. 04.03. 15:12:14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JTBC ‘욱씨남정기’가 코리안 드림을 창출한 K뷰티 신화를 일궈낸 한국뷰티의 실상을 끄집어내며 논픽션과 픽션을 교묘하게 접목해 관심을 끌고 있다.
JTBC '욱씨남정기' 홈쇼핑 론칭(위)/ 미투상품(아래)
팝·드라마와 함께 한류의 커다란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K뷰티 열풍으로 한국 뷰티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뷰티시장의 성장을 일궈내며 승리감에 도취돼있었으나, 지금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다 브랜드 체제와 인수합병을 통해 대부분의 시장을 잠식했다.
드라마에서처럼 중소기업이 제품 경쟁력에 승부를 건다는 설정도 판타지에 가깝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장품 대부분이 몇몇 대형 제조업체에서 생산되고 있어 브랜드나 제품명은 다르지만, 제품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보면 제조업체가 2, 3군데에 집중돼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욱씨남정기’의 현실적인 듯 보이는 설정들이 실상은 판타지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꽤 공감할 만한 요소들로 인해 그동안 특정 직업이나 산업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들과 다른 리얼리티가 있다.
지난 5, 6회에서 다뤄진 미투상품은 K뷰티의 성장을 일궈낸 기반이 됐다. 극 중에서처럼 지금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생사를 쥐락펴락하는 수단이 됐지만, 수많은 중저가 로컬 브랜드들이 미투상품으로 지금의 위치에 올라섰다.
한때 미투상품이 상도의에서 벗어난 행태라는 지적이 있기도 했지만, 미투상품의 법적 규제가 없어 중저가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이처럼 한때 성장 기회였던 미투상품이 역으로 중소기업의 설자리를 빼앗는 요소로 역전됐다.
극중 대형 홈쇼핑업체가 제안한 PB 상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PB 상품이 꽤 유혹적으로 들리지만 결국 유통업체가 원하는 저마진의 구조의 제품을 생산해주고 나면 결국 자사 브랜드 제품 역시 그 정도 수준 이상의 평가를 받기 어려워져 결국 자 브랜드 사업에는 마이너스 효과로 귀결된다.
러블리 코즈메틱이 욱다정(이요원)의 말대로 품위를 지키기 위해 황금화장품과의 갑을 관계를 끝냈지만, 홈쇼핑 PB브랜드를 선택하는 순간 결국 또 다른 갑을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욱씨남정기’는 품위 있는 갑 정신으로 중무장한 욱다정과 생존형 을의 상징인 남정기(윤상현)를 통해 자본주의에서 갑을의 치열한 생존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러블리 코즈메틱이 자사 브랜드를 성공시킬지 여부다.
러블리 코즈메틱이 대기업의 미투상품 공격에 어떻게 대응해나갈지, 홈쇼핑의 거부하기 어려운 PB브랜드 유혹을 어떻게 승기의 기회로 전환할지 앞으로 전개될 내용이 더 궁금해진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JTBC ‘욱씨남정기’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