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 “‘곡성’, 지질하고 순박해지는 선택의 기로가 불러오는 나비효과” [인터뷰②]
입력 2016. 05.06. 14:27:51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변호인’(2013) 땐 100% 악역이었지만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땐 난 공무를 수행 했을 뿐인데 왜 악역인지 모르겠어요. (SBS 드라마) ‘유령’(2012)도 난 그냥 형사, 소지섭도 형사였죠. 소지섭이 사람 죽이고 다니지 난 내근직 이었어요. 주인공(소지섭) 괴롭혔다고 악역이라 한거예요. 그다지 악역(전문)은 아녜요 제가.”(웃음)

데뷔 후 악역을 주로 맡아온 곽도원은 ‘악역 전문’이미지가 강하다. 의외로 그는 자신이 맡은 인물들이 악역이라 생각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에 그가 ‘곡성’에서 맡은 종구 역 만큼은 그 색깔이 확실히 달랐다.

곽동원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슬로우파크에서 영화 ‘곡성(哭聲)’(감독 나홍진, 제작 사이드 미러‧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코리아)을 주제로 영화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동안 수없이 악역을 거쳐 온 그는 이번엔 선한 역할을 연기했다. 조연에서 주연으로의 변신만 해도 벅찼을 그가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며 겪은 어려움을 솔직히 고백했다.

“촬영 초반에 나 감독이 내게 ‘변호인’ 끝낸 거 갖고, ‘눈 좀 보라’며 ‘그 눈빛 안 썼으면 좋겠다. 편안하게 보라. 종구는 그런 눈빛 쓰면 안 된다’고 하더라. 한 달 동안 (종구 캐릭터를)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순간순간 몰입이 안 된 순간이 있었나보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맡은 조범석 검사는 ‘내 권력 아래 다 무릎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쁜 놈이고 악역이다. 그런 삶은 의심하며 살면 된다. 안하무인으로 살면 된다. 어렵진 않다. 그런데 종구는 착하게 살아야 된다. 세상을 맑은 눈으로 쳐다봐야 되고 그건 어렵다. 사람이 나쁘게 생각하긴 쉽다. 아름답게 살아야 그게 캐릭터에 녹아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무력한 듯하지만 착한 아빠 종구를 연기한 그는 실제 착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기에 착한사람을 연기하는데 있어 고충이 있었다고 털어놓고 과거의 경험을 회상했다.

“조영진 선배라고, 내게 마음의 스승인 분이 있다. 극단에 있을 때 (자주) 술을 마시고 못 일어났었다. 오전 8시 30분 기상인데 맨날 술 먹고 구석에서 자고 해서 무단이탈하고 퇴단을 5번 당했다. 5번째 쫓겨나 완전 그만뒀는데 내가 아마 최다 퇴단 단원일거다. (그때 조영진 선배가) ‘술을 먹어도 되는데 사람이란 게 실수를 한 번 하면 눈감아주지만 두 번 세 번 하면 그 실수가 네가 된다. 네가 아무리 악하고 술을 좋아해도 평생 실수를 안 하고 살면, 세상 사람들은 실수 안한 모습을 너라 생각한다. 네 마음에 세상에 대한 악함, 불만을 갖고 있어도 참고 속으로 삭혀라. 그러면 사람들이 너를 이해심이 많은 사람으로 기억할거다. 너를 계속 닦으며 살라. 악한 마음을 갖고 뭔가를 하는 건 너무나 쉬운데 누굴 사랑하는 건 정말 어렵다. 내가 희생해야 한단 게 뻔하니까.’(라는 말을 하셨다.) 그런 걸 참고 해내야 종구가 만들어진단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착하지 않은 인간인데. 애도 없고.”(웃음)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곽도원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세 번을 읽고서야 이해를 했지만 정작 나 감독은 그가 굳이 알기를 원치도 않았다. 나 감독은 곽도원의 전작들을 꼼꼼히 살폈고 그 과정에서 종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캐치해냈다. 곽도원은 그런 나 감독을 믿고 의지하며 종구라는 인물을 완성해 냈다.

“시나리오 받고 첫 번째 드는 생각이 ‘모르겠다’ 였다. 모르겠단 말은 못하고 (웃음) 세 번 읽으니 알겠더라. 나 감독이 굳이 알려고 하지도 말라더라. 날 캐스팅해 주인공으로 쓴단 것에 감사드렸는데 ‘날 왜 (주인공으로)하려고 했냐’고 했더니 ‘전작을 봤는데 전작에서 짧게나마 보여준 것들이 종구에게 다 필요하다. 내가 그걸 다 봤다. 곽도원이란 사람에게 그런 모습을 봤으니 할 수 있을 거다’라고 했다. 난 모르겠다. 어느 부분에선 나약해야하고 지질해야하고 작품 전체에선 매끄럽게 웃음으로 포장도 돼야하고 가장을 지키려하는 아비로서의 모습도 보여줘야 하는데 배우가 자신의 연기를 100% 만족할 수 없듯 자기가 무슨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완벽히 모른다. 나 감독을 좋아하고 알고 있었기에 (내게서 그런걸)발견했다면 나도 노력해보겠다고 했다. 내 안의 작은 것들을 끄집어내서 연기하는 것들이 배우로서의 사명감이니까. 믿음이었다. 이런 것 또한 (나 감독에게)기댄 부분이다.”

