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박찬욱 감독 “동성애? 단 한번의 거리낌 없이 가는 게 통쾌하죠” [인터뷰①]
입력 2016. 06.01. 09:57:37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동성애’가 금기라는 건 모르겠습니다. 극이 흘러감에 따라 두 사람(히데코·숙희)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어떤 망설임도 없이 이뤄지죠. 망설임이 있다면 다른 종류의 것, 즉 ‘서로 속고 속이는 것’ 같은 것이고요. 동성이기에 생기는 망설임은 없습니다. 단 한 번의 거리낌 없이 가는 게 통쾌하죠.”

영화 ‘아가씨’의 시사회가 열린 뒤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의 아름다움과 함께) 영화가 동성애를 다룬 점과 동성간의 성행위·영화 속 인물의 사디즘·마조히즘을 포함한 변태적 성향에 대한 표현 등 성적 묘사의 파격이 화제가 됐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에서 동성애를 금기시 하지 않았다.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는 동성애라는 점에 대해 전혀 거리낌이 없다. 단 한 번의 고민도 없이 자연스럽게 둘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달려간다. ‘동성애가 왜 금기냐’고 반문하는 박 감독의 생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박 감독은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아가씨’(감독 박찬욱, 제작 모호필름·용필름)를 주제로 영화와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가씨’에서 김민희 김태리의 베드신은 노골적이다. 성행위에 대한 직접적 묘사도 있지만 빗대어 묘사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아름답게 잘 포장되어 우아함을 갖췄다. 베드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남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영화’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한 박 감독의 생각을 들어봤다.

“‘남성의 시각’이란 것은 너무 쉽게 하는 말 같다. 감독이 남성이라 그럴 것이란 선입견 이상의 무언가가 되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샷·앵글이 어떻다는 식의 분석적 지적이어야 그런 의도가 아니라 해명할 수 있다. 뭉뚱그려 얘기하면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로선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 아주 조심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관능적인, 노출이 많은 장면이기에 그렇다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아닌 것 같다. 그런 장면을 찍지 말란 법은 없다.”

‘아가씨’는 순 제작비만 120억 원이다. 언론에 영화가 공개된 뒤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고 개봉 전부터 ‘19금’ 이란 핸디캡을 넘어서며 예매율 1위를 달성했다.

“다행으로 생각한다. 흥행에 대한 부담이 컸다. 제작비가 이렇게까지 많이 들 거라 생각 못했는데 예산을 짜놓고 나서 깜짝 놀랐다. 폭발 신이나 자동차 추격 신이 있는 것도, 대형 엑스트라 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예산이) 100억 원이 넘는 영화가 될지 몰랐다. 예산을 받은 뒤부터 걱정을 많이 했다. 19세 영화란 것 까지 작용해서 부담이 더했는데 희망이 생겨 편히 잘 수 있게 됐다.”

박 감독은 ‘아가씨’를 상업영화라 지칭하지만 언론과 대중은 그의 영화를 단지 상업영화로만 보진 않는다. 박 감독에게 상업영화란 뭘까.

“(내게 상업영화란) ‘모호하지 않은 영화’다. 원래 그런 기준을 가졌던 건 아닌데 그 전 영화들도 늘 나는 상업영화라 생각하며 (연출)했다. 다르게 접근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그랬다 어떤 영화는 흥행이 되고 어떤 영화는 흥행이 안 됐는데 그 (영화들의) 차이가 뭔지 잘 몰랐다. ‘올드보이’는 근친상간을 다뤘기에 상업적으로 위험하다 생각했다.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흥행이 잘 안된다고 하는데 ‘친절한 금자씨’(2005)는 잘 된 영화다. 늘 똑같이 상업영화를 만든단 마음으로 (연출을) 하는데 ‘박쥐’(2009)는 잘 안됐다. 이게 뭔지 모르겠다. (‘아가씨’는 예술영화가 갖고 있는) 모호한 구석이 없고 모든 게 분명하게 해결이 돼버린 영화였기 때문에 칸 영화제에서 경쟁부분으로 불러줄 거라 생각 못했다.”

‘아가씨’는 영국 소설가인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국내에서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선 좀 달랐다. 칸 영화제에서 많은 프랑스 언론들은 인터뷰를 통해 박 감독에게 또 다른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바로 프랑스 감독인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영화 ‘디아볼릭’(1955) 이다.

