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효주 “‘해어화’는 20대 마무리하면서 올인한 작품, 그만큼 특별해” [인터뷰]
- 입력 2016. 04.14. 09:31:49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자신조차 “지금까지 저도 보지 못한 제 얼굴이 나온다”고 밝힌 만큼 한효주는 영화 ‘해어화’의 소율을 통해 그동안 보여준 청순하고 밝고 선한 이미지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소율은 연인인 윤우(유연석)와 친구 연희(천우희)의 배신, 친구의 재능을 향한 질투 등으로 자신을 잃고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로 ‘해어화’는 쭉 소율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그런 만큼 한효주에게 ‘해어화’는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많은 노력을 했던 만큼 아쉬움과 만족감이 함께 든다고 말했다. 그런 한효주에게서 기대감과 걱정이 동시에 느껴졌다.
“늘 완벽하게 만족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보고 나서 최선을 다했다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그만큼 많은 시간을 쏟아부은 작품이고 노력도 많이 했고 해야될 것도 많았다보니까 여러 가지로 느끼는 게 많았어요. 부담도 많이 되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어요.”
소율은 40년대 기생으로 정가와 무용 등을 완벽히 해내야 했다. 지난해 3월부터 6월초 촬영에 들어갈 때까지 3개월간 연습했다는 한효주는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연습을 지난해 3월에 시작해서 6월초에 촬영에 들어갔어요. 지금 딱 이맘때였어요. 날씨는 좋은데 계속 연습실에서만 있어야 해서 놀고 싶어서 힘들었죠.(웃음) 잠깐 쉬는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연습을 해야한다는 압박이 심했죠.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저를 치열하게 만들었어요. 그걸 치열하게 배워나갔는데 배우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그러나 연기에 대한 압박은 이내 몰입이 주는 희열로 전환됐다면서 영화 연습 당시 설렘에 대해 언급했다.
“처음 연기해보는 시대였고 기생 연기도 처음이었는데 관련 책을 읽기도 하고 실존 기생들의 사랑이야기 책도 읽고 했어요. 그 시대에 진짜 나온 신문, 잡지도 읽으면서 흥미를 많이 느꼈고 배울수록 점점 빠져들게 됐어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갖고 있었지만 정가라는게 생소하다보니 잘 하는 것에 대한 기준을 많이들 모르셔서 부담이 좀 덜 한 것도 있었어요.”
‘해어화’는 중반 이후부터 크게 변하는 소율의 감정을 따라간다. 이런 감정 변화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하느냐가 영화를 보는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한효주는 소율을 이해하려 부단히 노력했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초반부에 보여드리는 소율의 얼굴이 좀 더 순수한 모습이고 싶었어요. 성숙하지 않은, 소녀와 여인의 경계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그렇기 때문에 윤우와 연희가 서로 사랑하게 된 것을 알고 그런 식으로 변해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소율이 이성적이었거나 그런 경험이 있었다면 좀 더 의연하게 대처를 했을 텐데 너무나도 순수하고 자기 감정에 솔직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변화가 온 게 아닐까 싶어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비극 속으로 모두를 끌고 갔지만 그게 소율이 원한 건 아니었을 거예요. 자기도 모르게 상황이 그렇게 돼버린 거죠.”
한효주는 ‘해어화’를 통해 처음으로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진한 메이크업을 했다. 그렇게 시크하면서 화려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효주의 모습은 낯설었지만 감정의 변화를 겪은 소율을 충분히 표현해냈다.
“메이크업을 했다고 느낄 정도의 메이크업을 이번에 처음 해봤어요. ‘오직 그대만’ ‘반창고’ ‘감시자들’ 등 전작에서는 메이크업을 거의 안 하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색깔이 들어갔다보니 더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는 것 같아요.”
한효주는 정가와 무용 외에 노인연기에도 도전했다. 후반부에서 노인 분장을 하고 나온 한효주는 노인보다는 한효주로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그런 선택을 한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한효주는 그 이유와 자신의 노인 연기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무래도 분장이니까 자연스럽게 보이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고 그 장면을 위해서 분장팀부터 조명, 앵글 등 많은 스태프들이 아주 많은 시간 공을 들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선택일 수도 있었겠지만 제가 노인 분장을 하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었어요”
한효주는 노인 역할이 세월의 흐름에 따른 설정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님께서 워낙 확고하게 그 장면의 대사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그렇게 좋은 걸’이라는 대사를 영화를 쭉 끌고 온 소율의 얼굴로 하기를 원하셨고 그만큼 의미가 있는 대사예요. 그 대사를 위해 달려온 영화이기도 하고 그런 감독님의 생각에 저도 설득이 됐어요. 고민이 많았지만 내가 이 캐릭터를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에 노인 분장을 하게 됐죠. 끝까지 해봤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소율에 쏟아부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영화에 피해가 될까봐 그런 두려움 때문에 안 했으면 안 한대로 아쉬움이 남았을 거예요. 그 대사를 할 때 희열을 느꼈고 정소율이라는 캐릭터가 가깝게 있음을 느꼈어요. 배우로서 좋은 경험이 됐죠.”
20대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만큼 한효주에게 ‘해어화’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해어화’를 끝내고 서른을 맞이한 지금 한효주는 배우로서 인간 한효주로서 달라진 점에 대해 말했다.
“이 작품에 자꾸 눈이 갔고 더 아픈 손가락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십대를 마무리하면서 이 작품에 올인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30대가 되면서 작품을 대하는 마음이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사람으로서는 단순해진 것 같아요. 아직 달라진 걸 크게 느낄 만큼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욕심도 덜어낸 것 같고 애교도 많아진 것 같고 더 좋아진 것 같아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