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한예리 “영화 선택 이유? 안성기 선배님 때문이죠” [인터뷰⓵]
입력 2016. 06.29. 02:25:27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사냥’을 선택한 이유요? 안성기 선배님 때문이죠. 언제 같이 연기를 해보겠어요? 선배님도 언제 다시 이 같은 영화를 하실지 모르겠고. 또 언제 안성기 선배님 손을 잡고 달려보겠어요? 대한민국 여배우중 몇 명이나 이런 기회를 가져봤겠어요?”

배우 한예리가 감격스런 눈빛으로 말했다. 영화 ‘사냥’을 택한 기준에 대해 묻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안성기’ 이름 석 자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자신이 이번 영화를 통해 그토록 존경에 마지않는 배우와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게 정말 경험하기 힘든, 더 없이 행복하고 귀중한 경험이었음을 두 손 모아 전했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한예리를 만나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 제작 빅스톤픽쳐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영화를 보고나서 다행이라 느꼈다며 혹여나 드라마가 소홀히 될까 걱정했던 것을 털어놨다.

“홍보 방향이 스릴러·액션에 치중돼 있어서 드라마가 약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기성(안성기)의 이야기가 풀어지고 드라마가 온전히 지켜진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코리아’(2012) ‘해무’(2014) ‘극적인 하룻밤’(2015)에 이어 ‘사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해온 그녀에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 물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시나리오, 상대역, 미술, 감독, 촬영, 의상 중 하나에 정말 마음이 가면 선택한다. 개인적으로 ‘헬보이’(2004) ‘판의 미로’(2006)의 미술이 정말 좋다. ‘판의 미로’ 같은 경우 그런 미술감독의 독특한 미장센 안에 들어가 보고 싶다.”

한예리는 ‘사냥’에서 지능발달이 늦어 ‘팔푼이’란 소릴 듣는, 19세의 목격자 양순 역을 맡았다. 강원도 방언을 쓰는 순박한 소녀를 보고 있자면 ‘웰컴 투 동막골’(2005)의 강혜정이 떠오른다. 그녀는 강혜정의 연기를 참고해 캐릭터의 방향성을 파악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양순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 씨의 연기를 참고했다. 말투를 참고한 건 아니고, 모자란 친구를 연기하는 게 한 부분으로 치중되지 않고 건강하고 밝고 순수하게 나오는 게 좋아 방향성을 잡는데 많이 도움을 받았다. 감독님이 양순이에게 예쁘다고 했으니까 만족한다.(웃음) 감독님이 양순이가 조금 불편해보이거나 어눌해 보이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본래 의 힘, 에너지가 나와 다행이다. 강원도 방언의 경우 선생님이 계셨다.”

그녀가 시나리오를 보고 떠올린 양순이의 모습은 밝고 순수하며 에너지가 있는 소녀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그린 양순의 모습대로 표현해 낸 것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런 양순을 통해 그녀는 영화에서 가장 중심축이 되는, 기성의 과거에 대한 용서를 보여주고자 하는 바람을 가졌다.

“단순하게 생각을 했다. 밝고 순수하고 에너지 있고 그런 말들이 떠오르게 만이라도 하려 했는데 다행히 불편한 지점이 없어서 어느 정도 시나리오 만큼, 내 생각만큼 나온 것 같다. 양순이란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기성의 과거에 대한 용서받음이다. 양순이가 잘 끌어안아 주고 있단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이 아이가 그렇게 태어나 자랐지만 그 사람으로 인해 존재를 하기에, 조금 더 그가 살기위해 했던 일이 잘 용서를 받았으면 좋겠단 생각이었다.”

양순이의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양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는 감독의 아이디어대로 밀고 나간 부분이다.

“양 갈래 머리는 감독님이 설정했다. 이 나이에 하려니 사실 좀 그랬지만 나와 비슷한 양순이(아역)를 찾아와 애기(양서연)와 둘이 양 갈래를 해놓으니 비슷하고 좋은 것 같았다. 다행히 잘 어울렸는지 감독님이 자꾸 ‘예쁘다’ 해주셔서 예쁜 것 같았다.”

첫인상 부터 좋았던 안성기와는 오랜 시간 촬영을 하며 자연스레 호흡도 맞아져갔다. 안성기와 가장 많은 신을 촬영하며 호흡을 맞추다 보니 배울 점을 많이 발견하게 됐고 자연히 존경심도 더 깊어졌다.

