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파격적이며 우아한 박찬욱 감독의 연주 [씨네리뷰]
입력 2016. 05.26. 09:50:16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매혹적.’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이렇다. ‘아가씨’는 아름답고 파격적이다. 관객은 동서양의 멋이 혼재한 이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눈과 귀가 호강하는 기분을 느낄 것이다. 에로틱하면서도 근사함이 느껴지는 이 영화에서는 박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한껏 묻어난다.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된 ‘아가씨’(감독 박찬욱, 제작 모호필름·용필름)가 다음 달 1일 관객을 찾는다. ‘아가씨’는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Sarah Waters)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그리고 신예 김태리의 조합 만으로도 이미 관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데다 외신들이 극찬과 함께 전 세계 175개 국가와의 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 (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그녀에게 백작(하정우)이 추천한 새로운 하녀 숙희(김태리)가 찾아오고 매일 이모부(조진웅)의 서재에서 책을 읽는 게 전부인 외로운 아가씨는 순박해 보이는 하녀에게 조금씩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하녀의 정체는 유명한 여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숙녀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해 돈을 가로채겠다는 사기꾼 백작의 제안을 받고 아가씨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기 위해 하녀가 된 것이다. 백작이 등장하고 백작과 숙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가씨의 마음을 흔들기 시작하는데…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이들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박 감독의 전작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박쥐’(2009) 등은 금기와 파격을 넘나들었다. ‘아가씨’ 역시 마찬가지로 ‘동성애’라는 파격적 소재를 담았지만 박 감독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폭력적이고 잔인한 묘사는 눈에 띄게 멀리했다. 대신 동성애를 중심으로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그 자리를 채웠다. 사디즘 등 영화에서 보여주는 성적인 표현은 변태적이지만 ‘싸구려’로 다가오지 않는다. 히데코와 숙희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사랑이 저변에 깔려있고 인간의 욕구, 그리고 그 욕구와 사랑의 충돌이라는 것에 대해 우아하게 표현했기 때문일 터다.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를 가득 채우는 웅장하며 고혹적인 분위기는 음악과 미술에서 비롯됐다. 1930년대 과도기적 이미지는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긴장감과 재미를 더하는 음악은 영화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데 큰 몫을 한다. 영화를 보는 그 누구라도 빠져들 만한 뛰어난 미장센은 가히 압도적이다. 특히 동서양의 양식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 그 가운데 서재 같은 장소는 가장 핵심이 된 부분이다. 박 감독은 이 같은 배경을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 보단 당시 상류사회 지식인의 내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아가씨’에서 반전은 화자의 시선 변화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다. 각각의 인간이 지닌 욕망이 사랑 사기 거래 거짓말 등을 통해 보이게 되고 반전과 함께 이야기의 가닥이 잡히면서 진실과 거짓이 구분이 선명해진다. 인물들 간의 속고 속이는 심리전은 화자의 시점을 통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물들의 떨림과 긴장감을 담아내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박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시대극에 도전했다. 각기 다른 속내를 지닌 4인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사랑과 욕망이 충돌하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스토리를 완성했다. 아울러 각각의 매력을 지닌 캐릭터와 박 감독 만의 스타일로 창조된 볼거리가 조합을 이뤘다. 4인 4색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은 영화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아가씨를 연기한 김민희는 단지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만으로도 빠져드는 신비스러운 눈빛을 지녔다. 그런 그녀는 영화를 이끄는 배우로서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녀와 호흡을 맞춘 하녀 역의 신예 김태리. 그녀 역시 앞으로를 기대하게 하는 개성 있는 외모와 연기로 당당히 한 몫을 했다.

이런 두 여성 캐릭터가 만나 사랑에 대한 진지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두 남성 캐릭터는 이들과 대조를 이루는, 불만족스럽고 지질한 모습을 보인다.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 백작을 연기한 하정우는 매력적인 백작의 모습을 노련하게 연기했다. 유머와 위트를 갖춘 백작의 캐릭터는 하정우에게 딱 맞는 옷이다. 조진웅이 연기한 아가씨의 후견인 코우즈키는 일본귀족과의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루고 동경하는 일본과 유럽의 건축양식으로 저택을 지어 그 안에 자신의 욕망을 숨긴 인물이다. 노인 연기에 도전한 그는 완벽한 노인 분장에 기대지 않았다. 단지 연기만으로도 노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이처럼 제몫을 해내는 배우들의 열연이 박 감독과 만나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었다.

이 에로틱하고 근사함이 느껴지는 영화는 일본어 대사가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감독의 영화팬이라면 그의 영화에서 묘사되는 잔혹한 모습이 제거돼 실망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음을 좀 더 열고 영화를 들여다본다면 그 속에 내재된 섬세한 감성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러닝타임 144분. 청소년 관람불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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