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진웅 탐구생활, 현장-작품-팬 그리고 철학과 자기반성 [인터뷰②]
- 입력 2016. 06.30. 21:15:53
- [시크뉴스 최정은 기자] “촬영장 가면 행복해요. 촬영 전까지는 떨리지만 현장에 가면 다 우리 편이예요. 나도 그네들(제작진)도 같은 편이예요. 대중들과 맞서 한 게임 신나게 해야 하는 거죠.”
30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조진웅을 만나 영화 ‘사냥’(감독 이우철, 제작 빅스톤픽쳐스)을 주제로 영화와 배우로서의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냥’에서 조진웅은 엽사무리의 우두머리 동근 역을 맡아 추격전을 벌인다. 가파른 산을 달리고 총을 쏘는 액션신이 많았다. 그로 인한 부상에 대해 그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부상은) 언제나 있는 일이다. ‘끝까지 간다’(2013)를 촬영하다 이선균은 갈비뼈도 부러졌었다. 그런 게 액션신이 가진 묘미다. 멀쩡하게 나오면 (열심히) 안 한 것 같다. 이선균과 남자 둘이 있을 때 서로 온몸에 문신처럼 멍들이 있으면 ‘오늘 뭐 좀 한 것 같다’ 했다. 이게 직업병인 게, ‘레디, 액션’ 하면 고통이 없어진다. 배가 아파서 괄약근을 놓고 싶은데 싹 들어간다. 마법 같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가 영화를 택하는 기준은 ‘사람’과 ‘시나리오’다. 그 중에서도 사람이 우선한다. 그가 조금은 수월하게 현장에서 연기를 하는 것도 사람을 향한 믿음에서 비롯된다.
“시나리오를 읽으며 진짜 재미있으면 하겠다고 한다. (상대 쪽이) ‘안 된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요즘 시나리오가 진짜 재미있고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들이 없다. (촬영을 할 때)팀들을 믿어야 한다. 작업하는 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가장 ‘신봉’하는 건 리허설이다. 같이 작업하는 사람이 좋아야하고 거기에 시나리오가 재미있으면 금상첨화. ‘아가씨’ 같은 경우 어떤 제작자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도 모르고 출연을 결정했다. ‘괴작’인데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하정우가 그 작품을 하는 것도 그 이후에 알았다. 그 때가 ‘암살’(2015)을 찍을 때여서 하정우가 ‘아가씨 하기로 하셨다면서요?’하고 물어 ‘그래 같이 하자, 재미있겠다’고 했다. 어떨 땐 시나리오를 보고 할 때도 있다. 사실 시나리오가 가장 중요하니까.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 우선 누가 하는지 묻는다. 주가 되는 건 사람일 수밖에 없다.”
조진웅은 타인에겐 타고난 중재자, 아내와는 평범한 부부다. 그는 가감없이 그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솔직하고 유쾌한 매력을 발산했다.
“(작품을 같이) 하기 싫은 사람은 지금껏 없었다. 있다면 술 한 잔 마시면 풀리지 않겠나. 내가 잘 쓰는 방법이 있다. 싸우고 안본다고 하면 우연을 가장해 만나 둘이 손을 마주잡게 한다. 그 상태로 서로 눈을 쳐다보게 한다. 정확히 1분만 있으면 서로 운다. 정말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1분도 못 쳐다본다. 정확히 1분 동안 그렇게 하는 행동들 때문에 화해가 가능하다. 부부끼리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싸우면 매번 난 ‘저 사람은 지옥에서 온 악마일거야’ 항상 생각하고 와이프는 ‘저 인간 숨 쉬는 것도 싫어’ 할 거다. 얼마나 싫겠느냐. 그러다 누구랄 것도 없이 말 한마디에 풀린다. ‘칼로 물 베기란 말이 이런 거구나’ 싶다. 와이프가 말도 없고 성격이 나와 반대다. 난 미안하면 화내는 성격이라 와이프가 운다.”
