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나홍진 감독 “낚시를 하는 건 감독? 정말 기분 좋은 말이죠” [인터뷰②]
입력 2016. 05.13. 18:26:06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곡성’에서 낚시질을 한 건 감독이다? 연출자로서 정말 기분 좋은 말이죠. 극장이란 곳이 불 꺼놓고 (외부의)소리도 차단하고 관객과 교감을 나누는 곳이니 연출을 잘했단 말이면 정말 감사해요. 관객이 부정적인 반응을 할지라도 그 이유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어요. 그것들이 종합돼 다음영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관객의 의견을 하나하나 될 수 있으면 읽어요. 영화 리뷰도 다 보려하고요.”

‘곡성’의 포스터엔 ‘절대 현혹되지 마라’라는 글귀가 나와 있다. 사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난 뒤 많이 하는 말은 ‘감독의 낚시질에 현혹돼 낚인 것 같다’이다. “‘낚시를 하는 건 나홍진 감독이고 절대 현혹되지 마라’ 라는 글귀는 관객에 던지는 말이 아니냐”고 물으니 그는 반색했다.

나홍진 감독은 1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웨스트19(west 19th)에서 시크뉴스와 만나 영화 ‘곡성(哭聲)’(제작 사이드 미러‧폭스 인터내셔널 프러덕션 코리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곡성’의 배경이 된 장소는 전라남도 곡성(谷城)이다. 물론 ‘곡 소리’란 의미의 영화 제목과 한자는 다르지만 제목과 지명이 동일하단 점에서 의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의도 한 거다. (무명 역의)천우희와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 어딜 지 생각하다 어떤 공간이 가장 신(神)이 떠오를법한 공간인지 고민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었으니 아마도 내가 자주 갔고 어린시절 신부님 수녀님 등과 함께한 기억이 있었기에 성인이 돼서 바라보는 곡성에서 어떤 신성함을 느끼는지 모르겠다. 객관적으로 봐도 인간과 함께 공간이 존재하지만, 항상 신이 느껴지는 공간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실제 이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에 촬영을 열심히 했고 곡성이 아니었다고 해도 스태프들사이에서 ‘곡성다운 곳을 찾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곡성에서 촬영을 하게 됐고 제목을 고민하다 ‘곡성’이 곡소리란 의미도 있고 가장 적합했다.”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카메라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관객이 제법 있다. 카메라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 물으니 의외로 별다른 의미가 담겨있진 않았다.

“별거 없다. 의심을 하게 만들어야했고 정확히 타겟을 삼는 것이 되게 해야 했고 말 아닌 액션을 통한 것이었으면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것이상의 어마어마한 의미가 담겨 있느냐. 그런 거 없다.”

관객에게 가장 큰 화젯거리가 된 건 단연 주인공들의 정체. ‘누가 누구냐’하는 것에 대해 그 근거를 이야기하며 온라인이 달궈졌다.

“해석을 다르게 하는 분들이 틀린 게 아니다. ‘곡성’은 플롯이 하나가 아니다. 왜 관객들이 이 영화가 어렵다고 하는 지 안다. 그냥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관객이 둘 중 하나를 얻었지 다 얻을 순 없었다. 이 영화는 심리적으로 두 시간을 이끌어간다. 스멀스멀 재미를 선사하고 클라이맥스를 어떻게 처리하는 게 이상적일까 고민했다. 심리적 체감의 극대화를 통해 이끌어내는 게 가장 나을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을 언제 해봤겠느냐. 명확한 엔딩을 선택 하는 것 보다 이 혼돈을 관객에게 경험해주게 하는 걸 택했다. 그래서 따라오는 난해함은 혼란을 경험하는 걸 얻은 대가다.”

관객만 결말 해석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 아니다. 감독도 머리를 싸매고 결말을 지어야 했다.

