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조성희 감독 “홍길동이 캬라멜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죠” [인터뷰①]
입력 2016. 04.28. 19:59:02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길동이가 성숙하고 원숙한 남자가 아니길 바랐습니다. 아직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고, 거듭나지 못했고, 진정한 자기의 소명을 깨닫지 못한 상태죠. 길동인 영화 내내 그런 상태고, 그런 길동이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조성희 감독은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웨스트19(west 19th)에서 시크뉴스와 만나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을 주제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영화에서 홍길동(이제훈)이 캬라멜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단지 캐릭터의 요소 중 하나”라며 “어떻게 보면 장식”이라고 덤덤하게 입을 뗐다. 별다른 이유가 없을 것처럼 말문을 연 그는 곧 이 영화에서 캬라멜이 가지는 의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화 자체에) 콘트라스트, 즉 극단적 양쪽 면이 많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조합, 총 쏘는 신, 폭력적인 신이 많은 반면 굉장히 순수하고 사랑스럽고 따뜻한 면이 있는 아이들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길동이 자체에도 (이 같은)콘트라스트가 필요했던 거다. 길동이가 잔인하고 범죄자 머리 위에 있는 것 같지만 허점들을 가졌다. 군것질 거리 하나에 시선이 흔들리는 등 그런 것들이 필요해 (캬라멜을) 소품으로 쓰지 않았나 한다.”

조 감독은 홍길동이란 캐릭터 자체를 영화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캐릭터의 독특함은 흥미 요소가 되는 동시에 관객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보면 부담이 되는 양날의 검이었다.

“영화 자체가 캐릭터로 출발했고 시작하게 된 이유도 캐릭터가 전면에 나선 영화를 만들고자 한 것 이었다. 항상 고민한건 탐정 홍길동 캐릭터에 관한 것이었다. 홍길동이란 인물이 관객이 좋아하지 못할 수도 있는 요소를 많이 가졌다. 멋지고 근사한 면과 거리가 있는 요소가 많고 육체적으로 정말 강인해서 싸움을 잘 하거나 정의감에 불탄 굳건한 신념을 가진 게 아니라 싸움도 못하고 조금만 뛰어도 헉헉거리고 도망 칠 땐 불리하다 싶으면 번개처럼 도망친다. 어린 아이에게 막대하고 보는 사람마다 속으로 한마디씩 욕한다.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게 아니라 사적인 복수심을 위해 질주한다. 과연 이런 인물에게 관객이 공감하고 매력 적으로 생각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좋아하지 못할 요소로 출발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 안의 귀여운 면, 매력을 소개하고 싶었다. (연출을 하는 동안) 항상 이 캐릭터가 끝까지 속을 썩였고 재미있었으면서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홍길동이란 캐릭터 자체를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 속 홍길동에게선 어떤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까.

“길동인 사실 근사한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부분이 많다. 길동이의 매력이라 하면 악인에게서 태어난 악인인데 다행히 우리(선한) 편을 위해 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생각·목적으로 했든 어떤 사람 이였든 어떤 폭력을 행사하든, 다행히 선의 편에 있다. 악당을 응징 할 때도 어떠한 잘못에 의해 벌을 받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이 모든 건 나한테 덤빈 벌’이라며 응징하기에 어떻게 보면 정의를 구현하는 사람이 맞나 의심이 되지만 나대신 손을 더럽혀 주는 캐릭터라 대리만족을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길동이는 방어적 영웅이 아니다.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 심지어 받은 것을 두배로 돌려준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그게 길동이의 매력이다. 한계숙(고아라) 회장의 ‘우린 항상 두 배로 돌려주는 걸 좋아한다’는 대사가 있다. 그런 것처럼 길동이가 자신에 대해 ‘악당이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이라며 과도하게 (응징)하는 것도 관객이 매력으로 봐주면 감사 하겠다.”

액션신이 많은 이 영화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장면이 있다. 바로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 순간순간 모습을 드러내는 홍길동의 모습은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이 쓰는 분신술을 연상케 한다.

“‘홍길동’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몇 개 있다. ‘신출귀몰’ ‘동해 번쩍 서해 번쩍’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이런 것들이다. 실제 탐정 홍길동은 도술에 능하지 않고 초능력도 없지만 이런 장면에서 문을 벌컥 열었다가 갑자기 사라진다든지 순식간에 나타났다 도망가는 등 하얀 안개 속 유령처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에서 이런 키워드를 조금이나마 구현해 보려는 뜻이 있었다.”

영화 자체의 가장 큰 무기인 홍길동. 홍길동을 연기할 인물로 그는 배우 이제훈을 택했다. 이제훈이 홍길동이 된 이유를 물었다.

“이제훈은 원래 영화 ‘파수꾼’ 때부터 한번 만나고 싶었던 배우다.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이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다. 영화 수업시간에 봐야 해서 여러 번 봤는데 볼 때 마다 감탄했다. 아직도 시간이 나면 유튜브에 들어가서 ‘파수꾼 명장면’을 가끔 본다. 정말 만나고 싶고 팬이었다. ‘정말 대단한 것 같은데 같이 일 해볼 기회가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출연을) 승낙 해줬고 시나리오 쓸 때 상상한 이미지도 정말 많이 가졌다. 너무 남성적이지 않고 때로는 유약해보이고 예민해 보이기도하고 철부지 같은 모습이 있는 게 길동의 특징인데 굉장히 닮았다. 그런 걸 표현해내는 연기의 집중도나 고민 등은 두말할 것도 없고 작업하면서 보니 길동의 캐릭터에 대해 굉장히 애정을 갖고 있더라. 나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고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다. 내가 지시를 한 게 아니라 같이 만들어 갔다. 감정의 흐름에 있어서도 고칠 부분이 있으면 얘기해서 고쳐나갔다. 그래서 훨씬 나아진 부분이 대부분이다. 작업하며 재미있었고 영광이었다.”

조 감독은 영화·스태프·배우의 만남을 ‘운명’이라 말했다. 그는 한명 한명의 일원이 모여 영화를 완성했고 그 인연이 조금이라도 달라진다면 다른 영화가 탄생했을 거라 믿는다. 그런 점에서 그는 지금의 홍길동 이제훈, 지금의 스태프를 만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지금 생각하면 작품과 이재훈의 만남이 운명적이라 다행이라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영화 작업 이란 게 특이한 점이 있어요. 엄청난 돈이 들기도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이 작업한다는 게 큰 특징입니다. 그림 음악 무용 등 정말 많은 사람이 투입되고 그 스태프·배우 하나하나가 다 창작자입니다. 연출자 하나가 다 만드는 게 아니죠. 그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의외성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앵글을 잡을 때 미리 약속을 하긴 하지만 하나씩 만들어지는 걸 볼 땐 설레입니다. 만약 촬영감독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또 다른 영화가 됐을 겁니다. 그래서 영화와 스태프·배우의 만남은 부부에 버금가는 인연이 아닌가 생각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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