‘곡성’은 언론시사회 후 극찬을 받았다. 주연 배우로서 곽도원은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범죄와의 전쟁’ ‘황해’ ‘분노의 윤리학’(2012) ‘남자가 사랑할 때’(2013) ‘타짜2‘(2014)도 그렇듯 (역할에서 보여주는 모습이)내 안에 있는 것임엔 틀림없다. 사람이 내면에 많은 게 있는 것 같다. (연기가)나의 어떤 부분을 끄집어내는 거라 생각한다. 내 진실 된 감정이 어떤 모습으로든 드러났을 텐데 나감독이 (그런 것들을)꺼내주면 ’기억해내서 꺼내주는구나‘ 한다. 현장에서 촬영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닌데 감정이 점점 증폭돼야 했다. (감정의 크기가) 얼마 만큼인지 나나 나 감독도 모르겠더라. 고민하다가 일단 감정을 터뜨려 찍기로 했다. (점점)덜 울면서 찍어보는 식으로 며칠을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현장에서 최선의 방법이었고 그렇게 하도록 허락해준, 우리 열정을 받아준 제작팀에 감사했다. 어떻게든 방법은 편집에서 하는 거라 생각했다.”

촬영이 없을 때도 그는 현장에 갔다. 모니터도 하고 함께 밥도 먹는 등 내내 촬영 현장에 붙어있었다. 늘어나는 촬영 분량에 촬영이 없을 땐 숙소에서 쉴 법도 하지만 현장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함께 하는 배우의 연기에 감탄하고 보다 잘 찍어내기 위해 모두와 함께 노력했다.

“무명(천우희)과 종구가 골목에서 만났을 때가 이틀짜리 분량이었는데 5일 동안 찍고 있었다. 일본인(쿠니무라 준) 집 뒤에서의 우물신은 일주일 걸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에 다들 공감했다. 길창규 라는 배우가 박춘배 역을 맡았는데 5일째쯤 의상을 갈아입을 때 보니 (맞아서) 온몸이 새까맣더라. 일주일째 까지도 단 한 번도 ’잠깐만 쉬다하자‘ ’힘들다‘거나 숨소리 하나 조차 힘들단 말을 안했다. 일주일째 끝났을 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를 보냈다. 그때가 참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무얼 위해 이걸 하는지를 명확히 알고 있었기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곡성’은 다소 충격적인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15세 관람가다. 영화를 만든 입장에선 다행일 터다.

“(15세 관람가 판정이 흥행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것 같다. 부담이 덜하기도 하고. ‘19금(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보면, 폭력성·잔인함 등 청소년들이 모방해서 나쁠 것 같은 것들이 없어야 된다는 게 평가기준이더라. 우리 영화가 그런 부분에선 (시나리오와 다르게) 많이 자제를 하려 노력했다. 스릴 부분이나 미스터리하고 샤머니즘 적인 것들이 그렇다. 15세가 굿 하는걸 보면 안 되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평해주신 것 같고 ‘쫀쫀하지 않느냐’ 영화가.”(웃음)

영화가 명확한 결과가 아닌 열린 결말을 맺음으로서 드는 궁금증에 대해 그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영화 전체에 대해선 ‘사소한 선택에 대한 나비효과’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나비효과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모르는 데에 인생의 재미가 있다고 표현했다.

“진짜 귀신이 누굴까요? 우린 삶을 살면서 많은 선택을 하잖아요. 사소한 결정부터 시작해 많은 선택을 하는데 (종구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우리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 안위를 위해서 많은 선택을 하죠. 매일 끊임없이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에 의한 결과는 보이지 않아요. 그 선택에 의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지만 어떻게 그 선택이 나비효과가 되어 내게 올지 모르죠. 그래서 살 의미가 있고 열심히 산 사람에겐 스펙터클한 삶이 주어지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나약하고 지질하고 순박한 면이 있어요. 자식사랑이 극진하고. 직장에서 무사안일주의를 꿈꾸며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죠. 그게 나이고 종구죠. ‘곡성’은 그런 이들이 무엇을 선택한 것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까에 대한 영화 같아요. 그래서 더 긴장감 있고요. ‘누가 귀신일까요’는 여러분이 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곡성’이 더 재밌는 게 아닐까 싶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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