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곡성’ 나홍진 감독 “제가 별종이냐고요? 독특한 면 없진 않죠” [인터뷰①]
- 입력 2016. 05.13. 14:25:10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시나리오가)내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인데 내안에 독특한 면이 없다고 말씀드리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아주 오래 고민해서 영화에 가장 맞는 선택을 하려 노력한 거예요. 그렇다고 한 순간에 생각난 대로 쓴 건 아니었죠. 많이 고민한 끝에 나온 영화니 제가 심한 별종은 아니지 않을까요?”
‘곡성’이 개봉된 후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나홍진 감독의 독특한 영화만큼이나 그의 성격에 대해 궁금해 했다. 개성 없는 성격의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작품이 아니란 거다. ‘다소 독특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 ‘곡성’은 평범함을 거부한 영화다. 스릴러에서 오컬트로 이어지는 장르적인 면도, 플롯의 짜임에 있어서도 그렇다.
나홍진 감독은 1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웨스트19(west 19th)에서 시크뉴스와 만나 영화 ‘곡성(哭聲)’(제작 사이드 미러‧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코리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앞선 기자회견을 통해 ‘황해’(2010) 때 극장에서 옷을 뒤집어쓰고 영화를 보는 여성관객을 보고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는 그는 이번엔 직접적 묘사를 많이 걷어냈다.
“‘황해’에선 손가락을 자르는 등 직접적 묘사가 있었다. 뼈다귀로 때리고 할 때 (여성 관객이)못 보더라. 그런 직접적 묘사나 폭력에 대한 묘사를 보여드렸는데 (관객이)보기가 힘들겠다 싶어 이번엔 좀 배재 시켰다. 그런 불편함을 걷어내고 심리적인 공포·스릴을 느꼈으면 한다.”
일각에선 ‘곡성’이 ‘살인의 추억’으로 시작해서 ‘엑소시스트’를 거쳐 ‘오멘’으로 끝나는 영화란 평을 내놓고 있다. 나 감독은 실제 이 같은 영화들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을 밝혔다.
“(‘곡성’이)실제 그런 영화일 수 있다. 걸작들이다. 이 같은 걸작들로부터 영향을 안 받은 영화라 할 수 없다. 그 외 걸작들이 많더라. ‘악마의 씨’(1968) ‘샤이닝’(1980) 같은 영화들의 영향을 받았다.”
‘곡성’의 미장센은 눈을 사로잡고 초반부엔 유머코드를 심어놨지만 영화 전반적으로는 어둡다. 데뷔작인 ‘추격자’(2008)에서부터 ‘황해’(2010)에 이어 ‘곡성’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는 관객으로부터 ‘스릴이 주는 재미는 있을지언정 아름다운 영화는 아니다’란 평을 듣기도 했다. 이에 “‘곡성’이 아름다운 영화는 아니란 평이 있는데 어떠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배우가” 라고 농담을 던진 뒤 웃었다.
“다양한 영화가 있다. 관객은 이런 영화 저런 영화 볼 거다. 내가 이런 영화를 계속 만든다 해서 평상시 그런 생각만 갖고 세상을 사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한 편의 영화를 만든 거다. 전 세계 많은 영화중 하나일 뿐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떤 장르로 풀어나갈까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가장 좋은걸 택해서 구체화한다. 그중에서 어떤 이야기를 가장 하고 싶으냐가 중요하지 강박이 있다거나 한건 아니다. 항상 장르‧스타일을 규정할 때, 그런 결정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평생 몇 편의 영화를 만들지 모르겠지만 이왕 만드는 거 잘 만들고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곡성’은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개봉 후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엔 토론이 벌어졌다. 관객들은 영화의 이해가 쉽지 않은 탓에 토론을 벌이며 내용을 명확히 해석‧정리하려 하고 있다. 반드시 영화를 어렵게 만들었어야만 했을까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기존의 스타일‧트렌드가 있을 거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관습적‧전형적인 면들을 지켜야한단 질문으로 들리는데 내가 왜 다른 영화와 비슷하게 만들어야하는지 모르겠다. 타 영화들과 비슷하게 만들라고 했다면 난 영화를 안 했을 거다. 난 영화를 예술이라 생각하며 하고 있는 사람이다. 독창적‧창의적 예술작품이 다른 독창적‧창의적 예술작품과 흡사하다면 좋은 작품일수가 없지 않느냐. 그런 부분은 별로 신경 쓰이지가 않고 엔딩을 놓고 이게 어려우냐 쉬우냐 인데, 계속 말하지만 사람은 다 다르다. 난 이걸 원했는데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통의 목소리를 내는 엔딩이 내게 왜 필요하냔 생각을 한다.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각자 다르게 해석하는 영화, 최소 이번영화에서만큼은 그래야 되는 것 아닌가 했다. 해석이 사람들마다 다른 영화를 만드는 게 내 능력의 한계치 안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배려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곡성’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오로지 곽도원이었다. 나감독은 “누구에게도 대본을 안줬다”며 “곽도원에게만 대본을 주고 ‘나중에 읽어나 봐 달라’ 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영화에서 모든 일이 일어난 시작점이 된 외지인은 일본인으로 설정됐다.
“(외지인은) 영화에 들어오고 다가온다. 언제인지 모르게 그 이상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을 바이러스나 바람처럼 들어오려 하는데 우리(한국인)와 유사한 외모였으면 했다. 중국 아니면 일본이었기에 둘 중 고민하다 일본 분이 더 적합하단 생각이 들었다. 곡성안의 이질감을 좀 더 드러내기 위한 거였다.”
박수무당 일광을 연기한 황정민에겐 유독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황정민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한 바 있다. 보다 자세한 내막을 물었다.
“황정민이 좋아 시나리오를 줬는데 당시 그가 스케줄이 정말 많은, 틈이 없는 상황이었어요. 정상적이라면 스케줄 때문에 못한다 말해야할 상황이었지만 시나리오를 좋게 봐준 데다 분량이 많지도 않고 나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대시를 했죠. ‘시간을 달라’고 하더니 다른 영화‧뮤지컬 스케줄을 조정하더라고요. 황정민의 배려 끝에 촬영할 수 있었어요. 그런 점이 정말 고맙죠. 한국 원탑이라 얘기해도 될 정도의 흥행의 아이콘인 분인데 사실 그땐 그 정돈 아니었어요.(웃음) 주연이라 생각하지만 객관적으로 명확히 보면 조연으로 후배배우와 출연해 영화에 엄청난 도움 준거예요. 그 점이 정말 감사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