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의외의 신선함, 반가운 한국판 히어로 무비 [씨네리뷰]
- 입력 2016. 04.25. 18:23:14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탐정’ ‘홍길동’이란 단어를 보는 순간 그렇고 그런 한국식 드라마가 떠오르는가. 엉뚱한 캐릭터, 유치한 유머로 이뤄진 흔한 한국 영화 정도를 기대한다면 의외의 유머와 감동에 놀랄 것이다. 기본적으로 배경을 80년대로 설정했지만 감독은 정확히 고증하지 않는 방법을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려 했다. 때문에 어디인지 신비롭고 묘한 느낌이 드는 이 영화는 고전 ‘홍길동전’의 판타지적 요소를 독특하고 새롭게 재창조한 듯한 느낌이다.
가정의 달 특수를 노린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이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탐정 홍길동’의 주인공인 홍길동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 TV tvN 드라마 '시그널‘의 이제훈이 맡았다. 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수장이자 사립탐정인 그는 사건 해결률 99%를 자랑하지만 어릴 적 사고의 충격으로 좌측 해마가 손상돼 감정 인지 능력과 8살 이전의 기억을 잃었다. 사고 후유증으로 불면증에 시달린 그는 20년 전 기억 속 원수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나섰다가 거대 조직 광은회의 음모를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동이(노정의) 말순(김하나), 두 소녀를 만나 변화를 겪는데… 과연 그는 복수에 성공할까.
‘늑대소년’(2012)으로 신선한 충격을 준 조 감독은 4년 만의 신작 ‘탐정 홍길동’을 통해서도 그만의 독창적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는 액션·드라마 장르인 이 영화에 판타지·사회 비판·추리·등의 다양한 요소를 담았다. 여기에 감각적 배경과 소품 등을 통해 영상미를 더했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마블의 신작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가 할리우드 히어로물이라면 ‘탐정 홍길동’은 한국형 히어로물이라 볼 수 있다. ‘시빌 워’가 개봉 전부터 높은 예매율을 보이며 흥행대박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히어로물이 용감하게 온몸을 던진 것은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러닝타임은 122분으로 무려 2시간이 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숨 가쁜 편집과 공 들인 색감이 엉키며 빚어내는 영상에 ‘빵빵’ 터지는 유머가 낯선 흐름에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제공한다.
조 감독은 ‘홍길동전’ 속 홍길동을 비틀었다. 영화에서 홍길동은 ‘결핍’ ‘결함’을 통해 다크한 모습을 지니게 된 새로운 스타일의 히어로다. 정의구현을 위해선 옳지 못한 방법도 사용한다. 그럼에도 고전 속 권선징악과 사회비판 등 ‘홍길동전’이 갖춘 기본적인 주제는 담았다. 고전 속 홍길동은 도깨비 마냥 요술을 부리며 여기저기 신출귀몰한다. 영화 속에선 마치 요술을 부리는 것 같은 액션 신을 통해 홍길동의 진귀한 모습을 연상케 하는 등 고전 속 홍길동의 모습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주인공인 이제훈 못지않게 존재감을 과시한 건 뜻 밖에도 말순을 연기한 신인 아역배우 김하나. 이 작은 배우는 관객을 집중하게 하는 감각과 에너지를 지녔다. 조 감독은 아역배우 에이전시를 뒤지다 촬영 경험이 거의 없는 이 아역배우에게 첫눈에 반해 캐스팅했다. 그의 선구안이 빛난 순간이었다.
조 감독은 기존의 틀을 깨고 시대와 장소를 가늠할 수 없는 장소를 배경으로 삼았다. 무려 6개월 동안 공을 들인 세트, 수많은 CG(컴퓨터그래픽) 작업, 과감한 조명과 색감, 독특한 소품이 색다른 분위기를 낸다. 여기에 1960년대 미국 탐정영화의 대표적 시그니쳐 악기인 스트로베리 플롯, 락드럼의 접목을 통해 불균질하고 거친 음악을 삽임 함으로써 양면성을 지닌 홍길동이란 캐릭터와 그가 활동하는 도시를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이 모든 요소가 결합돼 조 감독만의 독특한 연출이 돋보이는 새로운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에 식상한 관객이라면 내용은 어려울지언정 신선함만큼은 보장받을 수 있다. 15세 관람가. 다음 달 4일 개봉.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