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박찬욱 감독의 애정이 영화 속에 살아 숨쉰다 [종합]
입력 2016. 05.25. 18:52:39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영화 ‘아가씨’(제작 모호필름‧용필름)가 다음 달 1일 관객을 만난다.

‘아가씨’의 언론 시사회가 박찬욱 감독, 배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성동구 CGV왕십리에서 25일 오후 2시에 열렸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에게 백작(하정우)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김태리)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제 6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이자 ‘올드보이’(2003) ‘박쥐’(2009)에 이어 세 번째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의 쾌거를 이룬 박찬욱 감독과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김태리 등 매력과 개성을 품은 배우들의 새로운 만남으로 기대를 모은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경력 초기엔 손님이 많이 오면 좋겠다든가 하는 욕심이 나는데 몇 편 만들다보면 이 영화가 좀 오래 기억되면 좋겠단 희망을 자연히 갖게 된다”며 “고전이 돼 100년 후에도 상영이 되는 것까진 안 바라더라도 적어도 블루레이로 만들어져 10~20년 후 자식세대 때 까지도 가끔 봐주면 하는 게 창작자로서 큰 소원이다. 당장 한 번 봤을 때의 재미가 물론 중요하지만 두세 번 볼 때 새로이 발견되는 뭔가가 있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화가 2부에 가서야 비 밀이 밝혀지는데 히데코(김민희)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봤을 땐 영화가 다르게 읽힐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두 세 사람이 한 화면에 담겼을 때도 있는데 말을 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게 된다. 두세 번째 봤을 땐 말을 듣는 사람의 얼굴도 보게 돼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영화를 만들며 지닌 포부와 그에 따른 노력을 짐작케 했다.

그는 “나도 잘 몰랐는데 진실을알고 봤을 때와 모르고 봤을 때 같은 사람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걸 표현하는 게 내가 (연출을 할 때)좋아하는 부분인 것 같더라”며 “‘복수는 나의 것’(2002)에서도 주인공을 달리 하며 한 사건을 바라본다. 애초에 공동제작자 임승용 감독의 아내가 원작소설 ‘핑거스미스’를 읽고 추천해 줘 소설을 읽었는데 마음에 들었다. 읽어가면서 당시 ‘이를 갈아주는 장면’이 그렇게 좋더라. 그 장면을 영화로 보고 싶었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만들어서 보여줬으면 할 정도로 그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이번 영화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이번 영화에선 귀족 아가씨 히데코와 하녀 숙희(김태리)의 파격적 베드신이 눈에 띈다. 박 감독은 “여배우들이 사랑을 나눈 장면은 물론 당연히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이 중요하다”며 “그 이상은 서로 대화하는 형식을 갖고 싶었다. 여러 영화의 정사장면 중에서도 이렇게 말을 하는 장면이 많지 않을 거다. 일반적 욕망의 분출이 아닌, 서로 대화·교감·배려를 하는, 친밀감의 교류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성적 표현을 은유적으로 한 부분에 대해선 “성적 행위가 아닌데서 관능적인 감정을 느낀단 건 실제 생활에서도 누구나 그런 걸 느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같이 밥을 먹어도 길을 걸어도 얼마든지 관능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다. 실제 성행위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관능적 감정을 가질 수 있는데, 침대에서 몸을 섞어도 그런 행위만 하는 건 아니다. 영화의 장면에 다른 감정이 숨겨져 있을 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폭력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내 영화 치곤 얌전하단 말을 많이 들었다”며 “어차피 고문하고 고문당하는 장면이라 어느 정도의 폭력성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손가락이)잘라지는 단면이 보인다거나 그 순간을 클로즈업 한 순간은 없다. 소리와 표정으로 넘어갔다. 이 정도는 이해해주길 바란다. 사실 영화에서 그 정도 폭력적 장면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류성희 미술감독이 칸에서 벌칸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박 감독은 “미술 음향 촬영 사운드 등 전 분야에 걸쳐 전문가들이 주는 상이고 단독 수상은 처음이라 들었는데 그 만큼 그 분야 종사자들에게 중요한 상”이라며 “류 감독도 경력을 시작 할 때부터 꿈이었다고 하더라. 이 상을 받은 것이 한 작품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지만 경력 전체에 있어 그 공을 인정하는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축하하면서 덩달아 나도 조금 뿌듯하다. 이 영화는 고립된 저택에서 벌어진 이야기이기에 미술이 다른 작품보다 훨씬 중요했다. 흔히 집이 다섯 번째 주인공이라 하는데 그 만큼 이 영화서도 중요했다. 양식 한식 일식을 조화롭게 표현한다는 건 정말 큰 과업이었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특히 서재가 중요했는데 외경은 일식 내부는 양식이다. 곳곳을 꾸미는데 있어 단지 ‘아름답다’ ‘멋지다’ ‘압도적이다’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어 식민지 시대 상류사회 지식인의 내면을 찾아 시각화하려 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속고 속이는 심리전’이다. 박 감독은 “이 영화는 크게 봐선 하나의 사기 행각”이라며 “상대를 속였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자기가 속은 것이었고 이런 식의 진실게임이 있다. 네 사람의 관계가 핵심인 영화다. 감독 입장에선 그런 관계를 묘사한 수단은 결국 시점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회피하고 다시 돌아와 그 사람을 보는데, 상대가 날 안볼 때 몰래 보는, 이런 식의 시점 샷에 눈동자 움직임을 더했다. 그 움직임의 클로즈업끼리의 충돌 등을 통해 묘사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칸에 보낸 버전에서 훨씬 더 많이 만져 개선된 상태를 오늘 보여줬다”며 “다른 영화도 다 그렇지만 내 영화 중에서도 가장 공을 들이고 정성을 쏟은 영화다. 후반작업 기간도 가장 길었다. 이렇게 감독이 할일이 많던가 할 만큼 많이 했다. 어떤 작품보다 애착이 가고 기대가 되고 정이 간다”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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