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가씨 vs 밀정 vs 해어화, 일제강점기 시대별 패션 코드 [영화의상 STORY]
- 입력 2016. 05.02. 13:57:29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올해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가 봇물 이루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2월 ‘동주’, 4월 ‘해어화’에 이어 6월 ‘아가씨’가 개봉하고 이외에 ‘밀정’ ‘덕혜옹주’가 올해 개봉이 예정돼있다.
영화 '아가씨'(위)/ '해어화' '밀정'(아래)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 상당수가 과거 암울한 시대배경에 초점을 맞춰 빈한한 민초의 삶을 다뤘다면,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들은 애국지사는 물론 기생, 예술가, 왕족, 상류층 등을 주인공으로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양한 계층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여정을 열어줬다.
이처럼 폭넓어진 소재만큼이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 인물을 설명하는 배경 속에 존재하는 의상이 시대상 뿐 아니라 다양한 유의미한 해석을 가능하게 해 눈길을 끈다.
1910년 8월 합병조약 강제 체결로 본격화된 일제강점기는 1945년 8월 15일 광복까지 36년간 이어져왔다. 당시 유행주기가 요즘과는 달랐다고 해도 36년을 일제강점기로 뭉뚱그리기에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조상경 영화의상감독은 “일제강점기 때도 각각 시대별로 의상이 다 다르다”며 의복사를 일제강점기로 통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개봉하거나 개봉을 앞둔 일제강점기 중 ‘해어화’ ‘아가씨’ ‘밀정’ 세 편의 의상을 담당한 조상경은 “당시는 일본은 물론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양장 하물며 한복에도 변화가 많았다”라며 시대별로 디자인은 물론 소재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어화’는 1943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기로 기생 역할을 맡은 한효주와 천우희의 직업적 특수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도구로서 한복은 가장 유행에 앞서가는 요소가 소재에 고스란히 담겨있다.영화 '모던보이'(1930년대) '해어화'(1943년)
조상경은 당시 한복은 양장과 기모노의 영향을 받아 체크나 스트라이프 등 지금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패턴들이 사용됐다는 것. 양장 역시 그가 맡은 김혜수 박해일 주연의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모던보이’와는 많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2차 대전으로 한창 전쟁 중이어서 실루엣이 각이 있고 딱딱한 느낌이 강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20년대를 배경으로 한 ‘밀정’은 3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역시 그가 의상을 담당한 ‘암살’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영화 '밀정'(1920년대) '암살'(1930년대)
의혈단이고 남자들의 옷이라는 점, 그리고 겨울을 배경을 하고 있어 눈에 띄는 다름은 없다는 것. 단 네크라인이나 톤으로 색감을 다르게 표현하려 했다는 디테일의 차이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설명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아가씨’는 역시나 그의 일하는 방식대로 1930년대 당시 시대적 고증을 거친다는 원칙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이전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과는 다른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영화 '아가씨'(1930년대)
조상경은 “귀족 스타일의 화려함을 살렸다. 의도적으로 유럽 귀족 느낌을 내려고 했고 그걸 노렸다. 낯설어 보이는 것이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이다”라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는 아픈 시대 역사이다. 그러나 36년 아픈 시대 상황 속에서도 분명히 존재했던 ‘유행’이라는 패션 코드를 끄집어낸 영화들이 생경하게 그러나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해어화’ ‘아가씨’ ‘밀정’ ‘모던보이’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