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어화’ 유연석, 새로운 얼굴이 기대되는 배우 [인터뷰]
- 입력 2016. 04.12. 08:56:25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유연석의 얼굴에는 선함과 악함이 공존해 있다. 그런 만큼 유연석은 영화 ‘늑대소년’을 통해 보여준 악역과 그와 반대되는 인물인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순정남 칠봉 등 어떤 인물에게도 잘 녹아들었다. 그런 그가 ‘해어화’에서는 선도 악도 아닌 그저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던 작곡가 윤우를 연기했다.
윤우는 소율(한효주)과 그의 둘도 없는 친구 연희(천우희)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면서 두 사람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다. 1940년대 일제 강점기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민중의 마음을 달래줄 노래 ‘조선의 마음’의 주인공을 찾던 윤우는 연희의 목소리를 듣고 연희에게 ‘조선의 마음’을 불러달라고 청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서로에게 빠져들게 된다.
“음악적 뮤즈인 연희를 만나게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윤우 자신도 모르게 연희를 이해하게 되고 연민을 갖다가 또 다른 감정이 생겨난 것 같아요. 영화 속 인물들이 얽히게 되는 사랑의 감정들이 혼란스러운데 그 역시도 시대가 갖고 있는 혼란성과 연관 있다고 생각해요. 나라를 빼앗긴 그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간 만큼 인물들의 사랑에 대한 감정들 역시도 혼란스럽죠. 그런 운명에 놓인 인물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윤우에게 연희가 뮤즈였지만 오히려 윤우가 소율과 연희의 뮤즈이기도 했다. 윤우를 통해 연희는 권번을 나와 대중가수가 됐고 소율 역시 ‘조선의 마음’은 부르지 못했지만 ‘사랑 거짓말’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노래한다.
“세 사람이 서로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는 존재였던 거 같아요. 음악적인 영감을 주는 것이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서 생겨나기도 하는데 소율 역시도 ‘사랑 거짓말’이라는 노래를 남다르게 불러낸 것은 윤우가 소율에게 음악적 영감이 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윤우와 연희가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 소율은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을 잃고 변하게 된다. 이렇게 윤우와 연희의 사랑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게 된 계기 등이 편집되면서 관객들에게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왔다. 이에 대해 유연석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금은 생략됐지만 윤우가 연희를 음악적 뮤즈로서 바라보다가 연민을 갖게 되는 과정이 더 있었어요. ‘조선의 마음’이라는 곡을 연희와 준비하면서 연희를 버린 아버지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연희의 아버지가 윤우가 보는 앞에서 연희를 때리고 돈을 내놓으라고 말해요. 그리고 연희는 윤우에게 ‘이게 조선이다. 돈 몇 푼에 딸을 팔아넘기는 이게 조선의 현실이다. 당신의 노래가 조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하고 윤우는 다시 곡작업을 하게 되죠. 그런 과정이 편집되고 윤우의 감정이 급하게 변한 것처럼 보이다보니 단순히 변심한 남자로 이해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윤우라는 인물은 ‘악역’ ‘나쁜 남자’라는 표현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연석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며 윤우를 위한 변명을 내놓았다.
“저는 그렇게 자기 감정에 대해 솔직했고 본인의 그런 감정을 솔직하게 음악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당대 최고의 노래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는 죄책감은 있지만 그걸 변명하지는 않죠. 그것 역시 ‘사랑 거짓말’이라는 노래를 통해서 풀어냈고 그래서 저는 윤우에게 연민이 가기도 했어요.”
극중에서 윤우가 일본군 앞에서 북받치는 감정을 쏟아내며 ‘아리랑’을 친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일제 강점기로 인한 윤우의 서러운 감정을 드러낸 장면으로 중요한 장면 중 하나다. 유연석은 이 장면을 위해 제주도에 키보드를 갖고 가 드라마 촬영 중 틈틈이 연습을 했다고 말하는 유연석에게서 윤우를 제대로 표현해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어릴 때 피아노를 조금 치긴 했지만 윤우처럼 본인의 감정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연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죠. 그런데 윤우는 그래야만 하는 인물이어서 그의 감정을 피아노로 온전히 제가 표현하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상상을 못 했죠. 그 장면이 윤우의 피아노 실력을 뽐내는 장면이 아니기 때문에 욕심을 내고 연습을 많이 했어요. 사실은 지금의 그런 선율이 아니었고 원래 조금 더 화려한 코드도 좀 더 많이 들어갔었어요. 그런데 그때 윤우는 술에 취한 상황이고 코드를 많이 짚어낼 필요가 없다 싶었어요. 처음에는 조용히 단조롭게 치다가 점차 윤우의 감정에 따라 그냥 말하듯이 치게 됐어요. 윤우가 많이 흥분해 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치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유연석이 출연한 전작들 ‘상의원’ ‘은밀한 유혹’ ‘그날의 분위기’ 등 모두 다소 아쉬운 흥행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유연석은 흥행성적에 대해 집착하지 않으려 했다.
“물론 그런 목소리들이 들려오니 고민하지 않아야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찌됐건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하는 작품들이니 흥행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죠. 그렇지만 그런 주변의 목소리 때문에 제가 그동안 작품을 선택하면서 해왔던 것들을 바꿔버리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그에게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물어보니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한 인물을 연기하고 그를 통해서 많은 분들한테 기억이 됐던 캐릭터가 있다고 하면 이후에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하지 않았던 캐릭터라든지 장르라든지 저라는 사람이 어떤 모습을 가졌는지 궁금해 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미지를 잘하는 사람이야 보다는 궁금증이 생기는 배우였으면 하는 거죠. 작품을 선택할 때도 제가 안 해봤던, 경험하지 않았던 무언가에 대해서 더 흥미를 느끼기도 하고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