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작품을 향한 갈증이 만들어낸 그의 연기 [인터뷰]
입력 2016. 06.08. 14:35:32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사’자 전문배우 김명민이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권종관 감독)을 통해 ‘사짜’ 느낌의 법조 브로커로 돌아왔다. 이번에 그가 연기한 필재는 실력도 ‘싸가지’도 최고인 법조 브로커로 속물근성을 가진 인물이지만 매력적인 '츤데레' 캐릭터가 됐다.

“그런 캐릭터를 할 때 조심해야될 게 실제로 그런 사람이 하면 안돼요. 그래야 저처럼 희석이 돼서 나오죠. 캐스팅한 이유가 그런 것 때문이라고 하시는데 필재는 사연이 있는 양아치로 단선상의 인물처럼 보이지만 내면연기도 필요했죠. 그런 측면에서 저를 캐스팅하신 것 같아요.”

‘특별수사’는 120분 동안 사건들이 스피디하게 진행된다. 특히 필재는 절대갑 대해제철 여사님(김영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며 통쾌함을 선사한다. 김명민은 영화를 본 후 ‘괜찮네 싶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하고는 달랐어요. 순태가 고해성사하는 장면이라든가 무겁게 그려져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게 편집되면서 무거운 감이 덜 해졌죠. 편집과정에서 과거 장면들과 수사과정들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것 같아요. 기술시사 때 보고도 '약간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었던 부분들이 없어져서 의외로 괜찮네 싶었어요.”

영화는 영남제분 여대생 살인사건과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등을 소재로 했지만 무겁게만 끌고 가지 않는다. 김명민은 영화 ‘조선 명탐정’에서 보여준 오달수와의 ‘남남케미’에 이어 이번에는 성동일과 함께 하며 ‘아재케미’를 보여준다. 특히 두 사람이 붙는 장면은 무거운 소재를 다룬 영화에서 웃음포인트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애드리브가 예상치 않게 나오면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당황할 짬밥은 아니고 즐기는 쪽이었어요. 동일이형은 매 테이크가 달라요. 어떻게 저렇게 다르게 할 수 있는지 신선했죠. 똑같은 장면을 몇 번을 반복해서 찍으면 식상하고 지치기도 하는데 대사를 새롭게 치니까 신선한 거예요. 본인 말로는 대사를 안 외워서 그렇다하는데 외우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그 순간 몰입을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런 대사를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성동일의 애드리브도 영화의 재미를 더하지만 김명민의 애드리브 역시 재미는 물론 필재 캐릭터를 더 잘 표현해주는 도구다. 필재가 자신에게 커피를 건네는 후배 형사(이지훈)에게 “침 뱉었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이 대사는 이 장면에서 재미를 주기 위해 한번 등장했지만, 이후 김명민이 반복하면서 재미는 물론 캐릭터를 표현해주는 역할을 했다.

“필재가 자신에게 물이나 음료수를 주는 사람들에게 ‘침 뱉었냐’는 말을 상황마다 반복하는데 그게 애드리브였어요. 필재를 만들어가면서 그 대사를 반복해주면 연속성의 재미가 있겠다 싶었죠. 적진에 들어가서도 그 대사를 하는데 심각한 위기의 상황에서도 농을 칠 정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었죠. 필재는 흉악범도 자기 손으로 집어넣었을 정도의 강심장인데다가 밑바닥부터 겪어온 애라 그런 농담을 칠 수 있었던 거죠. 그 대사를 반복함으로써 연속성에서 재미뿐만 아니라 필재의 성향을 구축할 수도 있었고요.”

필재는 대해제철 여사님께 맞서다보니 죽을 위기도 여러번 겪는다. 이로 인해 김명민은 실제로 죽을 뻔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권종관 감독이 컷을 하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현장에 같이 계시지 않은 게 한이네요. 그걸 직접 보셨어야 했는데.(웃음) 감독님이 10년 동안 칼을 가셨으니 이해는 가죠. 길게 컷을 가시는 건 이해하지만 배우 스스로가 느끼는 한계치가 있잖아요. 내 의지대로 안 되는 한계치가 있는데 그 지점까지 가면 울컥하게 되는 거죠.”

감독과 면담까지 했다며 힘들었음을 토로했지만 김명민은 감독에게 맞추는 것이 배우라며 배우로서의 태도에 대해 말했다.


“배우가 (힘들더라도) 감독님께서 오래 찍는 것에 맞춰줄 경우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감독님의 계산이 있었던 거고 감독님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하는 게 배우잖아요. 배우한테 제일 무서운 게 액션소리예요. 컷하기 전에 본인 스스로 끊는다는 건 상상할 수가 없죠.”

필재가 그렇게까지 고생한 건 동현(김향기)의 아빠 순태(김상호)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서였다. 속물근성의 필재가 돈 안되는 사건에 목숨까지 걸게 된 것은 동현과의 동병상련의 아픔때문이었다. 필재의 아버지 역시 순태처럼 감옥살이를 했던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필재의 장면이 편집됐지만 김명민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그편이 좋았다며 아쉬워하지 않았다.

“마음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한 가지는 편집이 됐어요. 필재와 할아버지(신구)가 싸우고 있었는데 그때 할아버지가 필재에게 '네 아버지가 죽던 날 너한테 쓴 것'이라며 편지 하나를 건네요. '사랑하는 아들 필재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읽다가 벅벅 찢어버리고 뛰쳐나가는데 비속에서 자신의 손으로 찢은 편지를 맞춰가면서 읽는 장면이 있었어요. 굳이 필재의 명분을 주기 위해 필요한 장면이라면 빠져도 될 것 같아서 상의 끝에 편집됐죠. 부성애는 순태랑 동현이한테 쏠리는게 맞다고 생각했고 분산이 되면서 방해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죠.”

김명민은 '특별수사'에 이어 재난영화 '판도라'의 하반기 개봉도 앞두고 있다. 또 6월 말에는 영화 '하루' 촬영에 들어간다. ‘열일’하는 배우라는 말에 김명민은 "어찌하다보니 일을 쉬지 않고 하고 있다"며 연기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일이라는 것이 내가 쉬고 싶을 때 쉬고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이 몰릴 때가 있고 본의 아니게 쉬게 될 때가 있는데 그래서 어떨 때는 내가 열일하는 것처럼 보이고 어떨 때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게 느껴질 때도 있죠. 그렇게 자주 하다보니 몇 년 쉬다나와도 잠깐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본인은 힘들게 지내왔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배우는 촬영장에서 호흡하고 살아있음을 느끼죠. 좋은 작품 있으면 몸이 부서져도 또 할 수밖에 없어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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