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춘할망’ 김고은, 그가 말하는 작품에 대한 책임감 [인터뷰]
- 입력 2016. 05.17. 11:10:50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데뷔작 ‘은교’를 통해 맑고 싱그러우면서도 관능적인 여고생 은교를 연기하며 충무로 기대주로 떠오른 김고은. 이후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등을 통해 강렬한 캐릭터들을 주로 연기해온 그녀는 잔잔한 분위기의 영화인 ‘계춘할망’을 통해 다시 교복을 입으며 불량소녀지만 알고보면 여린 계춘(윤여정)의 손녀 혜지로 또 다른 모습을 보인다.
김고은은 이번 영화를 통해 윤여정과 손녀와 할머니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윤여정은 눈여겨본 배우로 천우희와 김고은을 꼽은 바 있다. 하지만 그녀는 처음에는 이를 믿지 못했다고 했다.
“저를 눈여겨보셨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잘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계춘할망’에 출연하기로 하고 나서 ‘선생님께서 원래 네 얘기를 했었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부끄러우면서도 ‘진짜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 언론시사회나 인터뷰 등을 통해서 직접적인 이야기가 나와서 ‘진짜구나’ 생각했죠. 기쁘기도 했지만 쑥스러웠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윤여정은 처음부터 너무 싹싹하게 다가오면 부담스러운데 김고은은 그러지 않아서 좋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고은은 “저는 누구를 만나도 처음에는 조심하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서로가 서로를 잘 모르는데 제 얘기를 하면서 친근하게 다가가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렇게 하는 것 자체도 저를 감추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게 됐어요. 선생님 말씀을 경청하려고 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다가가는 게 더 좋잖아요.”
‘계춘할망’에 대해 할머니께 드리는 선물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 김고은은 이번에 처음으로 할머니를 시사회에 초대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출연을 망설였다며 그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할머니께서 잘 봤다고 하셨어요. 할머니가 극장이 추워서 힘들었다고도 하시고 또 많이 울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보면서 울었어요. 제 영화보고 제가 우는 게 창피해서 안 울려고 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많이 울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아무래도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에 너무 가슴아플까봐 출연을 망설이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제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하기로 했죠.”
‘계춘할망’은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로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할머니를 통해 진한 감동을 자아내며 언론시사회 당시 많은 기자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김고은 역시 눈물을 흘렸지만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영화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했다.
“강요해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감정이 쌓이다가 울컥해서 우는 것처럼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가 자연스럽게 감정의 변화를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저같은 경우에는 혜지가 그린 그림을 할망이 보는 순간 울컥했어요. 그런 식으로 보시는 분들이 부담스럽지 않았으면 해요. 자연스러운 감정의 변화들을 느끼셨으면 좋겠고 저 스스로도 연기하면서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의 또다른 특징은 제주도다.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해안도로, 유채꽃밭 등은 따뜻한 영화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며 동화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고은에게 제주도에서의 시간에 대해 묻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제주도를 워낙 좋아해서 여행도 많이 갔었어요. 제주도에서 촬영을 했던 때가 5~6월이었는데 날씨도 너무 좋고 화창한데 놀지 못하고 바라만보고 촬영을 해야하는 게 좀 아쉬웠어요. 멀리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보이면 속으로 ‘놀러왔나보다, 난 일하고 있는데 좋겠다’하면서 부러워했죠.(웃음)”
여배우가 중심이 되는 영화가 많지 않은 현실임에도 김고은은 ‘차이나타운’ ‘협녀’ 등을 통해 영화의 중심이 돼 극을 끌고 갔다. 이번에도 역시 윤여정과 함께 이야기의 중심이 된다. 이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줄곧 해맑은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던 김고은은 20대 여배우로서의 고민 등에 대해 진지하게 털어놨다.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면서 행운인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안전한 길이 있을 텐데 왜 굳이 모험을 하려하나고도 말씀하시는데 저는 신인일 때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있을 때까지는 이것저것 다 부딪혀보고 싶었어요. 신인 때만이 그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고 처음부터 안정적인 것만 추구하는 게 나한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의 말대로 김고은은 ‘은교’ ‘차이나타운’ 등을 통해 보여준 모습에서 또 벗어나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등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도전을 해온 바 있다.
“제가 가고자하는 길이 있으니까 20대 때는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 도전과 과감함을 거치면서 분명한 성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그렇게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많지 않으니까 해보고 싶었어요.”
배우로서 많은 고민과 생각을 갖고 있는 김고은은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가 말한 작품에 대한 책임감은 관객을 설득시키는 것이었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영화도 많잖아요. 감독님의 생각이 들어가고 범상치 않은 캐릭터가 등장하다보면 관객들이 이해하려고 애를 써야할 때가 많은데 그때 제 연기를 보면서 납득이 되고 설득이 되면 좋겠어요. 자연스럽게 끄덕이게 만들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서 이렇게 연기했다고 말해봤자 보는 사람이 못 느끼면 그건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