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은 없다’ 손예진, 그녀가 표현한 사랑의 또 다른 모습 [인터뷰]
입력 2016. 06.22. 13:28:22
[시크뉴스 이보라 기자] 손예진이 중학생 딸을 둔 엄마 역할로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낯선 얼굴을 드러냈다. 하지만 더 낯설었던 것은 그녀가 연기한 연홍의 독특한 모성애였다. 손예진은 영화 ‘비밀은 없다’(감독 이경미)에서 딸을 잃은 후 사건에 얽힌 비밀에 대해 알아가는 엄마 연홍을 연기했다.

영화 ‘클래식’ ‘연애소설’ ‘내 머릿속의 지우개’ 등을 통해 청순의 아이콘으로 군림해온 손예진은 '비밀은 없다'를 통해 충혈된 눈, 헝클어진 머리, 광기어린 집착 등 그동안 보여준 적 없었던 모습으로 관객을 놀라게 한다.

손예진은 청순의 대명사로 불리게 된 것에 대해 일부러 그렇게 이미지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녀는 “드라마로 처음 데뷔했을 때 기자님들이 ‘청순하다’라는 표현을 하셨다. 저는 제가 청순한지 몰랐다. 청순은 나랑 상관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다들 청순캐릭터였어요. 중반까지만 해도 그런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졌고 그중에 제가 하고 싶은 재밌는 걸 했는데 그 이미지가 강렬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어려서부터 삶에 아픔 등에 대한 연기도 하고 싶었어요. 감정적으로 더 표현할 수 있는 지점들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따지고 보면 ‘클래식’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서도 청순한 면만 있지는 않았어요.”

이후 손예진은 영화 ‘외출’ ‘작업의 정석’ ‘무방비도시’ ‘아내가 결혼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을 통해 코믹,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제가 선택할 수 있는 폭들이 넓어졌어요. 하지 않은 것에 관심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고 내가 했음직한 느낌을 주는 작품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선택한 것들이 불륜에 대해 이야기한 ‘외출’, 결혼 후의 이야기 ‘연애시대’ 등이었고 ‘작업의 정석’도 그동안 해온 작품들과 다른 이미지였어요. 이 이미지가 싫어서라기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어요.”


‘비밀은 없다’에서 연홍은 딸의 실종에도 선거유세를 계속 해나가는 남편 종구(김주혁)와 갈등을 빚는다. 이후 연홍은 이성을 잃고 종구에게 침을 뱉으며 “선거에게 이기기 위해 당신이 한 짓 아니냐”고 따져 묻는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따귀를 때린다. 손예진은 이 장면을 단 두 테이크 만에 끝냈다며 촬영 당시에 대해 이야기했다.

“따귀 장면은 두 테이크 만에 끝냈어요. 안 그랬으면 끊임없이 맞을 뻔 했죠. 많이 갈 수도 없고 맞으면 붓기 때문에 빨갛게 돼서 화장도 해야 하니까 빨리 끝내는 게 좋죠. 촬영 전 김주혁 씨가 리허설을 많이 했고 민감한 동선까지 맞췄어요. 감정이 연결되는 거니까 더 리얼해야 했고 그래서 롱테이크로 길게 갔어요. 침대에 앉아있다가 벽에 붙잡고 끌고 가는 등 동선이 달랐는데 그 사이에 따귀를 세 대 때리고 침도 뱉고 사투리연기까지 해야하니까 힘들더라고요. 또 서로 감정이 격해지면 몸이 붙게 되는데 그럼 따귀를 때리기 힘드니까 대사를 하다가 뒤로 가야했죠.(웃음) 그런 것까지 다 계산해서 찍어야 해서 엄청난 기술이 필요했던 장면이었어요. 그러면서 감정은 날것 그대로였어야 했으니 엄청 집중한 장면이었죠.”

초반 평범한 엄마처럼 보였던 연홍은 딸의 실종 이후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가던 중 진실을 알게 되고 결국 분노와 슬픔이 폭발한 광기어린 독특한 모성애를 표현했다. 하지만 손예진은 “이상하게 보여질 지점에서도 아이에 대한 사랑만큼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랑이 하나의 감정으로 표현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까운 사람을 다 안다고들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죠. 진실을 알아가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되고 어떤 점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집착하는데 그런 광기어린 모습을 멀리서 봤을 때는 저도 ‘어떻게 엄마가 저래’하는 의구심을 갖고 봤지만 막상 빠져서 연기하다보니까 더한 것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는 이럴 거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거죠. 연홍같은 엄마도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연홍에 빠져서 연기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눈빛이 달라졌죠.”

독특한 모성애인만큼 연홍은 옷차림, 헤어스타일도 독특했다. 정돈되지 않는 모습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손예진은 그런 연홍의 모습은 이경미 감독의 철저한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시나리오에 연홍의 모습에 대해 정확하게 써주셨어요. ‘머리를 넘겨서 빗는다, 빨간 립스틱을 바른다’가 있었어요. 딸의 실종사건에 대한 자료조사를 끝내고 갑자기 딸의 담임 앞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는데 그게 연홍의 결심이었죠. 감독님은 연홍이 불안할수록 옷이 더 화려하고 그 상황이랑 맞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정신이 없을 때는 옷을 아무거나 걸쳐 입는데 그렇게 어긋나는 지점들을 바라신 것 같아요. 철저히 계산되어진 감독님의 의도였죠.”

‘비밀은 없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관람불가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에는 청소년관람불가판정을 받았음에도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이 많이 보인다. 영화 ‘내부자들’ ‘곡성’ ‘아가씨’ 등이 그랬다. 이에 손예진에게 흥행에 대한 생각을 묻자 “원래 기대를 하면 실망하는 법이고 실망하면 속상한 법”이라고 답했다.

“내 생각만큼 많은 분들이 봐주시지 않으면 배우로서 속상하지만 그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는 열심히 연기를 했고 홍보하면서도 많은 얘기를 했지만 개봉하고 나서는 관객분들의 몫이죠. 관객분들이 재미없게 보실 수도 있고 그건 정말 마음대로 안 되는 거 같아요.”

남자주인공이 많은 영화계에서 여배우 중심의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손예진은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어보였다.

“그전에는 심할 정도로 남남커플이 많았는데 그런 점에서 여배우들의 서운함 그런 것들이 분명히 있었어요. 만들어지는 폭이 더 크면 다양한 걸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 여배우 입장에서 좋죠. 이런 영화들이 잘 돼야 또 만들어지는 거니까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손예진에게 ‘비밀은 없다’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졌으면 하는지에 대해 묻자 영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높였다.

“우리 영화가 갖고 있는 모성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이나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 등 각자의 감정들이 많고 거기에서 공감가는 지점이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비밀은 없다’는 누구나 똑같이 울고 웃는 영화가 아니예요. 서로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다른 감정을 가질 수도 있고 그런 특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고 보셔도 후회하시지는 않으실 거예요.”



[이보라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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