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가씨’ 영상미-스토리-배우 ‘3박자’+음악이 빚어내는 ‘소름’ [종합]
- 입력 2016. 05.02. 12:14:51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영화 ‘아가씨’가 관객맞이 준비를 끝냈다.
영화 ‘아가씨’의 제작보고회가 박찬욱 감독, 배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 서울 그랜드볼룸 1층에서 2일 오전 11시에 열렸다.
‘아가씨’는 제 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돼 ‘올드보이’ ‘박쥐’에 이어 세 번째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의 쾌거를 이룬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에게 백작(하정우)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김태리)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매일 이모부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의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이다.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 숙희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해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된다. 백작이 등장하고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다.
박 감독은 7년만의 국내 복귀작 ‘아가씨’를 차기작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원작 소설을 읽고 완전히 반했다”며 “캐릭터들이 생생하고 놀라운 반전이 있다. 그런 여러 면에서 이 작품을 꼭 해보려 생각한지 오래됐다. 미국 영화도 하고 한국영화도 하면 좋을 것 같아 ‘스토커’ 다음 작품으로 골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내가 만든 작품가운데 가장 대사가 많고 주인공도 네 명이고 영화 시간도 길다”며 “굉장히 아기자기 하고 깨알 같은 잔재미가 가득한, 내 영화들 중 가장 이채로운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세 번째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에 대해선 “솔직히 경쟁에 초대하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며 “앞서 말했듯 아기자기한 영화고 예술 영화들이 모인 영화제에 가긴 좀 그렇다고 생각했다. 해피엔딩이고 명쾌한 영화라 모호한 영화들이 많이 가는 칸 영화제에 가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가게됐다”고 전했다.
제작자 임승용과 ‘올드보이’에서 처음 만난 그는 그에 대해 “친한 사람과 일하면 좋은 면만 있을 것 같지만 내 마음을 알 거라 생각하고 좀 나태하게 가는 면이 있다”며 “그렇지만 예술의 세계에서 안주하는 것만큼 나쁜 게 없다. 친한 가운데 상대를 긴장시킬 수 있는,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들을 위해 클래식 CD를 선물했다. 하정우가 “현악기 연주였는데 준비 할 때 차에다 넣어 두고 계속 들었다”며 “처음에 (영화) 분위기에 접근 할 때 수월했다”고 말하자 박 감독은 “바로 그 용도”라며 “차에서 들으라는 의도였다. 배우들은 차에서 이동하는 시간이 길다. 차에서 들으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영화 분위기에 흠뻑 젖어있을 수 있으니까. 이 영화는 네 명의 관계에 대한 건데, 연주하는 악기가 많지 않은 실내악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박 감독은 “소설이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며 “신분제도가 아직 남아있고 그러면서도 영화 속에 근대적 배경인 정신병원이 등장하는데 그건 조선시대에 없던 배경이다. 봉건질서도 있고 자본계급도 등장하고 동양과 서양, 한국 일본과 일본을 통해 들어온 유럽, 이런 것들이 다 함께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이질적인 걸 묘사하기에 그때가 좋다 생각했고 시각적인 면에서도 그때가 좋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네 배우 모두와 첫 작품을 한 박 감독은 “비슷한 배우들과 오랫동안 해왔는데 다 처음 만난 배우들이어서 나도 긴장이 됐다”며 “그 중 하정우는 그래도 가장 친근하게 느꼈다. 5~6년 전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하다 만났다. 최동훈 류승완 등 친하게 지내는 감독들의 영화에도 나왔기에 친근했다”고 밝혔다.
먼저 그는 하정우에 대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넉살이 좋을 줄 알았는데 제법 낯을 가려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 후 친해져서 좋다”며 “그가 감독을 해서 좋은 게 감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훨씬 편하게 해주고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아차린다”고 말했다.
김민희에 대해선 “‘화차’ ‘연애의 온도’를 보며 놀랐고 그래서 충무로 감독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데 시크하고 도도할 줄 알았던 것과 반대였다”며 “소탈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하다. 배우가 다 그래야겠지만 배역에 대한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조진웅에 대해선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민식과 맞붙어 꿋꿋하게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최민식이 ‘괜찮은 놈’이라며 눈여겨보라더라”며 “이후 일을 함께 해 보니 힘이 굉장히 좋다. 고급 오디오를 만져보면 볼륨을 조금만 올려도 크게 터지고 조금만 낮춰도 섬세하게 들리는데 그런 폭이 넓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박 감독이 택한 배우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단연 신인인 김태리다. 박 감독은 “오디션을 할 때 미리 그려놓은 상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 그런 걸 갖고 있으면 안 된다”며 “그냥 좋은 배우, 순간적인 영감을 주는 배우.(가 좋다) 연기에 있어 누구나 할 것 같은 접근 방식이 아닌, 자기만의 방식이 있었고 주눅 들지 않더라. 그런 게 있어야 이런 큰 배우들과 만나 자기 몫을 할 수 있는데 그런 것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대사가 가장 많은 영화라는 게 만드는 입장에선 큰 차이”라며 “기존의 작품에서 말보단 다른 행동이나 미장센으로 많이 표현했다면 이번엔 소설이라 그런지 (소설에서 가져오기보단 많이 썼지만) 시대가 과거로 가니까 요즘의 말투에서 벗어나야 했다. 우리가 흔히 현대배경 영화에서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표현에서 벗어나 수사도 동원되고 멋들어지고 이중적 의미를 담는다거나 그런 식의 묘미가 있는 대사를 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마음껏 해 봤다. 해피엔딩인, 분명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단 점이 다르다”고 자신의 전작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미장센이 빛나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로는 서재를 꼽았다. 박 감독은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는 역시 서재”라며 “가장 돈도 많이 들었고 보람을 만끽한 장소”라고 전했다. 하정우 역시 낭독회 서재를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꼽았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보존됐으면 하는 마음이 남는 공간”이라며 “영화를 보면 알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감독이 배우들과 작업한 소감을 말했듯 배우들도 박 감독과 작업을 한 소감을 전했다. 조진웅은 “대본을 받았을 때 박 감독이 하는 작품인지 몰랐다”며 “대본을 본 뒤 만났는데 가장 영화적인 향기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그 부분에서 놀라웠고 영화의 향기에 많이 취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리는 “다른 작품을 만나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겪은 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며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박 감독도 화답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김민희는 “감독님은 굉장히 개방적”이라며 “배우에게 원하는 걸 끌어내기 보단 그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걸 더 많이 펼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신다. 현장에서도 감정 같은 걸 많이 변주해 넓혀갈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하정우는 “박 감독은 굉장히 정성스러웠다”며 “영화에 대한 존경이 강하단 생각이 들었다. (배우에게) CD를 준단게 쉽지만 촬영 4개월 전에 (음악을) 선택해 배우들에게 주고 단어 한 단어를 수정하는데도 많은 고민을 하고 연기 지도 역시 많이 고민하고 해줘서 배우로서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 영화엔 판타지가 좀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가 막히게 판타지와 리얼리즘을 잘 연결해 준다. 일본어나 문어체적 대사톤 들이 준비하는데 있어 굉장히 어려웠는데 감독과 이야기하며 오히려 그것이 이 영화의 큰 무기가 될 것 같았다. 가깝게 감독과 얘기를 나누고 연기를 할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다음 달 개봉.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