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성’ 천우희 “연기 칭찬? 책임감 반, 부담감 반” [인터뷰②]
- 입력 2016. 05.04. 20:25:48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주제를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에선 초반에 나오는 구절과 연관이 있어 더 공들여 찍은 것 같아요. 답이란 게 없잖아요. 연기란 것도 그렇고 인물이 표현 되는 것도 그렇고. 배우와 감독 모두가 만들어나가기 나름인데, 사실 (무명은) 접해보지 못했던 인물이었기에 특히 더 어려움이 있었죠. 잘 찍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나홍진 감독의 철두철미한 성격 덕에 영화 ‘곡성’의 촬영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특히 가장 오랜 시간 촬영한 건 단연 영화의 주제가 되는 장면. 이 장면은 종구의 고민을 가장 극대화해 함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배우 천우희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슬로우파크에서 ‘곡성(哭聲)’(감독 나홍진, 제작 사이드 미러‧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코리아)을 주제로 영화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속 무명은 종구(곽도원)가 계속해서 의심을 하게 만든다. 선함과 악함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중적인 면을 보여주는 무명을 연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거쳤다.
“어려웠다. 단적인 걸로 선악을 연기하기엔 너무 단순한 것 같다. 관객이 두 시간 반 넘게 나와 영화에 현혹돼 끝까지 보게 하는 긴장감을 주는 존재가 돼야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선 명확하지만, 그걸 시각화 하기엔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겠구나 싶었다. 수위조절, 에너지 조절이 어려웠지만 끝까지 잘 끌고 가려 노력했다. 무명이 단순히 선악으로 연기한다면 (연기가) 쉬울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지만 감독도 나도 그걸 원하지 않았다. 항상 내가 연기한 인물은 역할과 임무가 주어진 느낌이었는데 이번엔 어떻게 관객을 홀릴까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의도가 묻어나면 사실 연기적인 게 잘못된 거고 드러나지 않는다면 너무 수면위로 올라와 재미가 없었을 거다.”
그녀는 나 감독을 비롯해 선배 배우들과 작업한 것에 대해 감사해했다. 배움과 자극이 있었기에 그녀에겐 더없이 값진 경험이었다.
“그분들의 열정에 감탄했다. 상대적인 부분들이 있다. 강렬한 에너지가 있으면 나도 맞받아 신이 나서 한다. 정말 열정적이고 타협이 없으니까 지고 싶지 않더라. 나이가 어리고 여자라 해서 나와 별개의 일이고 내 것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존재감을 뽐내고 싶고 그들과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촬영장 갈 때, 선배들과 촬영을 할 때 신나서 했다. 선배들이 격려 해주고 예뻐해 주셨다. 곽도원 선배는 정말 예뻐해 주셨는데 나도 응원해 드리기도 했다.”
‘곡성’은 제 69회 칸 영화제 공식 섹션인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천우희도 칸의 레드카펫을 밟는다. 천우희라는 배우 개인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가 됐을까.
“글쎄.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갖고 있던 목마름이 있었다. 끝까지 파서 끝을 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런 부분의 해소가 있었고 작품을 해 나가는데 있어 즐거움이 있었다. 나 감독과 선배들과 함께 작업을 하며 많은걸 배우기도 했다. 배우가 그럴 때가 있다. 연기를 많이 하고 작품이 어떤 의미인지도 중요하지만 내가 그냥 이 작품에서 소모되는 느낌이냐 정말 내 것이냐를 느끼게 해주는 것에 있어선 감독님과 현장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때(신을 찍을 때)만큼은 이것이 온전히 나의 작품이고 내가 생각한 연기적 발산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장을 펼쳐줬다. 정말 즐거웠다. 다들 힘들지 않았냐고 하지만 육체는 힘들었을지언정 정신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무명을 연기하며 많이도 다쳤다는 그녀는 자신을 ‘무딘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액션 연기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액션을 하고 싶다. 칼질이든 총질이든 주먹질이든 상관없이 재미있을 것 같다. 액션에 대한 로망이 있다. 몸이 날쌘 편은 아닌 것 같은데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어느덧 서른인 그녀는 배우로서 그리고 보통의 사람으로서 여러가지 면이 많이 또렷해진 것을 느꼈다. 연애를 한창 할 때인 나이이기에 연애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왔다.
“배우의 인생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어떤 연기·작품을 하고자 바란다면 언젠가 온다고 생각한다. 서른이 돼서 좋은 점은 어떤 부분에 스스로의 의식이나 주관이 더 또렷해지는 부분이 생긴다는 거다. 예전에 주저했다면 지금은 내 성향을 잘 안다. 예전엔 겁낸 게 많았다. 연기적인 부분이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그런 것 들이 조금 가지치기가 됐다. 단순하게 연기하고 단순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나의 성향을 알게 됐기에 어떤 사람과 맞는지도 잘 알게 됐다. 인성이 된 사람, 유머러스한 사람을 좋아한다. 외모는 정말 안 본다. 나도 예쁘고 멋진걸 보는 건 좋아하지만 호감을 갖는데 있어선 전혀 영향이 없다.”
무명과 달리 짧게 자른 단발머리를 한 그녀는 칸에 다녀온 뒤 새로운 영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는 ‘마이엔젤’을 촬영하는 걸로 다 보낼 것 같다. 영화에 집중할 예정이다. 드라마는 항상 하고 싶어했다. 어떤 작품이든 다 인연이 있고 언젠가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을 말하면 그것만 잘 보일 것 같아 말을 하진 않겠지만 배우로서 가장 기본적인 ‘연기’에 대해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
늘 배우로서 노력하고 있다는 그녀는 연기와 외모에 대한 칭찬은 항상 듣기 좋다고 말하는 솔직함을 보였다. ‘곡성’은 작품자체로도 언론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배우들의 연기 역시 박수를 받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쏟아지는 칭찬에 대해서도 꾸밈없이 이야기했다.
“창피하고 민망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요. 노력한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거잖아요. 한편으론 내가 더 잘 해야겠단 책임감이 들면서 ‘더 잘해야지’ 하고 부담이 될 때가 있죠. 칭찬받으면 누구나 그렇듯 기분은 좋아요.”(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