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냥’ 권율 “맹실장, 독특·차별화된 캐릭터에 끌렸죠” [인터뷰①]
- 입력 2016. 06.28. 11:12:47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늘 맹실장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지금껏 배역들을 통해 스위트한 ‘밀크남’으로 먼저 각인이 됐을 뿐 맹실장 역을 맡게 된 건 제겐 자연스런 일이에요. 특정 캐릭터(의 연기)를 꼭 시도해야겠단 생각 보단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죠.”
늘씬하게 큰 키와 뽀얀 피부. 황금비율을 자랑하는 미모를 지닌 배우 권율은 그 동안 여러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달콤·로맨틱한 이미지를 벗고 모처럼 색다른 캐릭터로의 변신을 꾀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권율을 만나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 제작 빅스톤픽쳐스)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사냥’에서 엽사들의 자금을 담당하는 회장의 비서 맹실장을 연기한 그는 기존의 훈훈함 대신 건들건들한 모습을 보인다. 관객에겐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본인에겐 자연스런 변화다.
“늘 (배역을) 선택하는 데 있어 큰 결심을 한다. 내가 택한 다른 드라마 속 캐릭터들의 이미지와 다르게 생각(해서 선택)한건 아니다. 잘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내가 공감을 살 수 있을지 (생각했을 때) 이질감이나 두려움이 없었기에 택했다. 이전에 많은 대중에게 주목받진 못했지만 (작품을 통해) 내가 가졌던 다른 이미지가 많이 있다. ‘잉투기’(2013)에서 한량 같은 모습의 백수, ‘피에타’(2012)에서 어렵게 사는 아이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캐릭터의 비중이 많든 적든 선택에 주저함은 없다. 맹실장 캐릭터도 성장을 위해 선택했다.”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그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많은 고민을 하고 현장에서 수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최선을 다한 끝에 이뤄낸 결과일 터다. (양순 역을 맡은 한예리 역시 이날 인터뷰를 통해 권율에 대해 “끊임없이 감독과 대화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민과 노력 끝에 걱정하던 점이 잘 마무리된 결과물이 나온 것을 확인한 그는 ‘만족스럽다’고 말했고 그런 자신감 있는 모습은 그가 촬영장에서 최선을 다했을 거란 걸 느끼게 했다.
“만족스럽다. 현장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고 시나리오 상에서 우연의 개연성 등이 조금 떨어지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어떻게 연기해야 관객에게 ‘진짜’처럼 보여줄지 고민한 신이 많았다. 현장에서 회의도 많이 하고 장면마다 촬영 시간도 오래 걸렸다. 실제 우리 생활 속에서 믿기 어려운 우연의 일치들이 있듯 우리가 억지로 짜낸 것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벌어지는 우연처럼 표현하려 했다. 편집이 잘 되서 그런 신들이 설득력 있게 표현돼 만족한다.”
맹실장을 연기한 입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초반의 신을 꼽았다.
초반에 탐지기를 켜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장면에 여러 의미가 있단 생각이 든다. 우연히 간 장소에서 노파가 땅주인이란 걸 알게 되고 여러 사람의 심경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그 상황을 빨리 무마시켜 산에서 내려가고 싶기도 하고 빨리 체굴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뭔가 짜증은 나면서 범법적인 건 못하고 방해는 하고 싶은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맹실장이 후반부에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의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 맹실장으로서도 인간 군상으로도 미묘한 교차점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통해 접한 맹실장의 독특함에 끌렸고 차별화된 캐릭터의 모습에서 재미를 느꼈다. 그것이 후에 추운 날씨에 산 속에서 수트 차림에 구두를 신고 달리는 시련을 가져다주긴 했지만 그렇게 매력적이라 생각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이런저런 고민과 고생 끝에 특별히 만족스런 신이 나오기도 했다.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봤을 때 조금 독특한 부분에 끌리는 게 있다. 맹실장 같은 경우 가장 변화의 폭이 컸고 감정기복이 컸다. 외향적으로도 혼자 산속에서 수트를 입고 있는 그런 재미있는 부분이 있었고 결핍 되고 더 우뚝 선 차별점이 있는 캐릭터의 모습에서 재미를 느꼈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상상한 이미지와 90% 이상 일치하게 나왔다. 감독님들과 현장 배우들과 나눈 이야기를 통해 나온 결과다. 오차가 없을 순 없겠지만 잘 표현해내야 하는 게 임무이자 목적이다. 현장에선 여러 기운이 부딪치고 공기가 섞이면서 생각지 못한 다른 그림과 이미지가 나오기도 하는데 생각지 못한 부분이 나왔을 때 희열이 느껴지기도 한다. 구두를 대보고 바꿔 신었던 장면은 시나리오에 없었지만 맹실장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맹실장이 구두를 갈아 신는 신 자체가 우연히 시작된 장면이다. 조진웅 선배가 수트를 입고 구두를 신은 날 보고 부상을 걱정했다. 더 뛰게 될 장면, 더 추워질 날씨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를 이 감독과 제작자인 김한민 감독에게 말했고 그래서 그 신이 탄생했다. 내가 생각하고 그렸던 텍스트 상의 신과 현장상황이 많이 바뀌게 된 그런 점들이 재미있고 작업하며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아닌가 한다.”
영화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거치는 인물인 맹실장을 표현하는데 있어 그는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현실적으로 표현하려 애썼다. 무리 사이에서 자신의 위치가 변하면서 겪는 인간의 심리를 표정과 행동으로 그대로 드러냈다. 인간이 어떤 계기를 만나면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단 걸 보여주기도 한다.
맹실장이란 캐릭터는 변화의 폭이 가장 큰 인물이기에 높낮이와 흐름을 어떻게 보여야 할지에 집중하고 고민했다. 처음엔 건방지게 등장해서 자기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엽사들에게 말을 툭툭 던지고 동근(조진웅)의 어깨를 잡기도 한다.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산에서 자신이 컨트롤 타워로서의 힘을 잃는 상황이 되며 점점 나약하고 위축되는 수동적 캐릭터로 변하다가 수동적인 인물의 바닥을 치는 계기를 만나 가파르게 변화한다.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맹실장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했다. 맹실장이란 캐릭터를 통해 사람의 본성, 현실에 맞닿아있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관객의 입장에서도 겁나고 화날 것 같고 앞뒤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가겠다는 느낌이 들도록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끝으로 그는 ‘사냥’을 ‘종합 선물세트’에 비유하며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다양한 면에 대해 짚었다. 영화는 ‘추격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그 안에 따뜻함이 깃든 드라마가 있고 현실과 판타지가 공존한다는 다양한 측면이 있음을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여러 캐릭터들의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추격 스릴러 영화로만 생각했는데 직접 보고나니 전체 줄거리 안에 아주 따뜻한 드라마가 있어요. 굉장히 허무맹랑한 이야기일수 있지만 동시에 정말 현실적이면서 판타지적인 면도 있죠. 시원한 추격극도, 가장 가슴 따뜻한 드라마도 볼 수 있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올 상반기 마지막 영화가 아닌가 해요.(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