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 이제훈 vs 김성균, 슈트로 완결된 선과 악의 비밀 [영화의상 STORY]
입력 2016. 05.07. 12:18:32

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이제훈 김성균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이하 ‘탐정 홍길동’)은 tvN ‘시그널’을 연상하게 하는 이제훈의 내레이션과 영화 ‘씬시티’의 클래식카를 탄 조셉 고든 레빗을 떠올리게 하는 조금은 식상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1, 2분간의 짧은 순간의 표피를 걷어내면 조성희 감독이 의도한 탐정 영화와 고전 클래식 느와르를 조합한 ‘탐정 홍길동’의 정체성이 또렷이 드러난다. 또 그 화면 속의 낯선 듯 익숙한 느낌은 영화가 전개 되는 내내 탐정 영화의 긴장과 느와르의 강렬함을 유지하는 힘이 된다.

‘탐정 홍길동’은 80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그것은 시대적 상황의 차용일 뿐 영화 색체는 50년대 클래식 느와르를 따르고 두 어긋나는 시대는 21세기 코드로 다시 한 번 재해석된다.

영화의상을 담당한 최의영 실장은 “트렌치코트와 중절모는 탐정의 상징적 코드죠. 그런데 영화 특성상 그걸 그대로 차용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그걸 가져와 탐정 영화의 아이덴티티를 살리되 변수를 통해 감독이 의도하는 시대적 혼재를 풀어나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이미지 콘셉트인 ‘빛과 그림자’로 표현되는 중절모와 트렌치코트의 상징성이 중요했죠”라며 ‘탐정 홍길동’의 의상 골격을 설명했다.

서부영화의 황량함에 입혀진 빈티지 색감, 매혹적인 서늘한 영상미로 재해석된 잔혹 판타지. 이런 ‘끝내주는’ 장면을 휘젓고 다니는 불법 흥신소 활빈당 소장 홍길동과 거대 검은 조직 광은희 숨은 실세 강성일은 선과 악이라는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홍길동은 탐정이라기에는 응징이 잔혹하고, 강성일은 악당이라기에는 빈틈없는 신념이 보는 이들을 실색하게 한다.

#1. 컬러 STORY : 따뜻한 선 vs 차가운 악

이 같은 낯설음에 대해 최의영 실장은 “‘탐정 홍길동’은 이미지 콘셉트가 분명했습니다. 영화를 채우는 선과 악이 있고, 좋은 사람은 따뜻한 색 나쁜 사람은 차가운 색이었죠”라며 의외의 단순 논리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길동은 중립적인 캐릭터죠. 홍길동은 결코 선한 캐릭터는 아닙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가죽재킷은 블루블랙, 코트는 청회색입니다. 차가운 컬러 톤이 동이와 말순에게 동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따뜻한 색으로 변하죠. 카멜색 트렌치코트는 감정에 따른 변화를 표현하는 도구죠”라며 홍길동은 100% 선이 아닌 악과 선이 혼재된 인물로 컬러의 변화를 통해 이를 표현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반면 강성일 역의 김성균은 반전 없는 악당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차가운 톤을 유지한다. 무표정한 얼굴과 김성균 특유의 서늘한 톤은 블랙과 어우러져 광은희라는 실세로 피도 눈물도 없는 강성일의 내면을 표현했다.

#2. 실루엣 STORY : 브리티시 클래식 선 vs 웨스턴 클래식 악

컬러로 선과 악을 구분했다면 영화적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홍길동과 강성일에게 입혀진 클래식의 변주다.

두 캐릭터 모두 클래식 코드에 충실한 착장을 유지한다. 홍길동은 초콜릿 브라운 슈트와 크림색 셔츠를 입고 폭이 넓은 타이로 레트로 분위기를 잔뜩 끌어올린다. 이뿐 아니라 강성일 역시 칼라가 있는 베스트와 팬츠에 롱코트로 클래식의 쓰리피스 슈트의 전형을 따른다.

그러나 비슷한 듯 보이는 클래식 코드는 어느 지점에선가 크게 어긋나있다. 홍길동은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브리티시 클래식의 격식과 디테일을 재해석한 반면, 브리티시 클래식 코드이기는 하나 서부영화를 보는 듯 경직된 느낌의 웨스턴 클래식으로 홍길동과는 다른 강성일의 선을 만들었다.

홍길동은 초콜릿 브라운 슈트에 크림색 셔츠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고 있지만, 청회색에서 카멜색 트렌치코트로 갈아입으면서 순수 선으로 성장을 암시한다. 여기에 챙이 좁은 중절모를 살짝 얹듯이 써 2016년 버전으로 재해석된 소프트 브리티시 클래식으로 트렌디한 젊은 탐정 ‘홍길동’의 정체성을 완결한다.

반면 김성균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속 이병헌을 연상하게 하는 블랙 팬츠와 칼라 달린 베스트와 롱코트로 웨스턴 스타일 악당의 전형적인 코드를 따른다. 그러나 여기에 가늘고 날렵한 사각 안경테를 써 일제강점기 ‘나쁜 놈’ 이병헌과는 또 다른 지적인 악당 코드를 완성한다.

이처럼 혼재된 느낌은 몸에 꼭 들어맞는 피트로 ‘모던’ 코드를 통해 ‘탐정 홍길동’의 영화적 이미지 콘셉트를 흩트리지 않는 하나의 지향점과 만나게 된다.

최의영 실장은 “영화 기본적인 콘셉트가 5, 60년대 필름느와르를 우리나라로 옮겨와서 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사회적 배경으로 가고 싶은 게 감독의 생각이었습니다. 따라서 의상 역시 80년대지만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퓨전인거죠. 80년대 배경이기는 하나 80년대를 차용하지는 않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시대적 코드의 혼재는 전형적인 선의 캐릭터를 벗어난 홍길동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함은 물론 강성일에 극적 요소를 더해 끝까지 긴장감을 틀어쥐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스틸컷]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