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수사’ 김상호 “밖에서의 고생이 허사가 되지 않아야했다” [인터뷰]
입력 2016. 06.08. 16:37:48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우리 작품에서 순태가 무너지면 밖에서 다른 인물들이 한 고생이 허사가 되는 거였어요.”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권종관 감독)에서 순태를 연기한 김상호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순태는 하나뿐인 딸 동현(김향기)와 함께 살아가는 택시기사로 어느 날 갑자기 대해제철 며느리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돼 사형을 선고받는 인물이다. 그런 만큼 순태에게서는 절박함이 느껴졌고 밖에서의 인물들의 고생이 허사로 보이지 않았다.

“감독님이랑 ‘순태가 무너지면 우리 작품 망한다, 관객들이 안 본다’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순태가 가짜로 느껴지면 밖에서 필재(김명민) 등 순태를 구하려고 노력하는 것들도 그대로 다가오지 않으니까요. 시간은 흐르는데 관객이 따라가지 못하면 망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순태한테 믿음을 갖게 하느냐가 중요했죠.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순태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함께 하신 분들이 정말 연기를 잘하신 분들이었는데 좋은 작품이 탄생하겠다는 전체적인 기대감보다는 ‘내가 잘해야 돼, 내가 폐끼치면 안 돼, 내가 무너지면 이 작품이 무너져’ 그런 생각을 갖고 임했죠.”

순태는 첫 장면에서 딸 동현(김향기)의 소풍을 앞두고 김밥을 함께 먹은 이후 줄곧 혼자 교도소에서 지냈다. 김상호는 혼자 연기한 것에 대해 외롭기보다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명이 할 때는 주고받는 게 재밌지만 혼자 하다보면 감독님이랑 둘이 연구하고 상의하게 돼요. 순태가 등장하는 장면들이 어둡다보니 제가 찍을 때 현장분위기는 차분했어요. 그래서 제가 가끔 농담도 했는데 슛 들어간다 하면 조용해졌죠. 외롭지는 않고 재밌었어요.”

김상호 또한 사형수를 연기하면서 죽을 뻔 했다는 김명민만큼 고생을 많이 했다. 자신을 죽이려드는 같은 사형수 이문식과 싸우는 장면부터 딸의 안전을 담보로 자살을 강요받는 후 링거줄로 목을 매는 장면 등에서 그의 고생이 그대로 드러났다.


“링거줄로 목을 매는 장면에서 감독님이 ‘선배님이 하시다가 정말 위험하다싶을 때 그만하세요’라고 했는데 그러면 배우는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연기를 하면서 과연 내 표정이 정말 괜찮을까, 잘 찍히고 있나 신경을 쓰게 됐어요.”

순태가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이유는 딸에게 당당한 아버지가 되기 위함이었다. 혐의를 인정하면 1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그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고 결국 사형을 선고받는다. 이후 순태는 필재에게 편지를 보내는데 그 편지에는 자신의 억울함보다는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한가득 담겨있었다.

“순태는 딸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명예회복을 하려고 한 거예요. 살아남으려는 이유가 내 딸한테 당당한 아버지가 되고 싶기 때문이었죠. 순태는 팔에 문신 등 외형적인 것으로 봤을 때 평범한 세월을 보내지는 않은 인물인데 동현을 만난 후 평범한 사람이 된 인물인데 딸한테는 모든 아버지가 다 그런 것처럼 괜찮은 버팀목이 되고 싶었던 거죠.”

김상호는 원래는 시나리오가 많이 친절했고 그러다보니 분위기가 좀 더 묵직했다고 밝혔다. 현재 영화의 분위기는 감독의 편집덕이라고. 김상호는 편집할 때 순태의 장면을 먼저 봐달라고 했다며 등장에는 반드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나리오에 있던 장면들을 찍기는 다 찍었는데 감독님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거나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셨는지 편집을 했는데 그게 훨씬 좋았어요. 순태의 장면도 두 세 장면 정도 잘렸어요. 감독님한테 혹시나 영화가 길고 잘라야 된다는 판단이 서면 제걸 먼저 보시라고 말씀드렸어요. 많이 나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하는데 그게 아닐 경우에는 지겨워해요. 안 나오는 것만 못하죠. 그럼 결국 다 손해예요. 그런 이유로 저를 먼저 자르라고 말씀드렸고 순태의 장면을 잘라낸 건 정말 잘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저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잘 사용해주셨죠.”

순태는 억울하게 살인 누명까지 쓴 것도 모자라 나중에는 자살까지 강요당하는 인물이다. 김상호의 억울한 표정은 순태의 감정에 이입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들게 만든다. 하지만 그는 표정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가 억울한 표정을 지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 복잡해져요. ‘눈썹은 이렇게 하고, 입은 쭉 내밀고’ 이런 생각으로 연기하면 힘들죠. 순태가 처해있는 환경을 보고 ‘저 사람은 억울하겠구나, 버티고 있구나’ 그렇게 느끼고 그 감정을 연기했죠. 억울함을 풀려고만 하는 사람이었다면 더 짧게 나와야 했어요. 그가 속해있는 상황은 억울하지만 억울하다고 외치지는 않죠. 자신의 억울함을 푸는 것보다 명예회복이 절실한 인물이니까요.”

순태의 하나뿐인 딸 동현을 연기한 김향기에 대해 김상호는 “정말 예쁘다. 그 나이에 갖고 있어야할 것을 갖고 있다”며 칭찬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더 과장하고 싶고 과시하고 싶어 하는데 향기는 그걸 과시하지 않고 오롯이 갖고 있어요. 앞으로 계속 배우를 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거는 인생을 살면서 큰 아름다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향기가 예쁘게 해주니까 순태가 크게 확장돼서 보여지는 효과도 있었죠.”

김상호는 한 차례 연기를 그만뒀었다. 그는 연기를 그만뒀던 일에 대해 털어놓으며 그 이유에 대해 화가 나서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다시 연기가 하고 싶어졌고 절실함이 깨달은 후 연기 호평을 받게 됐다고.

“그만둘 때는 화가 나서 그만뒀어요. 다른 일을 이만큼 열심히 했으면 전세방이라도 얻었겠다 싶은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났죠. 그때 방이 없었을 땐데 월세 보증금까지 다 날아갔거든요. 그래서 그만뒀는데 그만둔 후에 다시 연기가 정말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결국 일년 반 정도 지난 후에 연기를 다시 하게 됐고 그때 호평을 받게 됐어요. 눈빛이 변했다면서 칭찬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그 일 이후에 연기에 대한 절실함이 더 생기게 됐죠. 그래서 후배들한테 그만둔다는 말은 가장 늦게해도 된다는 말을 해줘요. 그만두면 끝이니까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더셀럽 주요뉴스

인기기사

더셀럽 패션

더셀럽 뷰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