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 스릴과 드라마, 93분 안엔 무리였나 [씨네리뷰]
입력 2016. 06.29. 13:28:34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러닝타임이 93분. 최근 개봉하는 영화치곤 짧다. 추격 스릴러란 영화가 이처럼 짧다는 점은 숨 가쁜 전개를 예상케 함으로써 기대감을 높인다.

이우철 감독은 근래 영화들의 러닝타임이 길다는 점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지녔다. 그는 불필요하게 긴 러닝타임을 피하고자 비교적 짧은 93분이라는 시간 안에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긴박감 넘치는 스릴, 그 속에 메시지를 담는 드라마 두 가지를 모두 가져가려 했다.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 제작 빅스톤픽쳐스)이 29일 개봉했다.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가 일어난 무진의 외딴 산에서 이상한 것이 출몰한다는 소문으로 인해 아무도 찾지 않는 그 곳에서 거대한 금맥이 발견된다. 금맥이 발견됐다는 정보를 은밀히 입수한 동근(조진웅)은 수상한 엽사 무리(권율 박병은 한재영 김윤성 조대희 차순배)를 이끌고 산에 오른다. 인생 역전을 맞이한 기쁨도 잠시 땅주인 노파(예수정)가 그들을 막아서고 실랑이 끝에 노파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한편 탄광 붕괴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기성(안성기)은 산사태 때문에 출입이 불가하다던 산에서 수상한 남자들을 발견하고 뒤쫓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목격하고 만다. 이 때 사고로 잃은 동료의 딸 양순(한예리)마저 우연히 산 속에 들어갔다 함께 쫓기게 된다. 그렇게 금을 차지하려는 엽사 무리와 소중한 것을 지켜야 하는 사냥꾼 기성의 목숨을 건 16시간 동안의 추격이 시작 되는데…

깊은 산 속 비 내리는 숲 속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어딘지 스산하고 신비스런 기운을 풍긴다. 무언가 큰 비밀을 숨기고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다. 초반의 호기심이 계속해서 이어져나가며 지루하단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빠른 장면의 전환, 궁금증을 자아내는 전개는 추격전을 벌이며 산 속을 달리는 인물들의 행동을 주시하게 한다.

카메라 워킹은 추격전에서의 긴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직 수평 보단 다양한 각도에서 빠르게 바뀐다. 추격전을 벌이며 긴박하게 쫓는 자의 시선과 쫓기는 자의 시선이 반영됐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쫓는 자의 시각으로 위에서 내려다 본 앵글과 쫓기는 자의 시선으로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시선이 표현됐다. 최대한 관객이 현장에서 함께 쫓고 쫓기는 느낌을 갖게 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추격의 긴박감, 함께 쫓는 듯한 느낌을 관객이 갖고 가도록 마치 달리는 발소리 같은 느낌의 북소리가 거의 상영시간 내내 달리는 장면에서 함께 한다. 장소의 분위기와 매치되도록 전통악기를 사용했다. 조진웅이 ‘자 이제부터 진짜 사냥을 시작해볼까’라고 말하면서 펼쳐지는 추격전은 극의 클라이맥스라 볼 수 있는데 가장 긴박한 이 순간에는 북소리를 배경으로 꽹과리 소리가 메인으로 울려 퍼지며 몰이를 하는 느낌을 줘 긴박감의 최고조를 표현했다.

달리는 인물들의 숨소리는 거칠게 표현된다. 이 감독은 이처럼 숨소리를 거칠게 드러내는 게 최근 트렌드에 반함에도 실제 쫓기는 느낌을 관객이 실감나게 느끼도록 표현하려 위해 오히려 강조하는 쪽을 택했다.

카메라 워킹이나 빠른 화면 전환 등으로 인해 호기심을 이끌어내고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긍정적 평을 이끌어낸다. 반면 빠른 흐름 가운데서도 놓치지 말아야할 핵심적인 장면,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꼭 필요한 포인트 들을 짚어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캐릭터들의 개성, 감정의 흐름의 묘사 등도 줄거리의 파악과 이야기에 대한 공감을 더 이끌어내지 못한 요소다. 특정 인물이 안정감을 느끼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장면에선 드물게 수평구도가 등장하기도 한다.

긴박감·속도감의 표현에 너무 집중한 탓일까. 관객을 위한 충분한 설명을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너무 빠르게 스쳐지나가 극의 줄거리를 파악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인물들이 움직이는 이유, 즉 행동의 동기와 이야기 흐름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중후반에 이르러 뭔가 명확해져가며 설명적인 부분이 나와 줘야 함에도 초반에 호기심을 자극하던 불분명함이 선명해지는 것이 아닌, 희미함으로 남아 관객에겐 물음표를 안긴다.

각 캐릭터의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 역시 아쉬운 점이다. 조진웅은 엽사 무리의 우두머리인 박동근·경찰인 박명근 역을 맡아 쌍둥이를 연기했다. 조진웅이 1인 2역을 연기한다는 점은 관객에게 기대감을 안겨줄 터지만 동근·명근은 애초에 시나리오상에서 쫓는 자와 관망하는 자라는 것 외엔 별다른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다. 두 인물이 굳이 쌍둥이였던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거나 캐릭터의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면 좀 더 흥미로운 요소로 재미를 더하거나 웃음 포인트를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추격전에 집중한 나머지, 캐릭터들의 감정 표현과 변화 등을 드러낼 여유가 없다. 이에 인물들의 감정이 관객에 다가가지 못하고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관객에겐 산 속에 있는 타인들의 모습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감정변화가 좀 더 자세히 묘사되지 않기에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관객이 함께 나아갈 수 없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서라도 영화가 던지려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해야한다. 관객은 극장을 나서며 ‘근데 이거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라고 분석하려 들 테니. 어려운것과 불분명한 것은 분명 다르다. 러닝타임 93분. 15세 관람가.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영화 포스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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