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정안 “좋은 사람, 좋은 에너지…‘딴따라’는 잘 만난 작품” [인터뷰]
- 입력 2016. 06.24. 15:18:37
- [시크뉴스 김지연 기자] 차도녀, 세련된 구(舊) 여친…배우 채정안의 작품 속 이미지는 대체로 그런 것들이었다. 늘 도도하고 시크한 여성이었다. 그렇기에 그녀가 ‘딴따라’에서 보여준 쿨하면서도 친근한 옆집 언니 같은 모습들은 시청자들에게 한층 신선하게 다가왔다.
최근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유영아 극본, 홍성창 이광영 연출) 종영 후 채정안과 서울 논현동 모처에서 만났다. 도도할 것만 같던 그녀가 “밥 먹었냐”며 먼저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자 드라마 속 여민주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채정안은 ‘딴따라’에서 신석호(지성)의 10년 지기 친구이자 음반투자사 부장 여민주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친구 겸 짝사랑 상대인 석호와 딴따라 밴드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인물이다.
채정안은 민주를 연기하며 기존의 세련된 이미지는 가져가되, 다소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강조했다. 그녀는 “보통 작품이 끝났을 때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기 일쑤인데 ‘딴따라’는 그렇지가 않다”며 “힘 빼고 호흡한 것이 오랜만인 것 같다. 에너지가 남아돈다. 다음 작품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극중 민주는 무려 10년이나 석호를 짝사랑한다. 미모도, 지성도, 재력도 모두 가진 이 여성이 열정 하나 빼면 시체인 남성을 상대로 이처럼 지고지순한 사랑이 가능할까. 채정안은 “사람이 감출 수 없는 세 가지가 감기, 가난, 사랑이라고 하지 않나. 실제의 저라면 절대 못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민주는 석호를 좋아하지만 이 관계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며 “내 생각에 석호는 나이가 들어서도 자연스럽게 내 옆에 있을 이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고백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신 극 말미 민주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왔다. 9세 연하 연수(이태선)가 민주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 것. 애초에 시놉시스에는 없던 내용이다. 채정안은 이를 ‘작은 선물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해 웃음을 줬다. 상대 역 이태선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연수 역 이태선은 이번 작품이 데뷔작인데, 여자 마음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미소를 가졌다. 기본적으로 준비가 많이 된 친구였고 앞으로가 더 많이 기대되는 배우”라고 말했다.
유난히 아이돌 출신과 신인 배우들의 비중이 높았던 ‘딴따라’에서 채정안과 지성은 선배로서 작품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위치였다. 특히 지성의 노고가 컸다. 채정안은 “지성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양식이 있다면 챙겨주고 싶었다”며 “극중 여민주가 갖고 싶은 친구였다면 지성은 갖고 싶은 선배”고 말했다.
지성을 두고 “딴따라 밴드 멤버들에게 ‘너희 정말 행운이야. 이런 선배 못 만난다’고도 말했다”는 채정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선배에 대한 갈증을 처음 느꼈다고. 그녀는 “저도 더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애정을 갖고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자신의 차도녀 이미지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그녀는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깨기 위해 차근차근, 그러나 꾸준히 노력해왔다. 지난해에는 SBS 예능 ‘썸남썸녀’에 출연해 반전 매력을 과시하며 ‘채정안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녀는 “제게 ‘차도녀’ 이미지라는 고정관념이 강하더라. ‘딴따라’까지 놓인 선상에서 봤을 때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선입견을 깨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분량이 적더라도 계속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초 영화 ‘두 개의 연애’를 찍은 것도 이 같은 생각이 작용했기 때문”며 “배우가 직업인데 회사 가듯이 현장에 가면 안 되나”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채정안은 CF로 데뷔해 가수, 연기자까지 멀티 엔터테이너로 다재다능한 활동을 펼쳐왔다.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는 요즘 아이돌의 원조(?) 격인 셈이다. 그녀는 “뭔지도 모르고 그 길을 갔던 것 같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20대를 돌아보면 아쉬워요. 재미도 없는 것 같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떠밀려진 것 같았죠. 그래도 항상 제 옆에는 좋은 매니저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딴따라’에서 신석호의 가장 큰 매력은 ‘내 편이 돼주는 매니저’였다는 것이었죠. 저 또한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제 편인 것 같아서 ‘잘 살고 있다’는 위안을 받아요. ‘딴따라’가 좋았던 건 그런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다사다난한 연예계에서 20여 년 간 활동해오며 스트레스를 받을 법도 한데 의외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은 아니라고. 채정안은 “(스트레스가 생기면) 사람들과 만나서 풀기도 하지만,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오지랖이 넓어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그동안 제 상처를 돌보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오래 건강하게 일하려면 저한테 집중하고 추스르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일하고 살기 바빠서 소홀할 수밖에 없는 사람도 많지 않나. 그런데 그걸 잘 돌보지 않은 사람은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해도 행복하지는 않은 것 같더라. 어떻게 해야 행복할까 고민하면서 자신을 더 많이 돌봐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딴따라’를 통해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를 넘치게 받고 온 만큼 차기작에 대한 의욕도 강했다. 그녀는 “(다음 작품은) 들어오는 대로 하고 싶다”며 “다음 거 하나 걸리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앞으로 ‘딴따라’처럼 따뜻한 감성의 드라마가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정말 좋았던 건 그 안에서 만났던 사람들이에요. 연기를 오래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잘 만난 작품이었습니다.”
[김지연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