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보러와요’ 외면해서는 안 될 약자의 목소리 [시네프리뷰]
- 입력 2016. 04.06. 09:31:43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지난달 29일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날 보러와요’(이철하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날 보러와요’는 실제로 많이 행해지고 있는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강수아(강예원)가 남자들에 의해 강제로 구급차에 끌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환한 대낮에 사람이 많은 도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순식간에 납치해간 장면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해주며 더 큰 충격을 안긴다. 강수아는 깜짝 놀라 저항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끌려간다.
나남수(이상윤)는 잘나가는 시사프로그램 PD였지만 조작방송의혹으로 인해 정직당해 쉬는 중에 국장(김종수)이 파일럿예능프로그램을 맡기고 나남수는 복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를 수락하게 된다.
많은 소재들 중에 나남수의 눈에 띈 것은 강수아가 보낸 수첩이었다. 그 수첩에는 미술을 전공한 평범한 여자 강수아가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돼 106일 동안 지냈던 끔찍했던 시간들이 고스란히 적혀있었다. 강수아는 누가 자신을 가뒀는지도 모른 채 제 정신인 상태에서 제 정신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지냈다. 알 수 없는 약을 먹이고 폭행을 가하고 장기밀매까지 진행됐다. 이런 장면들이 길게 나오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장면들에서 강예원의 연기가 돋보인다. 처음 정신병원에 끌려와 겁에 질린 얼굴과 남자들에 의해 씻기며 울부짖는 목소리, 겁에 질린듯하면서도 멍한 표정을 하고 손톱으로 벽을 긁는 장면 등은 강수아의 감정을 설명하기에 충분할 뿐만 아니라 그의 상황에 이입하게 만들며 몰입감을 높인다.
강수아는 정신병원 화재사고로 그곳을 빠져나왔지만 의붓아버지 강병주 경찰서장(지대한)을 죽인 피의자가 됐다. 정신병원 화재사고가 있었던 날 강병주 피살사건이 일어났던 것. 나남수는 피의자가 된 강수아를 찾아갔고 강수아는 그 시간에 정신병원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수아는 실종신고도 돼 있지 않았고 정신병원 입원기록도 없었다.
영화가 더 충격적인 것은 정신병원 강제입원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정신보건법 24조에 따르면 보호자 2인과 전문의 1인의 동의만 있으면 정신병원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피해자는 주로 힘없는 노인이나 여성이다. 영화에서 강예원은 그런 피해자 중 한명인 강수아를 연기하면서 약자를 대변하고 정신병원 강제입원이라는 이슈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실제 한 가지 사건을 두고 만든 것은 아니지만 ‘날 보러와요’와 같이 돈 때문에 가족을 정신병원에 가두는 일은 뉴스를 통해서도 종종 볼 수 있듯이 실제로 많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지지만 영화로서의 재미 또한 놓치려하지 않고 있다. 이철하 감독은 언론시사회 당시 “처음부터 사회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기 위해 영화를 만든 건 아니었다. 하나의 상업영화로서 관객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서 시작했다”고 전한 바 있다.
정신병원에 감금돼 탈출을 시도하는 강수아의 모습과 누가 강병주를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 등이 스릴러로서 재미를 더한다. 러닝타임 91분. 19세 이상 관람가. 오는 7일 개봉.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날 보러와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