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어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의 끝 [시네프리뷰]
- 입력 2016. 04.07. 08:55:40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지난 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해어화’(박흥식 감독)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해어화’는 194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기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관심을 모았다. 또 최근 ‘암살’ ‘귀향’ ‘동주’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좋은 성적을 보이면서 비슷한 시대적 배경이지만 앞의 영화들과는 다른 분위기인 ‘해어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가 명인의 딸인 정소율(한효주)과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푼돈에 팔린 서연희(천우희)는 어릴 적부터 기생을 키워내는 권번에서 함께 지내며 둘도 없는 동무가 된다. 정소율과 서연희는 비록 기생이지만 예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그런 이들 앞에 정소율의 연인 김윤우(유연석)가 나타난다. 윤우는 최치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으로 당대를 풍미한 최고의 작곡가다. 윤우는 일제시대 힘들게 살아가는 민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곡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곡에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는다. 그 목소리는 소율이 아닌 연희가 갖고 있었다.
소율은 자신이 윤우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 했지만 연희의 노래를 듣게 된 김윤우는 자신이 작곡한 ‘조선의 마음’이라는 곡을 연희에게 주게 되고 연희는 권번을 나와 대중가수의 길을 걷게 된다. 연희를 자신의 음악적 뮤즈라고 생각했던 윤우는 결국 마음까지 연희에게 주게 된다. 연희 또한 윤우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사랑에 빠지게 된 과정이 편집되면서 보는 이들에게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왔다. 또한 영화가 소율의 감정을 따라가다보니 이들의 사랑은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정가에 있어서는 최고의 실력을 자랑했던 소율은 연희를 보고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욕심내면서 자신도 가수가 된다. 이들을 향한 분노와 연희를 향한 질투에 눈이 먼 소율은 점점 자신을 잃게 된다. 이후 영화 후반부에서 노인이 된 소율이 과거를 회상하며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 걸"이라는 대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효주는 이렇게 감정변화의 폭이 큰 소율의 감정선과 노역을 설득력 있게 연기해낸다.
한효주는 제작보고회 당시 “‘해어화’를 통해 지금까지 저도 보지 못한 제 얼굴이 나온다. 제가 느끼기에도 낯선 얼굴들을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했던 말처럼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욕망과 질투에 사로잡힌 얼굴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소율, 윤우, 연희 세 사람의 얽히고 설킨 이야기가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도 있지만 이외에 화려한 한복과 영상미, 40년대 경성의 거리, 한효주의 정가, 천우희의 목소리, 유연석의 피아노 실력 등 볼거리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러닝타임 120분.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13일 개봉.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해어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