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챤 디올 ‘한국 소비자 비하’ 논란, 명품 ‘갑’의 고결한 횡포 [패션톡]
- 입력 2016. 04.12. 17:45:59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명품은 상위 0.1%의 허상에 기댄 채 실 소비층인 대중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며 고결한 자태를 유지해왔다. 이런 명품 브랜드의 ‘귀족적’ 횡포가 최근 크리스챤 디올의 청담동 플래그쉽 스토어인 하우스 오브 디올에서 열린 전시에서 실체를 드러냈다.
크리스찬 디올은 올해의 레이디 디올 핸드백을 테마로 한 ‘Lady Dior as Seen by-Seoul’ 에 전시된 사진작가 이완의 작품인 ‘한국여자’가 한국 소비자 비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 속 한국여자는 어깨가 노출된 홀터넥과 가슴골이 드러나는 절개가 시선을 끄는 블랙 원피스를 입고 B급 유흥가가 밀집된 거리에 서있다.
합성으로 완성된 이 사진은 배경에서 분리되고 싶은 여성의 욕구를 대변하는 듯한 뉘앙스와 함께 여성과 배경을 태생적인 하나의 물체로 보이는 효과를 내며 사진 속 여자가 들고 있는 명품백과 그 여자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 사진은 창작의 자유라는 점에서 작품 그 자체로 받아들여하고 해석은 개개인의 몫이다. 그러나 이 사진이 일반 갤러리가 아닌 특정 브랜드 매장에 걸렸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럼에도 순수하게 작품으로만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완 작가의 “크리스챤 디올의 제품은 효율성 위주의 자본주의적 생산방식과는 다른데 이런 것들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지, 한국에서 어떤 의미로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는 발언 중 ‘한국에서 어떤 의미로 소비되고 있는지’라는 표현이 한국 소비자의 그릇된 이해를 바탕으로 깔고 있다는 여지를 주고 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됐지만, 패션 시장에서는 명품의 산실로서 유럽과 소비국가로서 아시아의 가치적 위상의 간극이 크다. 유럽의 경제위기로 명품 브랜드들이 태생지인 유럽 소비만으로 생존이 불가하면서 아시아가 드림 마켓이 됐지만, 여전히 그들은 귀족적 품위로 중무장하며 아시아 국가와 자신을 ‘구별’하는 듯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크리스챤 디올은 ‘한국여자’ 사진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크리스찬 디올은 여성의 진취성을 강조하고 자존감을 북돋우며 여성에 대한 존경과 권위신장을 위한 철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며 여성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지원하는 것이 크리스찬 디올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이다”라며 해당 작품의 전시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크리스찬 디올이 추구하는 여성론은 ‘뉴룩’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그러나 이 사진에서 제기된 논란은 크리스챤 디올의 여성론에 근거한 철학 내지는 신념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로컬 전략에 따라 흥망이 갈린다. 그들이 여성에 대한 어떤 신념을 가졌든 한국에 대한 본심이 어떻든 그들이 한국 시장에서 보여야 할 외적인 ‘존중’에 대한 세심함이 필요하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