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성’ 남다른 힘이 느껴지는 공백 없는 스릴러 [씨네리뷰]
- 입력 2016. 05.03. 21:11:35
- 시작부터 끝까지 가슴조린 156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강렬함·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신선함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156분. 러닝타임을 보고 놀랐나. 지루함에 영화를 끝까지 볼 자신이 없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수많은 영화가 ‘스릴러’라는 이름표를 달고 쏟아져 나오지만 ‘곡성’은 그야말로 보는 내내 긴장감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공백 없는 스릴러다. 2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천천히 고조되는 긴장감은 그 과정에서도 최대치의 집중력을 이끌어낸다.
영화 ‘곡성(哭聲)’(감독 나홍진, 제작 사이드 미러‧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코리아)이 오는 12일 관객을 찾는다.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리지만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그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의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간다.
경찰 종구(곽도원)은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기 시작한다.(이 확신은 후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으로 아파오기 시작 하자 다급해진 종구는 외지인을 찾아 난동을 부리고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이는데… 대체 이 마을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추격자’(2008) ‘황해’(2010)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통해 세 작품 연속 칸 영화제 초청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데뷔작인 ‘추격자’로 제61회 칸 영화제 공식섹션 중 하나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은데 이어 ‘황해’로 제64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된 그는 ‘곡성’으로 제69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추격자’ ‘황해’가 강렬함을 지녔다면 ‘곡성’에선 강렬함에 독특함을 더했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에 기댄 억지스러운 스릴러가 아니다. 집 한 채, 소품 하나, 카메라 워킹만으로도 긴장감이 돈다. 속도감 있는 전개로 스릴을 자아낸 ‘추격자’ ‘황해’와 달리 서서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곡성’은 한 장면 한 장면이 스릴러다. 배우들이 혀를 내두른, 나 감독의 ‘한땀 한땀’ 장인정신이 만든 결과다.
‘곡성’은 보는 내내 궁금증을 자아낸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창의적인 스토리이기에 가능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 이들과 정체조차 분명치 않은 인물 간의 관계가 계속된 궁금증과 호기심을 쌓아간다. 여기에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완벽한 스릴러가 완성됐다.
곽도원 황정민 천우희의 보장된 연기에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과 아역 김환희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개성이 빛난 구멍 없는 연기가 독특한 에너지로 가득한 연출과 만났다. 평범한 경찰이자 아버지 종구를 연기한 곽도원은 딸을 잃을 위기와 혼돈에 휩싸인 감정을 노련하게 표현했다. 무명 역을맡은 천우희는 비교적 분량이 적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황정민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박수무당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외지인 쿠니무라 준과 종구의 딸 효진은 발군의 연기를 보여준다.
나 감독은 약 2년 8개월의 시나리오 작업과 6개월의 촬영, 약 1년에 이르는 후반작업을 통해 ‘곡성’을 완성했다. 재미있는 건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가 제목과 동음이의어인 전라남도 곡성(谷城)이란 점이다. 그는 로케이션에 큰 공을 들였다. 어린 시절 자주 갔다는 곡성을 다시 찾아 그 아름다움에 반해 주요 촬영 장소로 정했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날씨·시간대를 기다려가며 촬영했고 해골모양으로 시드는 금어초 등은 직접 재배하는 등 섬세한 노력을 기울였다. 여기에 홍경표 촬영감독의 박진감과 무게감이 동시에 느껴지는 촬영이 영화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이 모든 요소의 결합으로 느리지만 스릴 넘치고, 강렬함과 개성을 갖춘 영화가 만들어졌다.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뭣이 걸려 나올지 알고 허나? 그 놈은 낚시를 하는 거여. 뭣이 딸려 나올진 지도 몰랐겄제.”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사다. 나 감독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를 입는 원인에 대한 궁금증으로 출발해 피해를 입는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는 개인적인 결론을 냈다.
그는 어떤 불행은 피해자의 문제점과 관련해 찾아오는 게 아닌, 무관한 곳에서 찾아온다는 생각을 전제로 연출했다. 여기에 종교, 토속신앙, 악마 등을 소재로 삼고 자신이 품는 신의 존재와 신의 선함에 대한 의문을 영화에 녹여냈다. 주제의 방대함으로 인해 엔딩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그는 다양한 조언을 통해 심오함·신성함을 느꼈고 그로 인해 열린 결말을 택했다. 영화를 보는 시각에 대해선 해석을 관객의 몫으로 남겼다.
러닝타임 156분. 15세 이상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