시나리오가 작품의 선택 기준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그는 지금껏 읽은 시나리오 중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을 꼽아달란 말에 여러 작품을 언급했다.
“다 괜찮았다. 색감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느낌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어떤 굉장한 무게감이 느껴지거나 향이 진할 수도 있고. ‘사냥’ 같은 경우 원래 안(성기) 선배가 한단 걸 알고 있었다. 안 선배가 빠른 시간 안에 읽고 ‘오케이’란 답을 줬다더라. 제작진도 나와 친했다. ‘시그널’은 제대로 읽었으면 안 했을 거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 같은 경우 착하디착했다. 너무 ‘장진화’ 돼있었기에 장진 감독님이 안 썼단 건 안 믿었다. 처음으로 본인이 안 쓴 시나리오로 연출을 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안됐다.(웃음) 97만 명 정도가 봤다. IPTV까지 해서 BP(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흥행스코어에 신경을 쓰느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곧장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를 통해 예술에 있어 관객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설명했다.
“‘유명인’은 이름이 알려진 배우란 뜻이다. 이름이 안 알려진 배우는 ‘무명인’이다. 예술엔 ‘관객’이 있다. 우린 관객이 없으면 상영·공연할 이유도 없다. 스포츠는 다르다. 관객이 있건 없건 진행한다. 그래서 많은 관객과 소통하는 게 유일한 목적이다. 최고의 명작도 공개되지 않으면 쓰레기에 불과하다.”
그는 굵직한 흥행작들에 출연한 ‘대세배우’다. 흥행성적이 좋은 작품에만 주로 나오는 것 같단 말이 나오자 흥행이 부진했던 작품들도 있다며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관객이 안든 작품도 많다. ‘폭력써클’(2006)이 2만 900명 정도였다. 그런데 지나가던 어떤 분이 ‘폭력써클의 조홍규 아니냐’고 하기에 안아줬다. 3만 관객중 하나였다. ‘날아라 펭귄’(2009) 등 (흥행 부진 작품도)많았다.”
그가 최근 촬영 중인 드라마 ‘안투라지 코리아’(가제·이하 ‘안투라지’)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시그널’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기대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안투라지’는 스타와 엔터테인먼트의 실상을 다룬 드라마다. 그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실제 스타와 엔터테인먼트의 실상과 매우 흡사하다고 전했다.
“내가 듣고, 느낀 이야기가 다 들어있다. 요리하는 사람이 레시피 공개하는 느낌이다. 정말 대사가 많다. 옥상부터 지하까지 안 해도 될 만한 말까지 다 한다. 이런 역할도 처음이다. 중간 중간에 이야기 전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팬들에게 감사하단 이야기를 언제든 하고 싶다. 그럴 수 있는 계기는 내가 작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사냥’ 같은 경우도 우리 의도한 것 보다 효과가 적었다 생각할 땐 나 스스로가 많이 ‘혼나야겠구나’ 생각한다. 관객에 미안하기도하고.”
그에게 있어 연기를 하는 시간은 철학을 하는 시간이자 자기반성의 기회를 갖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그에겐 바쁘게 나아가는 일상 중 여유를 갖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이 그에겐 재미를 제공하고 그렇기에 최고의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천상 배우다.
“연기하는 자세는 철학하는 자세와 같죠. 자기반성인 것 같아요. 바쁘고 정신없이 일상이 흘러가는 가운데 거울을 보며 체크하듯 자기 자신을 보게 한다는 점에서 철학을 하는 시간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는 재미난 자기반성을 하는 여유시간을 갖게 하는 것 같아요. 공간·환경이 갖춰져 있다면 그 재미란 건 너무나 훌륭한 거죠. (배우는) 최고의 직업 이예요. 이렇게라도 미화시키지 않으면 힘어요.(웃음)”
[최정은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