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가씨’ 김민희 ‘아이 혹은 나쁜년’, 반전의 완성 ‘벨 에포크 의상’ [영화의상 STORY]
- 입력 2016. 06.01. 11:40:02
- [매경닷컴 시크뉴스 한숙인 기자] 영국작가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를 영화한 ‘아가씨’는 제목이 주는 익숙한 듯 생경한 느낌이 영화 속에도 그대로 반영돼 반전 스릴러에 판타지를 더한 영상과 스토리의 긴장감을 끝까지 틀어쥔다.
영화 '아가씨' 김민희
욕망의 시작이자 갈등의 중심이기도 한 김민희는 속삭이듯 내뱉는 일본어 대사와 툭 치면 쓰러질 듯한 가녀린 몸매로 아이보다 더 순수하고 위험천만한 아가씨 히데코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영화는 숙희의 “씨발, 예쁘다고 귀뜸이나 해주지”라는 말로 아가씨라는 인물이 얼마나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는지를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영화는 히데코가 유명 화가 작품에서 등장할 법한 완벽한 외모 소유자라는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는 반전과 반전으로 배우 김민희가 가진 다중적인 측면을 적극 활용한다.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김민희의 야리야리한 듯 신비한 느낌은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 세계 1차 대전이 터지기 전 파리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인 ‘벨 에포크’를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 명민함으로 완성됐다.
조반니 볼디니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부드럽고 가냘픈 목과 어깨선이 드러난 오프숄더 드레스, 프릴과 레이스로 로맨틱 무드를 한껏 끌어올린 디테일, 야리야리한 몸매를 있는 그대로 표현한 실루엣 등이 ‘아가씨’ 김민희의 매력을 돋보이는 장치들로 완벽하게 기능한다.
김민희는 비즈로 장식된 오프숄더 드레스, 앙증맞은 프린트의 스퀘어 네크라인 롱드레스와 챙이 넓고 납작한 헤드의 화이트 모자로 귀족인 품격을 드러냈다. 또 레이스 프릴이 장식된 깊게 파인 스퀘어 네크라인 블라우스와 싸개 단추가 촘촘히 박힌 카키 빛 롱스커트, 페전트 스타일 화이트 블라우스와 그레이 빛 맞주름 롱스커트 등 음울한 색이지만 태생적 고급스러움이 배어있는 모습으로 장면 장면을 휘어잡았다.
무엇보다 이런 음울함과 순수의 패션코드가 그녀에 내제된 또 다른 이면의 가림 막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영화 속 아가씨 의상은 총 25벌로 한 벌 당 최소 1개월에서 4개월의 제작기간에 걸쳐 완성됐다. 이처럼 오랜 공들임만큼 의상 하나하나가 시선을 땔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의상에 시선이 쏠리지는 않는다. 이는 의상이 극 중에서 캐릭터를 완성하는 보조 수단이 아닌 하나의 또 다른 캐릭터로 제 역할을 해내고 있음을 반증한다.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영화 ‘아가씨’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