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가씨’ 김민희 vs 김태리, ‘귀족과 하녀’ 두 얼굴의 비밀 [영화뷰티 STORY]
- 입력 2016. 06.10. 14:15:57
- [시크뉴스 이상지 기자] 영화 ‘아가씨’(박찬욱 감독, 모호필름·용필름 제작)는 파격적인 영상미와 함께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은 분장 감독의 손길이 더해져 완벽한 예술작품으로 완성됐다.
‘아가씨’는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의 무대였던 빅토리아 시대를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으로 옮겨와 새롭게 재해석했다. 영화 속 전체적인 스토리를 끌어가는 인물은 바로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 두 여성은 귀족과 하녀라는 신분의 차이를 극대화한 분위기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특히 두 사람은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변화하는 내면세계를 치밀하게 담아낸 분장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때로는 순진하게 그리고 때로는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얼굴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영화 속 배우들의 얼굴을 만들어낸 송종희 분장감독이 아름다웠던 두 여배우의 비밀을 시크뉴스에 직접 밝혔다. 다음은 송 감독과의 일문일답.
- 히데코 캐릭터에 맞춰 김민희는 어떤 분장 콘셉트를 설정했나.
히데코(김민희)는 권력의 최종 쟁취자인 동시에 쑥맥처럼 보여야 했다. 지성적으로 많이 알고 있지만 숫처녀의 개념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팜므파탈 적인 이미지로 다가왔지만 숙희의 남자로서 무엇보다도 기품이 있게 연출했다. 귀족적인 집안에서 자라난 그녀는 바깥세상과 동떨어진 인물이다. 자료 리서칭 도중 1930년대 웨스턴 스타일을 캐릭터에 매치 시켜서 비대칭적인 헤어스타일을 연출했다. 마치 액자 속에 갇혀진 인물처럼 틀 안에 갇혀진 느낌이다.
- 김민희의 메이크업은 잘 다듬어진 도자기 같은 느낌이다.
김민희 피부는 도자기처럼 투명하고 세상과 단절된 느낌으로 표현했다. 김민희 본래 얼굴과 보디 톤이 백색 피부는 아니기 때문에 김태리와 김민희 두 명의 명암 대비를 강하게 줘서 더욱 창백하게 보이도록 했다.
- 반면 숙희를 연기한 김태리는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풍긴다.
숙희(김태리)라는 인물이 애초에 백지상태에서 출발하다보니 히데코를 기준으로 상반되는 느낌으로 연출됐다. 날것의 이미지, 즉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적인 느낌을 명암의 대비로 표현했다. 순진한 여성성 안에서 아가씨를 리드하지만 그녀도 결국 여성이라는 것.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를 많이 고민했다.
- 신인 배우 김태리의 건강한 이미지를 잡는 과정에서 신경 썼던 점은.
김태리는 원래 우윳빛 피부의 소유자다. 영화를 위해서 태닝을 감행했다. 섬세한 느낌을 살리려 땀이나 잔머리 등을 표현했다. 잔머리를 설정하고 텍스처를 강조해 자유롭고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줬다. 또 야생적인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주근깨와 그을린 피부 등 질감을 강조했다. 눈썹도 풍성하고 더욱 풍부하게 보일 수 있도록 연출했다.
- 아가씨 히데코와 하녀 숙희의 정반대되는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했나.
화면에서는 큰 차이를 못 느낄 테지만 원래 사람 피부가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히데코가 빛을 못 받았기 때문에 창백한 톤이라면 숙희는 그을린 피부에 붉은 혈색을 강조하는 치크 표현와 2~3개의 피부 톤으로 디테일하게 설정했다.
- 빛과 어둠의 개념인가.
숙희는 어두운 톤 안에서 반사빛으로 보이는 투명함을 강조했다. 반면 히데코는 창백하지만 투영이 되지 않는다. 숙희는 잔머리의 그림자가 반사되어 투영되는 느낌이라면 히데코는 희뿌연 형체만 있는 느낌이다.
[이상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아가씨’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