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냥’ 안성기 “시나리오 받고 황홀할 만큼 좋았죠” [인터뷰①]
- 입력 2016. 06.24. 16:21:14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양순이(한예리)에게 옷을 덮어주지 못해 아쉬워요. 영화가 겨울에 끝나는 바람에 완전히 노출을 하지 못했죠.(웃음)”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 제작 빅스톤픽쳐스)을 통해 람보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여줘 ‘람보 영감’이란 별명을 얻은 배우 안성기(64)는 나이를 무색케 할 만큼 탄탄한 근육을 자랑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놀라움을 표하자 그는 이같이 말하며 웃었다.
‘평소 몸 관리를 열심히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하면 오래할 수 없다. 운동을 좋아하기에 40년 동안 유지가 되는 것” 이라며 꾸준한 운동을 비결로 꼽았다. 연기 생활 59년을 지속한 것만큼이나 운동 역시 40년 동안 꾸준히 해왔다. 그가 얼마나 한결같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인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안성기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인터뷰를 갖고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 제작 빅스톤픽쳐스)을 주제로 영화와 배우로서의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영화에서 사냥꾼 문기성 역을 맡아 파격 변신으로 주목받은 그는 무려 160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가장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하얀 백발의 머리를 동여매고 총을 둘러맨 채 온 산을 누비는 그는 기존의 신사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좀 더 자연스런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전체적으로 추격하며 뛰는 건 좋았다. 속도감 있고 박진감 있고. 아쉬운 건, 뛰면서 옷이 찢어지고 나중엔 양순이(한예리)도 덮어주고 결국엔 속옷 하나만 남고 결국 폭포에선 맨몸 상태인 게 애초의 시나리오였는데 계절을 놓치는 바람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촬영을 할 때가 12월 말이라 (비가) 차갑고 점점 체온이 떨어지니 새벽에 맞으면 고문이었다. 그게(처음 시나리오에서의 내용이) 이사람 심리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모든 걸 감추고 격리돼 살다가 추격전을 벌여나가면서 양순이를 구하기 위해 애쓰며 점점 속박과 억압에서 슬슬 빠져나오고 나중엔 완전히 모든 게 노출이 됨으로써 자신도 그동안의 어떤 고통, 마음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런 모습에서 심리가 읽힐 수 있었는데 촬영이 겨울에 끝나는 바람에 아쉬움이 남았다. 머리도 진짜 길렀으면 했는데 결국 안 돼 가발을 연결했다. 전체적으로 내 머리였으면 좀 더 자연스럽게 흩날렸을 텐데 아쉽다.”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가장 힘들었던 건 추위였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그를 힘들게 했던 것도 추위였다. 고통스런 추위를 느끼면서도 오로지 배우로서 갖는 연기를 위한 욕심 하나로 버텨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 비신인데 재충전할 새 없이 촬영을 끝내도 계속 비가 오니까 힘들고 찜찜함이란 말할 것도 없었다. 초저녁에 시작해 날이 밝을 때 까지 촬영을 했는데 이걸 3일 동안 하니까 엽총을 들고 산을 달리는 것 보다 비 맞는 게 더 힘들었다. 날 비롯해 배우들이 의지와 끈기가 대단하다. 얼음물 속에 10분 동안 들어갔는데 거의 쇼크 상태였다. 영화이기에 집중했는데 그게 아니었으면 못 했을 거다. 캐릭터에 대한 충실함과 욕심 때문에 그 끈기가 생긴다.”
안성기는 ‘액션’하면 생각나는 배우는 아니다. 그와 액션을 연관 지어 상상하기엔 두 요소가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예전에도 액션영화를 많지 하지 않았다. (‘사냥’에서) 여태껏 한 (작품에서의) 액션 중 가장 큰 액션을 했다. 기존 작품에선 액션이 있어도 조금 들어간 정도였다. 이번처럼 시종일관 뛰고 몸을 부딪치는 정도는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동이 밀려왔다. ‘내가 이런 걸 하게 되다니, 이런 인물 할 수 있다니’란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황홀할 만큼 좋았다. 이 영화가 좋은 느낌을 줘 앞으로도 액션 등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또 앞으로 이 나이가 될 후배배우들에게도 연기의 폭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나이가 들면 일단 이런 걸 안하는데 이번이 특이한 경우다. 장년층의 작품 출연이 적은 게 수요와 공급이 자연스레 만나 이뤄지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장년층의 역할의 폭이 굉장히 좁아지고 나이든 사람들은 앞서 나서기보단 깊숙한 자리에 앉아 권모술수를 쓰는 그런 쪽으로 많이 하게 되는데 직접 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좋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직접 뛰는 모습을 보여주며 장년층의 연기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심지어 젊은 배우들보다도 뛰어난 체력을 자랑했다는 그는 지금의 나이에 추격전을 벌이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
“리암 니슨(64) 아놀드 슈왈제네거(68) 등을 보면 외국은 정년이 많이 늘어나있다. 우리는 선호도가 그런지 몰라도 좀 더 젊게 가는 경향이 있다. 나로서는 이번 영화의 출연이 우리 영화계에서도 좋은 현상일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는 지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한민 감독에게 ‘사냥’을 제의 받았다. 이어 지난해 시나리오를 받고 이 영화에 출연했다. 배역 이름도 ‘성기’를 거꾸로 한 ‘기성’이다. 그에게 맞춰 재단된 인물이나 다름없다. 안성기는 다만 액션이라서가 아니라, 이 영화가 품고 있는 큰 주제를 들여다보고 출연을 결심했다.
“애초에 시나리오가 좀 어두웠다. 추격도 추격이지만 막장 사건에서 과거 회상부분이 상당히 비중이 컸다. 영화를 조금 가볍게 하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여러 주제를 담았다. 인간의 본성이 추격을 통해 변한다. 처음엔 평범했던 사람들이 (약간 욕심 있는 사람들이긴 했지만) 느닷없이 불의의 사건이 터지며 변해가는 그런 커다란 주제를 다룬다. 또 하나(의 주제)는 기성이 굉장히 힘든 상황에서 살아 나와 고통 속에 살다 어떤 상황과 마주쳐 오히려 자기 회복을 하게 된다. 그 회복의 동기는 추격이 됐지만 양순이라는 가장 아끼는 아이를 구해내려는, 목숨과도 맞바꾸려는 커다란 사랑이 있다. 큰 주제는 사실 회상부분인데 갱도가 무너지고 기성은 중현(진선규)의 희생으로 살게 되는데 기성은 죄책감에 큰 상처를 받게 된다.”
끝으로 그에게 ‘사냥’이 어떤 의미가 있는 작품인지 물었다.
“(배역의) 나이를 좀 더 확장시켜주고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도 영역을 넓혀줬어요. 여러 가지로 앞으로 가는데 많은 힘을 실어주는 영화죠. ‘저 사람 뭐든 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줄 수 있어 나로선 굉장히 좋은 기회를 만난 셈이예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