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탐구생활, 배트맨-클래식한 감성 그리고 홍길동 속편 [인터뷰②]
입력 2016. 05.02. 01:53:02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길동이가 활빈당에 소속된 수장이지만 광은회 우두머리 홍상직의 아들이예요. 자신도 알고 보니 손목에 (광은회의) 문신이 있었고 악의 뿌리에서 탈출하며 그들과 맞서죠. 세상을 구할 거란 정의감과 신념이 아닌 자신의 복수를 통해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목적을 지닌 친구가 세상의 부조리에 있어 맞서 싸우는데 용기를 냈단 부분을 높게 평가 하고 싶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그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배우 이제훈이 본 홍길동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정의롭지 않고 악당보다 악랄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의의 편에 서게 된다. 이제훈은 그런 홍길동에게서 높이 평가할만한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인지 홍길동이란 인물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속편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이제훈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웨스트19(west 19th)에서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 제작 영화사 비단길)을 주제로 영화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악당보다 악명 높은 홍길동을 연기했다.

고전 속 홍길동과는 사뭇 다른 영화 속 홍길동은 불법 흥신소인 활빈당의 수장이자 사립탐정. 겁도 정도 친구도 자비도 없다. 거짓말도 잘 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잘 알아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홍길동이 사회정의를 위해 악당을 혼내주는 정의로운 인물이라면 영화에서의 홍길동은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에게 복수하기 위해 20년 동안 그를 추적해 똑같이 갚아주려 하는, 개인적 복수를 하기 위해 움직이는 ‘다크 히어로’다.

그는 홍길동의 속편이 제작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속편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 홍길동의 어두운 면은 그가 좋아하는 영웅 배트맨과 닮아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좋아한다. 배트맨은 부모님이 죽고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에게 맞서 싸운다. 그는 갇혀있는 인물이고 그걸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런 부분이 홍길동과 맞닿아있지 않을까. 그래서 홍길동을 연기한단 게 반갑다. 배트밴도 3부작인데 홍길동도 다음 편이 제작돼 보다 스펙터클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영화가 개인적 결핍·트라우마에 맞서는 ‘비긴즈’ 라면 다음 이야기(속편)는 그 속에 더 깊숙이 들어가 그들을 심판하고 처단하는 그런 홍길동의 모습이 되길 꿈꿔본다. 아버지 세대와의 갈등, 고전소설 속 아버지 홍상직과의 직접적 대면에 대해 다음이야기에서 풀어보고 싶다.”

아역들에게 모질게 대하는 연기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아역배우들과의 호흡 외에 자신의 연기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홍길동이 초반에 악당 3명을 만나 유인한 뒤 잔인하게 처단을 한다. 원래 수위가 더 높았다. 더 잔인하고 악랄하다. 홍길동이 그 사람들을 거짓으로 유인해 총을 쏜 다음 이실직고 하게 만드는데 손가락을 자르라고 하는 부분은 직접적으로 표현이 됐었으나 수위조절을 위해 편집됐다. 마지막에 권총을 쏘면서 대사를 하는, 만화적 부분은 어떻게 잘 소화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유치하다거나 실소가 터진다거나 하면 영화의 통념에 있어 동의하지 않고 가는 게 될 수 있어 그렇게 되지 않도록 잘 소화하는 게 중요했다.”

이번 영화의 배경은 80년대 초중반이다. 드라마 ‘시그널’ 역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작품이었다. 최근 그가 출연한 작품들은 모두 지나간 시대를 다뤘다. 이 같은 이야기가 나오자 이제훈은 옛 것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얇은 휴대전화를 선호하는 최신 트렌드와 상관없이 그는 놀랍게도 유선전화를 사용한다고 했다. 두툼한 전화기를 손에 쥐고 통화를 하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특유의 감성으로 인해 현실에서도 영화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분더러 더 새로운 것을 찾는다. 난 옛날 것을 더 그리워하고 찾는다. 요즘 사람들이 CD를 구입하는 것에 대해 공감을 안 하는 것 같다. 난 오히려 CD에 더 관심이 간다. 전화기를 사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미국 옛 영화를 보며 향수를 느껴서 인지 유선 전화기를 사용한다. 두툼한 유선전화의 클래식한 면이 좋더라. 자동차 역시 클래식 카를 타고 싶다. 이번 홍길동이 타는 자동차도 아름다운 곡선의 최신형 자동차가 아닌 각진 형태의 과거 모델인데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게 마음이 가고 좋더라.”

이 같은 그의 취향은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그의 감성은 생각보다 훨씬 과거로 가 있었다.

영화는 가리지 않고 보는데 옛 영화를 많이 찾아본다. ‘시민케인’(1941) ‘7인의 사무라이’(1954) 등 옛 작품을 보며 ‘내가 만약 저 시대 살았다면 저런 옷을 입고 저런 연기를 뽐낼 텐데’하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트렌치코트, 중절모 등을 입었는데 한국 영화에서 그렇게 입고 나오기 힘들다. 이렇게 미국 고전 영화의 영향을 받은 영화를 하게 돼 좋았다.”

‘탐정 홍길동’은 ‘사라진 마을’이란 부제가 붙으면서 시리즈물이 될 것을 예감케 했다. 조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영화가 ‘홍길동 비긴즈’라며 영화가 사랑받을 경우 속편을 제작할 가능성이 있음을 밝혔다. 이제훈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속편 제작여부를 넘어 내용에 대한 바람까지 전했다.

“한 인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라 다음 얘기가 궁금하다. 여기서 마무리 되면 아쉬운 느낌이라 속편이 진행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반응이 좋으면 다음 이야기도 잘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 감독이나 나나 속편 제작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후속작을 만드는 부분은 관객의 선택에 달린 것 같다. 관객이 이번 영화를 즐겨주고 다음 이야기까지 즐겨주려 한다면 감독이나 나는 준비가 되어있다. 이번에 홍길동의 아버지 이야기를 풀지 못했기에 후속작에선 광은회를 처단하는 것 까지 깊숙이 들어가지 않을까.”

홍길동은 겁이 없고 정이 없고 친구가 없고 자비가 없다. 이런 홍길동의 성격이 이제훈의 실제 성격과 얼마나 닮아있는지 궁금했다. ‘실제론 홍길동과 달리 정이 많으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그런(정이 많은) 것 같아요.(웃음) 겁이 없어요. 호기심을 따르고 경험하려 하는 편이예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내가 편하고 잘 할 수 있는 것만 선택 하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요. 감독님의 도구가 되고 싶어요. 마음껏 날 내던지려는 부분에 있어선 두려움을 이겨내려 하죠. 피하게 되면 경험이나 추억이 없이 인생이 단조로워 질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 전형적인 영웅과 반대된 캐릭터를 연기하며 관객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비호감 캐릭터로 전락하진 않을지 걱정이 됐어요. 하지만 관객이 영화를 잘 따라와 준다면 홍길동에 동질감을 갖고 지켜봐주지 않을까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