“프랑스 배급사가 주선한 프랑스의 언론들과 주로 인터뷰를 많이 가졌다. 프랑스 사람들은 글루조 감독의 ‘디아볼릭’을 참고했느냐고 많이 묻더라. 내 입장에선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걸작이고 어려서 좋아한 영화지만 기억은 안 난다. 프랑스 사람은 그렇게 볼 수 있겠구나 했다.”

박 감독은 ‘핑거스미스’를 읽고 자신이 원하는 요소가 담긴 이 소설이 마음에 들어 영화로 만들었다. 그러나 영화는 거의 재창조에 가까울 만큼 소설과 대폭 달라졌다. 각색을 하며 과감히 첨가하고 배제한 부분이 있을 터다.

“(원작인 ‘핑거스미스’) 소설을 읽으며 그걸 (해피엔딩을) 나도 모르게 바라게 되더라. 여주인공 둘이 한편이 되고 둘이 진짜 행복한 사랑의 여행을 떠나는 걸로 끝내고 싶었다. 소설이 그렇게 끝났으면 했다. 뒤에 가서 출생의 비밀이 나오는 부분들은 바꾸고 싶었다. 지나간 어머니 세대 이야기라 분량도 그렇고 내게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현대 관객에게 호응을 얻을 만한 내용도 아니고. ‘핑거스미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통속 대중문화를 다룬, 전통에 입각해서 쓴 소설이기에 현대적으로 각색돼야 좋을 거라 생각했다. 먼저 1부에서 숙희가 정신병원에 가게 된 반전. 둘째, 같은 상황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본 것. 셋째, (숙희가 히데코의)이(를) 갈아주는 장면. 넷째, 정사장면. 두 여성 사이의 첫 정사장면에서 (히데코가) ‘남자들이 원하는 게 뭐야’ 라고 유혹을 시작한다. 숙희는 ‘백작님이 이런 걸 좋아하실 것’이라며 유혹에 응한다. 서로 뻔히 알면서 (물론 숙희는 잘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이런(모르는) 척하는 게임 같은 것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첫 관계에서의 부끄러움이라든가 떨리는 것 겁나는 것을 그걸로 없애는 거다. 어디까지나 이건 일인 것처럼. 그게 교묘한 재미가 있다.”

박 감독은 이번 영화를 자신이 가장 공을 들인, 애정이 가는 작품이라 말했다. 그 중에도 그가 가장 애정을 느끼는 장면에 대해 묻자 그는 총 세 장면을 꼽았다.

“세 개를 얘기하고 싶다. 히데코의 첫 독회. 흰 기모노를 입은 히데코가 채찍질을 하고 상상 속 남자들은 엉덩이를 얻어맞고 히데코는 또 자기 목을 조르는 장면이다. 둘째, 숙희와 히데코가 한 편이 되는 신이다. (히데코가) 목을 매달 때 (숙희가) 구해준다. 셋째, 평화호텔이란 곳의 객실에서 (히데코가 백작에게) 와인을 먹여 재우는 신이다. 백작이 침대에서 돈을 뒤집어쓰고 있다가 히데코를 겁탈하려 하고 그가 기절하기까지의 장면이 굉장히 긴 테이크로 이뤄졌다. 배우와 스태프가 호흡을 맞춰 잘 구성했다. 백작이 (자신에 대해) 굉장히 여잘 잘 다루고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고 히데코는 (와인을) 먹여야하는데 안 먹는다. 그럴 때 생기는 서스펜스를 관객은 안다. 백작이 히데코의 가슴을 애무할 때 흥분하는 척 얘기만 하다 백작이 안볼 때 싸늘한, 마녀 같은 표정을 짓는데 그 순간이 좋다. 음악이 아주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인데 히데코가 목조를 때와 같은 곡이다. 정말 좋아해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같이 썼다.”

‘아가씨’는 결론이 명확한데다 해피엔딩이다. 상업 영화를 의식한 의도적인 엔딩은 아니다. 의외로 이유는 단순했다. 단지 감독의 개인적인 바람을 영화로 이룬 것이었다.

“(원작인 ‘핑거스미스’) 소설을 읽으며 그걸 (해피엔딩을) 나도 모르게 바라게 되더라고요. 여주인공 둘이 한편이 되고 둘이 진짜 행복한 사랑의 여행을 떠나는 걸로 끝내고 싶었습니다. 소설이 그렇게 끝났으면 했죠.”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권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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