“이 같은 결말을 내기까지 한정된 시간을 넘어가며 작업했다. 오죽하면 7개월 동안 폭스에서 시나리오를 안 보낸단 이유로 모든 지원을 끊었겠느냐. 그러면서도 버티고 버텨 고민했는데 관객에게 영화가 다가갈 때 훨씬 좋은 영화적 체험을 하게 하기 위한 선택을 했다. 그렇다 해서 혼란스럽게 끝낼 수도 없었다. 무책임하게 엔딩을 정할게 아니라 생각한다. 그 부분에 있어선 명확한 게 있었다. 내 선에선 열심히 노력한 엔딩이다. 표면적 플롯만이 아니라 그로인해 생긴 은유 등이 관객을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기도 할 거다. 귀신인지 뭔지 의문인데 은유까지 나와 이게 뭔가 할 거다.”

나 감독은 ‘곡성’의 두 플롯을 각각 설명하며 관객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 밝혔다. 첫 번째 플롯을 통해 그는 ‘믿음’ ‘의심’이란 키워드를 내 놨다.

“‘천우희는 누구냐’ ‘황정민과 일본인의 관계는 뭐냐’ 이런 이야기는 표면적인 플롯이다. 엔딩에선 또 다른 플롯이 등장한다. 여기에 부제(김도윤)를 집어넣은 이유는 ‘믿음’과 ‘의심’이란 키워드를 집어넣기 위한 것이다. 가톨릭‧성경‧한국적 종교‧장소 등이 등장하지만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성경에 있다. 관객에 믿음‧의심에 대한 또 다른 체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던 거다. 관객은 기괴한 비주얼로 성경에 나온 말을 하는 이(일본인) 존재에 대해 어떤 해석을 할까. 의심 할 것 같으면 뭘 의심하고 믿는다면 뭘 믿을까. 이 신은 이런 부분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넣은 플롯이다. 첫 번째 신은 ‘누가 누구냐’ 하는 질문이 쏟아질 것 같은데 ‘신께서는 다시 다가오세요. 증명을 해주세요. 그래서 다시 보여주세요. 우리 인간도 이제 다시 본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가야겠네요’ 이런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거다.”

두 번째 플롯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종구에 대한 위로를 제안한다. 종구는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서 나쁜 일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어쩌면 지극히 인간적인 행동이기도 하기에 이를 이해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질 것이다.

“두 번째 플롯의 경우 ‘여러분 어떨 것 같으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엔딩은 가신 분들 있고 남은 분들 있을 거다. 그 남은 분들은 우리에겐 종구일 거다. 종구 얼굴을 보면서 그 순간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느꼈으면 한다. 관객은 2시간 35분 동안 종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봤다. 종구가 아빠로서 부족하다 생각하면 욕하라. 대신에 그렇지 않다면 ‘당신 잘못 아니다. 최선을 다한 걸 봤다. 좋은 아빠 같다’고 위로해주자. 남아계신 분들께 ‘위로하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다. ‘당신이나 나나 혼란스러운데, 인간이기에 겪을 수 있는 것 같다. 그게 우리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 인간답게 나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러닝타임이 길고 체력적으로 힘들어 막판에 이런 것이 잘 안 보일 거다.”

강렬함이 느껴지는 그의 영화 ‘곡성’ 만큼이나 나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에너지가 넘친다. 마지막으로 그런 그에게 스스로가 영화를 연출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에 대해 물었다.

“어릴 때 철이 없어 정신없이 살았어요. 20대가 되어서야 내가 왜 사느냐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죠. 이유가 없더라고요. 난 자의적으로 태어난 존재가 아니잖아요. ‘뭐지 이거?’ 이러다가 이유를 만들어야하겠다 생각했어요. (영화가)내가 존재해야 될 이유를 만들어가는 것이 되어버린 거죠. 영화를 통해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때 생각을 끼적인 종이를 아직도 항상 가지고 다녀요. 내용은 개인적인 거라 비밀이고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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