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은 없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진실 [씨네리뷰]
- 입력 2016. 06.20. 11:26:31
-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영화 '비밀은 없다'는 연홍(손예진)을 통해 딸을 잃은 엄마의 처절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연홍은 딸을 잃은 엄마의 모습이 어떨지 떠올렸을 때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은 아니다. 아이를 잃은 엄마에 대해 이야기한 영화는 많지만 ‘비밀은 없다’는 아이를 잃고 난 후 사건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나가면서 변화해가는 엄마의 이야기로 또 다른 모성에 대해 표현했다.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를 통해 중학생 딸을 둔 엄마로 변신해 정형화되지 않은 모성애를 연기했다. 이경미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통해 손예진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학생 딸을 둔 설정이 초반에 오히려 엄마가 이상하게 보이는데 도움이 되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경미 감독의 말처럼 손예진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엄마의 모습에서 벗어나 또 다른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딸 민진(신지훈)이 실종되고 얼마 되지 않은 기간 동안은 보통 엄마처럼 걱정한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고 딸의 실종보다도 유세에 집중하는 남편 종구(김주혁)과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종구 역시 딸의 실종에 대해 걱정하지만 단순가출이라 생각하고 금방 돌아올 거라 믿는다.
하지만 민진은 돌아오지 않았고 연홍은 이때부터 광기를 드러내기 시작한다. 연홍은 종구에게 선거에게 이기기 위해 당신이 한 짓 아니냐며 침을 뱉거나 종구의 선거캠프 사무국장에게 수사기록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다가 들어주지 않자 자신의 손을 가위로 찍거나 딸에게 온 5만 통의 메일을 스팸메일까지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한다. 이후 연홍은 누구도 믿지 못하고 자신이 형사가 된 듯 딸의 실종사건을 풀기 위한 단서를 직접 찾아나선다.
이 과정에서 연홍은 민진이 왕따였다는 사실부터 미옥이라는 친구와 친하게 지낸 사실, 갑자기 성적이 오른 이유 등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되고 혼란에 빠지고 자책한다. 이외에도 민진은 엄마에게 많은 비밀을 감추고 있었고 엄마를 위해 엄마가 모르기를 바랐다. 하지만 연홍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됐고 분노에 가득 차 복수를 결심한다.
또 연홍은 헝클어진 머리, 빨간 립스틱, 상황에 맞지 않는 옷 등으로 범인을 잡고자 하는 결심과 혼란스러운 심정을 표현하며 초반 신예 정치인의 아내로서 보여준 단정한 모습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게 영화는 곳곳에 숨겨놓은 반전을 하나씩 꺼내놓으면서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또 범인을 추적해가는 스릴러 영화의 특성상 연홍의 추적을 따라가면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맞혀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민진과 미옥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찔레꽃 언덕은 어두운 내용과는 상반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눈길을 끈다. 독특한 분위기의 음악 또한 인물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중요한 장치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모성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게 된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은 후반으로 갈수록 연홍은 모성애인지, 광기어린 집착인지 헷갈릴만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도 모성애를 놓지 않는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드문 요즘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섬세한 여성이 이끌어가는 복수극이라는 점이 더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02분. 6월 23일 개봉.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