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어화’ 천우희 “천우희보다 작품 속 인물로 불리는게 좋아” [인터뷰]
- 입력 2016. 04.12. 09:11:44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영화 ‘써니’의 본드녀 상미와 ‘한공주’의 상처입은 여고생 역으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천우희가 이번에는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지난 가수 연희로 관객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연희는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유연석)가 1940년대 일제 강점기를 살고 있는 민중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노래 ‘조선의 마음’을 부르는 인물로 천우희는 영화 속 관객들과 영화를 보는 관객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했다. 이에 대해 천우희는 연희 캐릭터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털어놨다.
“사실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에 대한 부담이 굉장히 컸어요. 제가 노래를 잘해야만 이야기가 성립이 되는 거고 또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라고 계속 말해주니까 ‘내가 과연 그런 목소리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4개월 동안 기본적인 발성을 배우고 40년대의 창법도 배웠어요. 새로운 창작곡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연습을 했죠. 괴롭기도 하고 낙담하기도 한 시간들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니까 노래하는 장면이나 모습들이 잘 담긴 것 같아서 나름 만족스러웠어요”
연희가 ‘조선의 마음’을 관객들 앞에서 처음 부르는 장면은 윤우가 연희를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는 장면이면서 소율이 연희에게서 시기와 질투 등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장면으로 중요한 장면이었다. 때문에 이 장면을 잘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감정표현을 하기 어려웠던 노래는 역시 ‘조선의 마음’이었어요. 여러 버전으로 연기했는데 노래하듯이 부르기도 하고 연희가 자신이 준비했던 순간들을 뮤지컬하듯이 감정을 실어서 노래하기도 하고 손동작을 조심스럽게도 했다가 과하게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버전으로 촬영했어요. 그렇게 어떤 게 더 적합할 지 촬영하는 내내 고민하고 신경썼던 장면이었죠”
연희는 어릴 적부터 권번에서 함께 지낸 둘도 없는 동무 소율(한효주)의 질투와 시기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다. 특히 연희는 ‘조선의 마음’을 노래하면서 윤우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두 사람의 사랑은 순수했던 소율이 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하지만 편집 등으로 인해 두 사람이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진 것처럼 보였고 이는 천우희에게도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었다.
“저도 그 부분이 아쉬웠고 이 얘기를 할 때마다 해명을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영화가 쭉 소율의 감정선을 따라가는데 연희에게도 조금의 친절함이 베풀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죠. 편집된 부분도 있지만 시나리오상에도 표현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보니 연희라는 인물을 구축해가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연희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나 감정선이 단편적이었기 때문에 저로서도 풀어내기 어려웠어요. 윤우와 음악적 교감을 하다가 사랑으로 변한 건데 그런 표현이 되지 않았고 소율에 대한 죄책감이나 소율로 인해 갈등하는 모습이 언뜻 비치기라도 했다면 관객들이 연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해어화’는 남성이 주가 되던 영화들 속에서 오랜만에 나온 여성이 주가 되는 영화다. 그동안 천우희는 여성이 주를 이루는 영화에 많이 출연해왔지만 ‘해어화’는 천우희에게 또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천우희는 이에 대해 “여배우로서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여성이 주를 이루는 영화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제 복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성중심의 영화를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제가 전에 연기했던 것들과는 다른 구조였기 때문에 저한테 온 게 감사하기도 했고 더 욕심이 나면서도 아쉬운 부분도 있었어요. 그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의 그 느낌처럼 지금 현재 여성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나 감정들을 내가 느꼈던 것만큼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면서 아쉽기도 했죠”
천우희는 이번 작품으로 그동안 연기해온 인물과 다른 모습의 인물에 도전하면서 평범한 자기 자신을 깨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제 생활을 보면 정말 평범해요. 하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다르죠. 연기할 때는 ‘이렇게 보이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에 대해 두려워하는 부분이 없어요. 저 배우 천우희로서의 생각들이 있는데 '왜 안돼'라는 생각을 부수고 싶고 청개구리기질도 있어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 항상 있죠.”
배우로서 도전하는 것에 대한 겁이 없다는 천우희는 그동안 주로 해온 영화가 아닌 드라마와 연극 등 다른 매체를 통해 대중과 만나고 싶은 바람도 드러냈다.
“드라마는 기회가 된다면, 좋은 작품이 있고 만나는 순간이 있다면 얼마든지 하고 싶어요. 연극도 하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때와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연극도 하고 싶고요.”
이제 서른으로 인생의 한 턴이 될 수 있는 시기에 있는 천우희는 배우로서 욕심에 대해 밝혔다.
“제 생각에 저는 평범한 게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라는 게 우리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어떤 색을 입더라도 잘 녹아들 수 있는 게 제 강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배우 천우희라고 인식은 잘 안 되더라도 ‘써니’ 본드녀다, ‘한공주’라고 캐릭터로 아시는 분이 많은데 배우로서보다 그 인물로 보이는 게 저한테는 정말 좋거든요. 천우희에게 어떤 수식어가 붙을지는 모르겠지만 흔들리지 않고 잘 해나갔으면 해요. 작품 선정을 할 때도 내 작품이니까 내가 주체적으로 나답게 해나가야 관객들에게도 위로나 즐거움 또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작품을 보는 분들이 그런 것들을 한가지씩은 안고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