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성’ 곽도원 “코스모스 사이 걷다 받은 한 통의 전화, 데뷔 14년 만의 주연” [인터뷰①]
- 입력 2016. 05.06. 10:19:21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어제 시사회 후 배우들끼리 ‘한 고개 넘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 이야기했어요.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 작업 6개월, 촬영 2년 8개월, 후반작업을 약 1년 동안 했어요. 이 모든 과정이 오는 12일 개봉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죠. 이제 진짜 넘어야 할 산을 마주한 거예요.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훤칠한 키에 미소 가득한 얼굴로 등장한 곽도원은 인터뷰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죽을 것 같다. 천 번 해도 천 번 불편하다“며 웃었다. 시종일관 호탕한 웃음으로 실내를 가득 채운 그는 마치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듯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속 대사를 읊어가며, 눈빛 연기를 재연해가며 영화와 촬영 현장에 대해 설명하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 어느덧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연기에 대한 진지함을 지닌 그에게선 진정한 배우의 향기가 났다.
곽동원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슬로우파크에서 영화 ‘곡성(哭聲)’(감독 나홍진, 제작 사이드 미러‧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코리아)을 주제로 영화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곽도원은 나 감독과 ‘황해’(2010)에 이어 두 번째 작업을 하게 되면서 데뷔 14년 만에 첫 주연을 맡게 됐다. 평범한 경찰이자 아버지인 종구 역을 통해 당당히 주연의 자리에 서기 까지 방황도 있었지만 그 모든 어려움을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버텼다.
“연극할 땐 돈 못 버는걸 알고도 좋아서 시작했다. 친구들이 술을 많이 사주고 해서 고생도 없었다.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땐 ‘내가 이런 단역하려고 연기 시작한 게 아닌데, 연극을 괜히 관뒀다’ 싶었다.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 새로운 삶의 도전인데 이게 맞는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정신적으로 힘드니 육체적으로도 나른해졌다. 일 년에 한두 번 (촬영을) 나갔지만 30~ 50만원을 받는 정도였다. 목숨 부지를 하며 여기까지 왔다. 정신적으로 방황한 시기를 제외하곤 연기를 할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이번에 그가 주연을 맡게 된 것은 ‘황해’ 때 그의 연기를 인상 깊게 본 나 감독과의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 해서 나 감독이 곽도원을 쉽게 캐스팅 한 건 아니다. 나 감독의 신중한 성격 탓이다. 곽도원은 이미 나 감독의 세심한 면모를 알고 있었다. 캐스팅 뿐 아니라 촬영장에서 배우를 극한으로 몰고 가는 ‘징글징글’한 나 감독의 꼼꼼함을 전작을 통해 이미 겪었다.
“‘황해’가 끝나고 난 뒤 (내가 출연한) 작품을 다 봤더라. 작품 할 때 마다 인터뷰 한 것들도 다 보고. ‘내가 아는 곽도원이란 배우는 지금까지 했던 역할 말고도 다른 어떤 역할도, 종구역도 해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더라. 내겐 감동이었다. 누군가 날 믿어주고 희망을 주고, 그게 정말 잘 하는 감독이고. 정말 기뻤다. 완벽하게 그걸(종구 역을) 소화할 자신은 없는데 (나 감독이) 얼마만큼 현장에서 작품분석을 하고 진두지휘 하는지 아니까 많이 기대는 마음이었다. 내가 그 만큼의 능력을 지니진 않았는데 현장에서 끌어내 달라했다. 감사했다. 나 감독이 얼마나 사람을 지독하게 뽑는지를 알고 있었다. ‘황해’ 때 소문이 나있었다. 촬영을 1년 가까이 하기도 했고. 당시 대학로는 ‘황해’에 출연하는 배우와 출연하지 않는 배우로 나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출연했다. 그 정도로 나 감독이 대학로를 샅샅이 뒤졌다.”
나 감독은 캐스팅에만 9개월을 들였다. 세심하게 공을 들인 끝에 곽도원을 종구 역으로 낙점했다. 그 과정을 곽도원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내가 놀고 있을 때다. 지난 2013년 10월, 구리시에서 열린 코스모스 축제엘 혼자 갔다. 코스모스 사이를 걸으며 ‘난 앞으로 뭘 해먹고 사나’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황해’가 끝나고 한참 만에 온 거였는데 나 감독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더라. 만나서 의논할 게 있다며 시간을 내달라더라. 몇날며칠을 만났다. 시나리오는 안 받은 상태였다. 근황도 묻고 작품을 준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하더라. 시나리오룰 보겠다고 하고 헤어졌다. 두 번째 만나 얘기를 하는데 어떤 역할이란 얘기는 안하고 캐릭터마다 어땠냐고 묻더라. 다 얘기하고 술자리에서 우리나라 배우 중 누가 가장 (연기를)잘 하는 것 같으냐고 하더니 그분은 왜 잘하는 것 같은지,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묻더라. 술 마시고 헤어졌다. 세 번째 만났는데 ‘무슨 역할인지 혹시 예상 됐느냐’고 물어왔다. 이정도 했으면 비중 있는 조연이겠다 했는데 종구 역할이라고 (하더라). ‘주인공이요? 진짜 왜?’ 했다. 다시 한 번 읽어보라고 하더라.”
곽도원이 종구가 되는 과정은 정말 순탄하지 않았다. 나 감독의 ‘신중함’을 넘어서니 ‘제작사’란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곽도원이 종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폭스’에서도 다 내 작품을 선택해서 봤는데 날 선택하지 말라고 했다더라. 폭스가 점찍어놓은 사람이 있었다. (내 생각에도) 그분이 더 (역할에) 맞더라.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종구는) 곽도원 이었다고 얘길 했지만 폭스에서 얘기한 분이 더 잘 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나 감독이 그분과 직접 통화도 하고 했더라. 그런데 감사하게도 고사해주셨다. 나 감독이 ‘폭스가 너무 반대하는데 오늘 가서 꺾어야 된다. 정말 자신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라. 폭스에 가서 곽도원과 갈 거라 할 테니 대답하라’고 말하더라. ‘해볼게. 자신 있다. 가자. 믿어 달라’고 답했고 나 감독이 폭스에 가서 곽도원과 갈 거다‘ 해서 하게 됐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