“첫인상이 정말 좋으셨다. 오랜 시간 해 오신 한 커피 광고에서 보던 것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니셨다. 같이 다니는 장면이 많았다. 촬영하며 시간이 흐르니 자연스럽게 호흡도 좋아졌다. 안성기 선배 같은 경우 스태프 들을 기다려준다. 그들이 어떤 방법으로든 답을 찾는 과정을 지켜봐준다. 그 과정을 겪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아니까 참고 기다려준다. 인내하기 쉽지 않고 의식적으로 얘기 하지 않기가 쉽지 않은데 역시 좋은, 훌륭한 배우구나 싶었다.”

함께 출연한 조진웅 권율은 같은 소속사의 배우다. 다들 친해서인지 한예리는 홍일점 대우를 받진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편하고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촬영장이었다고. 그녀가 들려주는 현장 이야기를 통해 비록 날씨는 춥지만 마음만은 훈훈한 현장의 분위기가 전해졌다.

“진웅오빠야 워낙 현장에 와서 편하게 하고 가는 것 같은데 영화를 보면 힘이 느껴진다. 목소리로 분위기를 압도해 신기했다. 쉽게 하고 간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저 사람이 언제 저런 걸 했지?’ 한다. 권율 오빠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감독과 대화를 한다. ‘각자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홍일점이라 대우를 받거나 한건 없었다. 한번은 비가 많이 오는 신을 찍는데 작은 텐트에서 난로를 쬐고 있었다. 안성기 선배가 마른 오징어를 좋아한다며 진짜 사오셨다. 오징어를 구워먹었다. 조진웅 선배 덕에 맥주도 있었다.(웃음) 조진웅 선배가 아무래도 엽사 무리 중심이자 그 가운데 나이가 많기도 해서 잘 분위기를 형성해 회의와 회식을 함께 했다. 그런 소소한 촬영장 의 재미가 있었다.”

추격전이 많은 영화다 보니 달릴 일이 많았다. 그것도 가파른 산 속에서. 워낙 험준해 나무를 걷어내고 땅에 떨어진 밤송이들도 일일이 줍는 등 길을 만들어서 촬영을 했다. 화면에서 보는 것 보다 산은 더 가팔랐고 배우들은 그 만큼 많은 고생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사격장에 실제로 가서 총 쏘기를 해봤다. 어깨가 밀려 티슈를 대고 뒤에서 선생님이 밀어주고 있었다. 사냥을 하는 총이어서 근거리용이 아니기에 반동도 크고 총도 길었다. 한국에선 총을 볼 일이 별로 없다보니 총이 위협적인 걸 모르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이해했다. 밤에 촬영을 많이 했는데 엔딩 한 컷 빼고 다 야외촬영이었다. 산은 실제 더 가팔랐는데 (영화에선) 더 완만해 보여 아쉽다. 달리는 신에선 동선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넘어지면 구를 것 같아 긴장하고 달렸다. 평지는 뛰어도 넘어질 일이 없는데 경사가 많이 져 굴러 떨어질 것 같아 다리에 힘을 주고 달렸다. 화장실 같은 경우 멀리 갈 땐 40분까지 갔고 비오거나 밤일 땐 산속에서 해결했다. 겨울이 다가와 벌레는 별로 없어 크게 문제가 아니었지만 추위는 힘들었다. 또 산 속이라 바람이 불면 약간 무섭고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한예리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고 한예리는 그런 이 감독의 마음에 화답하듯 유머러스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아이들의 행동을 관찰해 적절하게 응용한 그녀의 기지가 돋보이는 장면이자 양순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장면이 되기도 했다.

“감독님은 많이 열어놓고 가시는 편이다. 내가 연기하는 부분에 있어 조금 불안한 점을 감독님에게 전달하면 ‘지금 너무 잘했고 네가 한 게 맞고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으니 밀고나가자’며 믿고 의지한단 말을 잘 해줬다. 양순이 손바닥을 핥는 장면은 애드리브 인데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애기들이 그렇게 잘 하기에 써먹었다. 그 한 장면에서 양순이 파악된다. 아쉬웠던 장면은 이마 주름이 너무 잘 보였던 장면. 내 눈에만 보이겠지만 표정이 많다보니 주름이 나왔다. 태어났을 때부터 유전적으로 가진 이마주름인데 너무 잘 보이더라. (주름에 대해 마음을) 비운 지 오래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에게 갖는 바람을 전했다.

“관객들이 재미있게 봤으면 해요. 액션도 재미있게 보면 좋겠지만 개인적 바람은 ‘안성기란 배우가 이렇게 다른 면모가 있고 앞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배우구나’란 생각을 했으면 해요,”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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