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희 감독 “비현실적 작품만 하냐고요? 사실적인 작품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②]
- 입력 2016. 04.28. 22:00:10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정말 재미있는 영화죠. 우리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영화입니다. 모쪼록 봄을 맞아 관객들이 극장에 많이 찾고 우리 영화를 찾아보길 바랍니다. 우리 영화는 완전한 오락영화예요. 연인, 가족, 학생, 어르신 모두 보고 즐기기에 충분한 영화라 생각합니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가 개봉한 지 불과 일주일 뒤인 다음 달 4일 개봉한다. 조성희 감독의 전작인 ’늑대소년‘(2012)은 7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이번 영화가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조 감독은 홍길동(이제훈)이란 캐릭터의 독특함을 내세우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조성희 감독은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웨스트19(west 19th)에서 시크뉴스와 만나 ‘탐정 홍길동’을 주제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조 감독은 4년 전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둔 전작과 개봉을 불과 일주일도 채 남겨두고 있지 않은 새 영화의 흥행에 대해 입을 열었다.
“흥행성적은 아무도 모르고 ‘며느리도 모르는’ 게 아닐까 싶다. 이번이 상업영화로 두 번째 작품이다. 오히려 전작(의 성적)이 더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초조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세 번, 네 번, 열 번, 스무 번째 영화도 있을지 모르지만 매번 작품 할 때마다 같은 마음 인 것 같다. 매번 (개봉)하면서도 어떤 면에선 창피하고 자랑스러운 면도 있고 복잡한 마음이 늘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은)숙명으로 생각한다. 영화에 참여한 분들도 같은 마음이겠지만 영화란 게 정말 몇 년 동안 준비해 완성하기 때문에 어떨 땐 미워 보이는데 어떨 땐 예뻐 보이는, 자기 자식 같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리얼리티 보다는 표현주의에 무게를 뒀다. 보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도록 열어놓기 위함이란 게 그 의도다.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비현실적 요소를 섞어내는 게 그가 고집하는 특별한 스타일 같은 건 아닌지 물었다.
“홍길동의 이야기 자체가 있을법하지 않은 이야기다. 캐릭터와 사건 자체가 과장된 면도 있고 연출에 있어서도 연극적인 면이 있다. 그렇기에 이야기 자체를 포장해 담아내는 그릇, 모양새조차도 그것과 같아야한다 생각한다. 너무 명쾌한 이미지나 분위기 보단 안 어울리는 두 가지의 충돌에서 더 재미를 느꼈다. 예를 들어 강원도 어느 마을이라 했는데 여관은 굉장히 서양식 구조라든가 허허벌판에 뚝 떨어져 있는 정비소가 있고 그 안에 옆집 아저씨 같은 주인이 있다든가 하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만나며 빚어지는 것들이 만들어지는 재미가 있기에 (표현주의를 택했다). 고증이 정확치 않은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이 더 재밌는 부분이 아닌가.”
그는 영화 미술의 창의성을 고려한다면 관대하게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정확한 시대 장소의 고증이 아닌, 불분명한 요소가 함께하는 가운데 충돌하는 재미와 방향을 같이 한다.
“고증이 목표가 아닌, ‘가짜’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앞으로 만들 작품이 더 많다 생각하지만 언제나 과장되고 시대나 장소를 부정확하게 연출하는 게 원칙이나 소신은 아니다. 비록 자신 없고 잘 못할지라도 사실적인 작품 역시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활동하다 영화에 흥미를 느껴 한국영화아카데미를 거치며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그의 영화에서 만화적 요소가 보이는 것이 이 같은 배경 때문은 아닐까.
“그림 그리는 걸 어려서부터 좋아해 애니메이션도 했지만 사실 그 경력이 영향을 준 것 보단 천성 자체가 그림 같은 걸 좋아한다. 상상력이 풍부하다기 보다 직업 자체가 상상을 해야 하는 직업이니 상상을 많이 하려 노력한다.”
그의 영화는 많은걸 설명하지 않는다. 보고 있자면 조금 모호한 느낌이 든다.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려 했다는 그에게 관객이 어떤 것을 상상하기를 유도한 것인지 들어봤다.
“시간과 공간인 것 같다. (영화 배경이)80년대 초라 재연·고증해서 그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했다. 과연 80년대에 그런 장소가 있었는지, 그런 허허벌판에 공중전화 하나만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홍길동이 익숙한 지하 어둠의 세계를 벗어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기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 이기도 하다. 홍길동에겐 (여정이) 낯설고 생소하다. 자신의 규칙이 실패하고 무너진다. 이 이야기 자체가 허구이고 그렇기에 관객은 다른 세계를 보고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그에게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느냐”고 물으니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더불어 관객이 봐줬으면 하는 포인트도 제시했다.
“내가 생각한 메시지가 있습니다. 관객이 발견해 주면 고맙겠지만 사실 이 영화는 오락영화라 즐겨주는 게 좋아요. 분명한 메시지를 담는 게 좋은 거라 생각진 않아요. 메시지가 표현을 압도하기 때문이죠. 어쨌거나 난 이 영화를 통해 홍길동이 어려운 일을 해낸 것 같습니다. 복수심에 불탄 그는 결국 복수의 고리가 자신에게서 끊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원수를 용서해요. 누구보다도 치사하고 나쁜 놈일 수 있었던 길동이 그런 용서를 해낸다는 걸 관객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전에서 홍길동은 새로운 세대를 만드는 키를 가졌어요. 영화에서의 홍길동도 비극과 복수의 고리를 끊어내고 동이(노정의)와 말순(김하나)이에게 더 나은 삶을 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원수를 눈앞에서 놓아줍니다. 이 장면을 관객이 좀 봐줬으면 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